한줄평 : 누군가 절필하고 싶어 하면 고개를 들어 이 책을 보게 하라
-요즘 어때?
“바쁘고 우울하지.”
-우울?
내 답에 친구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따라서 웃고 싶었는데 웃음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농담처럼 툭 가볍게 꺼낸 말이지만, 그래서 친구도 아마 농담으로 알아들었겠지만, 사실 나는 진심으로 우울해 하고 있었다. 그녀와 통화하기 몇 시간 전에도 눈물을 질질 짜고 있었다.
이유는 뭐, 단순하다.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의 성적이 별로 안 좋기 때문이다. 단순한데다가 흔한 이유인데도 요새 나는 미칠 것 같았다. 호되게 실연을 당한 느낌이라고 할까. 또는 지독한 배멀미를 겪는 기분이라고 할까. 어쨌든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이 책을 샀다. <작가의 시작>
그리도 글 쓰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어디에선가 들었다. 그의 추천을 상기하며 냉큼 샀고 냉큼 읽었다.
이 책은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씩 써보겠다.
1. 두께가 좀 있는데 가격이 13,000원이다. 옛날 책의 장점이다.
2. 여러 꼭지가 있다. 목차가 무려 ‘365개’나 된다. 그 말인즉슨 짧은 글이 많이 실려 있다는 소리다. 아주 좋다. 머리 아플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초단편집 같다.
3. 좋은 말만 써있다. 글 때문에 찌질하게 훌쩍이는 놈은 너만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래는 <작가의 시작>에서 좋았던 부분은 발췌한 것.
[불안은 집필 과정의 불가피한 부분일 뿐 아니라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두렵지 않다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P5]
[글을 쓸 용기를 낸다는 것은 두려움을 지워버리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현직 작가들은 불안감을 씻어낸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속이 울렁거려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P12]
[일단 진실한 문장 하나를 쓰면 돼. 네가 아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써 봐. P127]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초고를 살고 있다. p63]
+
사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기분이 상승곡선을 타지는 못한다. 요 며칠 그랬듯 오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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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책.....🥹
김신지 작가님의 책은 늘 기록하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다.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기록해야지
📚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미루다 놓친 겨울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참에 챙겨두라고 눈을 내려주기도 하고, 이른 꽃 소식을 통해 봄엔 어떤 즐거움들을 통과하고 싶은지 묻기도 하면서.
📚 언젠가 우리도 이 땅의 북녁에 있는 강가에 모여 봄의 도착 시간을 두고 내기를 할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면 `기다린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봄이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기다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어쩐지 혼자에 가깝고, 함께 기다리기에 좋은 것은 역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