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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yijuyeonxm0c
지혁은 뉴욕에서 초급 한국어 강사로 채용되면서, 이민자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꿈꾸어 본다. 전업 작가로서의 삶이 가능하지 않기에, 그 역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다른 업이 필요했다. 그것이 지혁에게는 초급 한국어 강사였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지혁이 뉴욕에서 강사 자리를 얻어, 처음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의 서사를 보여 준다. 목차가 마치 생활영어 교재의 제목처럼 구성된 점, 실제 초급 한국어 교재와 같은 구성과 함께 화자 지혁의 서사와 교집합적 재미를 함께 가져가는 영리한 구성 솜씨가 돋보인다. 흥미로웠던 점은 모국어이기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안녕하세요’의 영어의 표현과 의미가 동양 한자문화권의 맥락까지 포함된 이야기들을 통해 ‘초급한국어’교재로서의 값을 충분히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안이 좀 더 격식의 말일 거라는 짐작을, 독서 모임 이야기에서 ‘안녕’이 한자어라는 것을 확인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5 한국어를 공부해요 #37_p.73 잘 지내냐는 말은 무력하다. 정말로 잘 지내는 사람에게도, 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도.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잘 지낸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오히려 나의 진짜 ‘잘 지냄’에 관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7장부터 12장은 지혁이 작가 지망생으로서의 정체성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민 작가들의 실명과 ‘지혁’이 영향을 받았던 작가들의 등장과 자신의 상황에 대한 건조한 문체는, 냉소와 유머가 함께 어우러져 더 짠한 마음으로 문장을 읽게 해준다. 화자가 ‘글 쓰는 이’로 등장하는 글의 특성상 많은 작가와 작품, 말들이 인용되는 이중의 구조는 실제 작가와 화자의 싱크로율과 허구적 설정의 차이를 유추해 보게 한다. 인용하는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과 내적 공감의 흐름이 있는지도 인식하게 한다. 픽션과 논픽션, 자전적 소설의 플롯 특성이 혼재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조각들을 찾아 맞추는 퍼즐의 느낌을 준다. 군대 있을 때 받았던 전 여친 편지에 문장이 실은 작가 폴 오스터의 문장임을 훗날 알게 되고, 그때 커트 보니것의 문장을 보내주었어야 한다는 말에서는 문학에 대한 사랑과 글쓰기 재능의 격차에 대한 자각과 인식의 짠함이 몰려온다. 10 서울 날씨가 참 좋지요 #78_p.144 끝없는 1인칭의 주절거림 말고, 다른 무엇이 소설이 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81_p.148, 149 “지혁 씨 글은, 너무 반듯한 게 탈이에요.” “그럼 앞으로 비뚤어지겠습니다.” “지혁 씨가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되죠.” “반듯한 게 어때서요, 라고 해야지.” 상처성애자들, 결핍, 반듯, 좋은 생각 같은 글이라는 단어들을 통해 ‘지혁’에게 따라붙던 ‘반듯한 이’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끈기 그리고 마침내 한 발짝 한 발짝 발자국을 만들어 가는 소설 쓰는 이가 되어가고 있는 진행형의 초급 작가를 볼 수 있게 된다. 한 학기의 초급 한국어 강사직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혁’의 발걸음은 가볍지는 않다. 재임용의 탈락, 어머니의 발병, 동생의 간병, 애인과의 이별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인생의 한 자락을 마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서사로 소설은 끝이 난다. 실패라고 느낄 수 있는 미국 생활의 마무리는 ‘중급 한국어’를 통해서 생각의 스펙트럼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중급 한국어’는 ‘초급 한국어’를 지나야 갈 수 있는 단계이듯, 인생의 결들은 하나의 결을 통과해서 다음 결로 이어지기에 마냥 실패의 역사라고만 생각되지는 않을 듯싶다. 초급 한국어라는 제목은 작가 지망생과 강사, 개인으로서의 처음, 초급의 삶을 걷고 경험을 쌓아가는 화자 ‘지혁’의 첫 번째 권 인생 서사를 은유하는 말이 아닐까. ‘중급 한국어’에서 화자는 어떤 중급의 삶을 걷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작가의 말_p.184 소설을 쓴다는 건 일종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이며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과 소설은 둘로 갈라져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다.
초급 한국어 (문지혁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 (문지혁 장편소설)

문지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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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어요
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