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유롭게 문학활동을 하는 독립출판 작가 김고요 시인의 시집이다. 독립출판으로 문예지 A;lone을 발행하는 시인 김고요는 이번 자신의 첫 시집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 그 사랑으로 인해 태어난 정지된 고독, 단절된 외로움, 나르시스적 그리움을 자신만의 언어로 담았다.
불볕아래 있다 보면 누구나 헛것을 보 기 마련이다
움푹 파인 눈 언저리가 나에게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네 얼굴의 그늘만큼
나는 쉬었다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그을음인 줄 모르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알록달록한 버섯으로
너무 끔찍하게 예뻐서
울음이 독처럼 퍼질때까지
눈물이 모이는데 왜 소리가 날까
제일 크게 울수록 제일 먼저 죽는 병아리처럼
너는 그렇게 아름다웠다
예상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 헤프게 다가왔다
함부로 자란 너를 몰래 떠서 먹은 그때부터
검버섯이 여기저기 올라오더니 그 까만 입으로
나를 집어 삼켜버렸어
그리움이 그을음으로 번져 드디어 나에게도
오아시스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쉬이 기뻤다
네가 쉬었다 갈 딱 그만큼의 그늘을 드리우고
조용히 풍화하며
이제 불볕 아래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없이 빛만 남는다
흰 뼛가루가 빛처럼 펄럭였다
네가 느리게 다가오는 것도 같았다
<독>
돌아 누운 마음을
염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새해 같은 맑은 다짐 치고는
꽤나 낭만스러워서
아침보단 저녁에 어울렸다
눈을 뜨면서 다짐하는 사람들과는 멀어지기로 했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 하자고
다짐 치고는 시시해서 웃었다
사월은 어딘가 근사할 거라는 믿음은 벚꽃 때문에 가능하다
벚꽃은 한때라 평화롭다
내가 조금 더 시시해지길 바랐다
내가 조금 더 근사해지길 바랐다
떨어지는 벚꽃을 염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새해다짐 치고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쉽게 어길 수 있었다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꽃들이 부러웠다
나는
꽃이 아니다
<사월>
책 리뷰/이름처럼 고요한 몽상가의 시
아무 시집이나 꺼내들었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고 누구도 그 외로움을 모른다. 사실은 자신의 외로움 빼고는 궁금하지 않은것이 당연한게 아닐까.
김고요. 이름인지 필명인지 모를 시인의 이름이 이 시집과 참 잘 어울린다. 이름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몽환적이고 고요한 독백, 신기루같은 시들이 많았다. 특히 <독>이라는 시가 인상깊었는데 어떻게 '울음이 독처럼 퍼질때까지'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시가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보여지는 것만 표현하는게 아닌 보여지지 않는부분들을 잘 끌어내는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시집을 읽어야겠다.
2018-33
“내 정수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일수록
나의 외로움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상관없다고 상관하면 조금은 시선을 맞출 수 있을까
그럼 나는 그만
주저 앉아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했다”
“혼자여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가 될 수 없어 외로운 거”
“기억엔 끝이 없지만 끝엔 늘 기억이 있다”
#나의외로움을궁금해하지않는사람들에게#김고요#시집#별빛들
작가가 말한거처럼 시가 뭔지 잘 모르고
그 어떤 말로도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음은 안다.
그 말들이 뭔지도 모르게 마음에 공감을 주는건
아주 조금은 느끼는거 같다.
시는 쉽게 시작하지만
언제난 끝은 쉽지가 않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