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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 (위기와 극복)의 표지 이미지

로마인 이야기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읽고있어요
서기 70년경, 네로 황제의 자살 이후 1년 사이에 황제가 세 명이나 바뀌는 극심한 혼란 상황에서, 갈리아 속주민들의 거센 반란을 제압하고 사후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로마인들이 보여준 전후 처리 방식은 보복이 아닌 관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는 그것이 "휴머니즘에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런 현실적인 해석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러한 해석은, 몇십년에 걸쳐 고대 로마 하나만을 생각한 연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생각난 일화가 있는데,
꽤 오래전 EBS 다큐멘터리에서 본 미국의 어마어마한 수퍼리치 기업인이자, 어마어마한 기부자의 이야기였다.

당시 그 분 인터뷰가 나에겐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왜 그렇게 큰 돈을 정기적으로 사회에 기부하는지를 묻자, 그 분의 대답은 대충 이러했다.

"나에게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내가 쓸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나에게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내가 1년에 사는 바지의 수는 10벌 남짓인데, 내가 가진 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그 사람들이 사는 바지는 1년에 몆 천벌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시장의 수요가 많아지고, 기업은 더 많은 것을 생산하게 되서 결국 나같은 기업인도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말... 기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려운 사람을 돕는 휴머니즘의 실현이라는, 기부의 숭고한 정신적 가치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지속가능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이러한 "기부의 논리적인 이유"야말로, 단순히 인간의 착한 심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어찌보면 다소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과 맞물려 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기부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세상은 절대로 나 잘났다고,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임을...
우리가 왜 이웃을 살피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하는지를...
그것이 바로 "나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반란자들에 대해 보복이 아닌 관용을 택한 2천년 전의 고대 로마인들도, 어쩌면 그것이 로마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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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공주

@uteumgongju

두려움과 열등감은 조급함을 만들고,
조급함은 결국 자기 자신을 옥좨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보잘 것 없는 집안의 서민 출신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굳이 법제화 하지 않아도 될 '황제권'을 법제화 함으로써, 자기자신의 불안감은 해소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이러한 조치가 본인의 둘째 아들 도미티아누스의 암살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삶은 정말...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로마인 이야기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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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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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공주

@uteumgongju

정말, 예술이라는 건... 고통 없이는 그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인가? 그래서 소위 말하는 '위대한 예술 작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늘 경건해만 하는 것일까?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고난이 온전히 담겨져 있기에...
- <에드바르트 뭉크>, <프리다 칼로> 편을 읽으며 든 생각

대학교 때 빈센트 반 고흐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한 친구가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만 보아도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 나는, '저게 저렇게 눈물을 흘릴 일인가...'라는 생각에, 그 친구의 과잉 행동이 당췌 이해가 안 갔었다.

그랬던 내가, 그 친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목도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림에는 도통 문외한이었던 나는, 남들이 다 간다는 유명한 곳이라니까 건너뛰기 아쉬워 갔던 곳 중에 하나가 오르세 미술관이었고, 그 곳에는 화풍이 다 비슷비슷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방마다 즐비하게 걸려있었다.

의미를 당췌 알 수 없는 추상화나 고대 신화를 그린 그림들 보다는, 그나마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상파 그림들을 훑어 보며, '음.. 좋네..'하며 어느 방에 딱 들어섰는데....

그 방에서 나는 갑자기 숨이 멎고 말았다...

강렬한 색채와 힘이 느껴지는 붓 터치...
지나쳐 온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유니크함과 강렬함이 있는 그림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모여있는 방이었다.

그때 느꼈다...
왜 많은 사람들이 고흐를 그렇게 찬양하고 있는지를...

그런데 오늘, <방구석 미술관>의 고흐 편을 읽으며, 왠지모를 허무함이 찾아왔다...
고흐의 그 강렬한 색감의 원천이, 알코올 중독에서 기인한 부작용 때문이었다니...

이 세상은 온통 아이러니로 채워져 있는 듯 하다...

저자의 멘트가 정말로 딱 나의 느낌과 일치했다.
"요정의 탈을 쓰고 날아와 혀끝에 앉은 녹색 악마 압생트는 고흐의 영혼을 갉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우리는 반 고흐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노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한 예술가의 영혼이 내지를 수 있는 표현의 극대치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반 고흐의 압생트는 녹색 악마일까요? 녹색 요정일까요?"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블랙피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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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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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공주

@uteumgongju

"삶은 놀라운 반전의 기회입니다.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기막힌 찬스입니다. 삶에 오염된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는 천연세제는 착한 의지로 행하는 선행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P.23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나이 탓인지, 요즈음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감에, 삶의 이유와 의미에 대해 회의적일 때가 있었다.
그런 나에게 "삶은 놀라운 반전의 기회"라는 문구는 머리 한쪽을 쾅!!하고 때리는 듯한 강력한 일깨움을 주었다.

전생을 믿고 안믿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인과의 법칙"을 보편 타당한 원리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인과의 법칙이야말로 모든 사회, 과학적 현상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는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 나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에도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삶이 놀라운 반전의 기회라는 말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든 과거의 (혹은 전생의) 원인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이 행복하지 못할 때, 그것을 선한 의지와 행동으로 다시 나에게 행복한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말로 다가왔다.

그러니 이 얼마나 귀한 기회인가?
삶이라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에 가서, 내가 과거에 (또는 전생에) 쌓았을 그 무수한 미숙과 잘못들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

왜 태어났을까...와 같은 우울감의 극단에서 들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서 무슨 개안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우리가 왜 선한 의지로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당신의 질문에 전생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박진여 지음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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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1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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