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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박애진 외 9명 지음
온우주 펴냄
여성작가의 글은 언제나 읽고 싶다. 그들이 지금껏 자유롭게 세상에 내놓지 못한 글은 세상에 널리고 널린 이야기보다 훨씬 귀하고 즐겁다. SF 또한 마찬가지다. SF는 언제나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여성 작가가 쓴 sf 단편집? 이건 무조건 재미있다. 나의 오감, 육감, 칠감이 그렇게 말한다.
총 10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단편은 <신의 별>과 <국립존엄보장센터>, <로드킬>, <기사증후군>이다. 사실 10개의 단편 모두 정말 재미있다. 그 중 어렵게 어렵게 꼽은 것이 4편이다. 안드로이드와 죽음, 그리고 여성 혐오를 각각 다른 시각에서 다룬 글들이다. 제일 뒷부분 해설?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크게 언어, 죽음, 그리고 해방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그저 sf라는 장르적 공통점을 가지고 글을 모았을 뿐인데 모두 세가지 낱말로 묶일 수 있다는 점이. 여성은 끊임없이 우리의 언어를 필요로했다. 또한 글의 배경이 우주까지 뻗어나가며 우리는 한정된 수명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해방.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이자 여성이 원하는 것이리라.
작가의 지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르가 바로 sf라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 작가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독자가 그대로 읽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언젠가 sf를 써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내 머릿속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정이 너무 뻔해서 그만 뒀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들이 정말 멋지다. 이런 단편을 읽으며 가상의 세계관을 하나 알게 되면, 내 머릿속엔 그 세계가 유한히 펼쳐진다. 나는 내가 아는 세계가 늘어나는 일이 너무나도 반갑다. 더 많은 작가가 더 다양한 세계를 알려주면 좋겠다.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전혜진
p. 104 “인간의 수명이 80세라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두렵진 않았어요. 내가 두려웠던 건… 남아있는 인생을 다 바쳐도 읽을 수 있는 책에 한계가 있다는 그 사실이었지요. 나는, 더 많이 알고 싶고 읽고 싶은데…”
p. 109 작가의 말-언젠가는 정말 노력을 해야 책을 읽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더이상 숨쉬듯 자연스럽게 책을 읽지 않고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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