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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민음사 펴냄

[20211204]
『침묵의 거리에서 1』 완독
(별점 : 3.5/5)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원래 살인 사건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바로 빌려서 읽게 되었다. 학생의 죽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고 신선한 부분이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펼쳤다.

초반에 보면 처음 에이스케 엄마가 "우리 애가 상해 혐의로 체포되었대요"라고 했을 때, 겐타 엄마의 반응은 "우리 겐타는요?"였다. 또 겐타 엄마가 겐타 아빠에게 "에이스케가 체포됐대."라고 말했을 때 겐타 아빠 역시 "겐타는?"이라고 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대화지만, 남의 자식이 어떻게 됐는지 보다 자신의 자식은 피해를 안 받을까 걱정하는 게 더 큰 것 같다. 이기적인 것보다는 자신의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의 본능(?) 같은 것 같다.

어느 쪽으로 보면 착해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나쁜 아이들이 있다. 만약 그 아이들을 착한 각도에서만 볼 수 있게 바란다면 좀 이기적인 바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원래는 착한데 나쁜 각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피해자만 알테고, 이 책은 그 특징을 이용해 조금의 희망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아예 없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기댈 희망이 있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검사는 이치카와와 하시모토에게 "'왜' 나구라 유이치를 괴롭혔니?"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 질문은 아닌 것 같다. 가해자에게 "왜"라고 물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변명으로 도배되어있거나 침묵밖에 없을 것이다. "왜"라는 질문 가지고는 만족할만한 진술을 얻기에 어렵다.

중학생의 친구를 괴롭히는 데 딱히 이유는 없다고 나왔다. 그냥 중학교 1학년 형들이 괴롭히니까,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조종당하는 것이다. 그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가해자가 입을 열 만한 상황이 조성된 후여야 될 것 같다. 이미 자유를 빼앗긴 가해자들의 머릿속은 충분히 혼란스러울 테니까.

사람이 죽었다는 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함께 웃을 수도, 지난 일을 후회할 수도, 감동할 수도 없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빼앗은 것이다. 그래서 그 죄를 용서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거짓말을 한다면 평생 거짓말을 해야할 것이다. 그게 하나의 함정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함정. 이 책에서 새로웠던 건 형사나 검사, 교사의 대화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었는데, 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어서 좀 아쉬웠다.
2021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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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7

@syun89v

20241222

마지막 책장을 덮었음에도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책에 담겨 있었던 서은 엄마의, 주연 부모님의, 거짓 진술을 했던 목격자의, 주연을 도운 담임선생님의 입장. 전편에서는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내가 이해했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얽히고 복잡해진 관계에서 각 사람들의 입장을 보며, 나조차도 어떨 땐 서은 엄마의, 어떤 땐 주연 엄마의, 또 어떨 땐 다른 사람들의 편을 들었다.

주연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올랐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아무리 무겁고 중대한 일일지라도 저급한 말들로 치장을 해 주고 받으면 결국 가벼운 일처럼 보여진다. 아무리 진실이 들어났음에도 이 저급한 말들이 파편으로 날아와 주연의 마음에 생채기만 남겨 떠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주연을 괴롭혔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헷갈렸던 건 모순투성이인 등장인물들의 마음이었다. 주연과 서은이 살아온 환경을 눈에 띄게 대비되어 나타난다. 주연은 돈이 많은 집안에서 자라 자신이 원치 않는, 지나치게 꾸며진 것들로만 둘러싸인 채 자랐다. 그에 반해 서은은 가난한 집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 자랐다. 그런 서은과 주연을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여기서 서은은 1편에서 주연을 자신이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2편에서는 자신이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가장 먼저 주연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 서은을 향한 주연의 마음은 친구로서의 우정보다는 소유욕에 강했다고 생각한다. 주연을 서은을 가지고 싶어했고, 그런 소유욕이 모든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주연의 부모님은 본인들이 주연에게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생각했고, 주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문장 하나하나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로지 예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보면 주연 부모님이 주연을 너무 사랑했기에, 내 딸만은 저 꼭대기에 있어야만 행복할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벌어진 상황이 아닐까 싶다.

서은의 죽음을 기점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서은 엄마는 처음에는 주연을 죽이고 싶은 아이, 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주연이 찾아오며 배고프다고 하자, 그런 주연을 살리고 싶은 아이, 라고 나타냈다. 서은 엄마에게 주연은 증오의 대상이자 자신이 죽은 딸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하게 편안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1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땐 모든 게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2편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가 그려내지고, 또 마무리가 되었다. 그 마무리가 또다른 이야기의 문을 열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모든 게 무너지고, 끝났다고 생각하는 삶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그것을 다시 만들어냈다. 이렇게 무너진 부분을 짓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보통의 '삶'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 2

이꽃님 지음
우리학교 펴냄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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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89v

  • s17님의 2100년 12월 31일 게시물 이미지

2100년 12월 31일

이희영 외 3명 지음
우리학교 펴냄

2023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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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89v

내가 읽어봤던 로맨스 소설 중에서 제일 좋았던 책. 서로 좋아하지만 사귈 수 없다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설정도 좋고 여러 명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보여주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이 소중하고, 좋아했던 사람이 저승사자로 나타난다는 판타지스런 몽글몽글한 설정까지 좋았다. 다음에 또 읽고 싶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서은채 지음
황금가지 펴냄

2022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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