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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재활용 (당신이 몰랐던 사체 실험 리포트)의 표지 이미지

인체재활용

메리 로치 지음
세계사 펴냄

우연히 SNS에서 책을 알게되었고,(겉표지와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시선을 뺐겼다) 그 글을 올린 사람은 겨울서점에서 절판된 책 중 추천책에 대한 컨텐츠를 본 뒤 호기심이 발동하여 중고로 웃돈까지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 글을 읽고 > 김겨울 작가의 책소개를 찾아보고 > 검색에 검색을 하여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던 것을 겨우 구입할 수 있었다. 물론 책의 원가보다는 비싼 금액이다. 읽을 책도 많은데 굳이! 호기심 때문에!
발동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큼의 책이었느냐 하면 어떤 의미로는 그렇다고 하겠다.

죽은 사람의 시체가 실제 어떤식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한 책인데, 기증한 시체뿐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무덤에서 파낸 시체, 몰래 빼돌려 훔친 시체 등 다양한 경로로 얻은 시체로 여러 실험을 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논문과 책, 실제 각 국의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실제 실험에 참관하는 등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며 집필한 책이다보니 기원전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시대를 오간다.
대체 시체를 가지고 무얼 할까 생각하면 보통 상식선으로는 의사들의 해부 실습용으로 쓰인다거나 다른이에게 새 생명을 주기 위해 장기를 기증한다거나 하는 정도로만 떠올리게 되는데 생각보다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 놀라웠다.

시체를 부위별로 절단하여 여러 강도의 충격을 가했을 때 어디가 어느만큼 부서지느냐 하는 충돌 실험을 진행하고 비행기에서 추락한 다양한 시체들의 모습을 분석하여 추락한 원인에 대해 파악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영혼은 머리에 존재할까 몸에 존재할까를 여러가지 실험으로 결과를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머리와 몸통을 그대로 이식하는 실험(a의 몸통에 b의 머리를 붙이는 식)을 해보기도 한다. 그 외 의료목적이긴 하나 식인 행위에 대해서도 기록되어있다.
저자는 실제 인간의 시체를 죽은 직후 방치하여 부패가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실험하는 곳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의문을 제기한다. 보통 해부되기보다 매장되기를 택하곤 하는데 과연 매장되는 것은 해부되는것보다 더 나은가?(더 아름다운가?)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 원래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다루는 주제가 무거운 만큼 중간중간 너무나 가벼워보이는 단어 선택이나 문장들에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확실히 어이없고 웃기는 부분도 있긴 했다. 그런데 피식 웃어놓고 이래도 되나? 싶은 것이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라고 해서 반드시 무겁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뭐.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 본인이 죽은 후 시신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데, 여기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

•자신의 시신 처리를 두고 세밀하고 복잡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은 필시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럴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에게 자신의 시신을 갠지스 강이나 미시건 주로 보내주기를 원한다는 쪽지를 남기는 행위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즉 어떤 면으로 보면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있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이다.

•'그들이 죽고 나서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들 소관이 아니지요.'
그것은 유족들이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거나 내키지 않는 일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슬퍼하고 떠나 보내는 것만 해도 힘든 일이다. 왜 거기에다가 짐을 더 지우는가?

그동안 나, 내 몸뚱아리에 대한 결정권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가능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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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미

@songsemi

핫 한 책을 드디어 읽었다. 몇 달 전부터 SNS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서점에서도 베스트에 올라가있던 책이다. 평소 잘 읽지 않는 장르인데 서점을 배경으로 한 책이라 손이 갔다. 오랜만에 읽는 한국 소설이다.

책, 서점, 커피, 맥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특히 책 속에서 등장하는 책은 늘 그렇듯 흥미롭다. 그 책을 내가 읽었을 경우에는 더더욱. 특성상 겉핥기식으로만 잠깐 언급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 권에 대해 상대적으로 깊게 언급되는 부분들이 반가웠다.

내용 중간에 몇명의 작가들이 북토크를 하기도 하고 인터뷰도 진행하는데 등장하는 작가들이 모두 이 책을 쓴 저자의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착각일까. 책에 대한 가치관이나 특히 책을 읽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타이머를 사용하는 방식 등 대부분이 글을 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구나 싶었다. 저자가 본인의 모습을 등장인물을 통해서 풀어놓은 것 같은.

책을 읽는 동안 느껴지는 인물들의 감정,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 모두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없이 다가와서 몸속에 그대로 스며든 느낌이다. 어떤 자극적인 사건에 집중하지도 않았고 등장인물들도 그러하다. 오히려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잔잔한 느낌인데(그나마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갑자기 등장한 로맨스...) 그 잔잔함이 읽는 동안 더 행복감을 느끼게 했달까. 평소(우리 모두가) 워낙 자극적인 매체들에 노출되어 살고있기에 이런 감성의 책이 너무 반갑다.

서점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워낙 여기저기서 접하기도 했고 실제로 문을 열고 닫는 서점들을 많이 보기도 해서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고충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주인공 영주가 서점 건물을 임대가 아닌 본인이 직접 구입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너무 현실적인 부분을 피하고자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괜찮았다. 소설이니까. 소설 속에서는 조금은 꿈같은 내용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대부분 힐링을 주제로 한 에세이같은 것들 보다 소설이 더 위로가 된다.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하긴. 책이 등장하는 책인데 재미 없을리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은이) 지음
클레이하우스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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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미

@songsemi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제목 하나만 보고 고른 책. 그렇게 즉흥적으로 구입해놓고도 오히려 이 설명문 같은 제목때문에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이쯤되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겠다. 난 굉.장.히 뭔가를 꾸준히 하지 못한다. 무엇이든 시작은 잘 하지만(요새는 시작하기도 쉽지않다) 끝을 본 적이 열에 둘쯤 되려나. 그 둘도 쉽지 않다. 평생을 infp로 살아온 나 답게(infp 욕하는 것 아님) 이미 흥미가 떨어져버린 일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해서 진득하게 붙들고 있지를 못한다. 결론은 하는 과정이 재미가 없으면 끝까지 해내지를 못하는 것이다. (물론 밥벌이하고는 별개입니다)

사실 그래서 끌렸다. 시작해서 끝까지 완주한 것보다 중간에 포기한 공부가 더 많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무언가를 이루려면 지난하고 험난하고 어떨땐 몹시 지루한 과정을 꿋꿋이 견뎌야 한다, 인내해야만 한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에 질린 나에게 한줄기 빛 같았달까. 왜 다들 힘든 과정을 견디라고만 하는거야? 하는 나의 반항심에 불을 지펴주었다.
물론 자기합리화를 하기위해 읽은 것만은 아니다^^; 정말 나같은 사람도 있고 이젠 나도 이런 나를 받아들여야 하나보다-하고 씁쓸하지만 인정할 뿐.

저자에게(그리고 나에게) 공부란 재미있어야하고 그 과정이 흥미로워야만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자격증이나 토익, 취업을 위해 쌓는 스펙같은 개념이 아니라 그야말로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깨우치는 모든 행위다.

뭔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잘 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란 사람이 그래도 오랫동안 손에 쥐고있는 몇가지가 있다. 독서가 그 중 하나라서 정......말 다행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저자처럼 늙어가고 싶다. 시작하고 비록 중간에 그만두게 되더라도. '좋아서 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자 가랑비에 옷 젖듯 하더라도' 말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지은이) 지음
더퀘스트 펴냄

2022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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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미

@songsemi

완독하는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그랬는지. 딸이 추억하는 본인의 어머니 이야기이다보니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저자의 어머니는 완벽한 어머니 상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부모들과 다를 바 없이 자식이 부모가 원하는 길로 가지 않으려고 하면 꾸짖고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인생 선배로서 훈수를 두었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한창 사춘기를 겪던 저자가 어머니를 이해 못 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여기서 대체적으로 자식과 부모간의 관계가 결정되는데, 각자 한걸음씩 물러나 상대를 이해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영원히 자식과 부모가 마음의 문을 닫고 서로를 비난하는 것. 저자인 미셸과 그의 엄마는 그래도 건강하게 관계를 회복한 사이처럼 보였다.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엄마를 그녀가 해준 음식들로 추억한다는 것이 인상깊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법, 함께 먹은 간장게장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상세하게 등장하는데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내 눈에 저자는 그냥 한국인이었다.

나와 내 엄마의 관계를 떠올린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살아온 궤적을 나로서는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모를 것이다. 엄마를 무척 사랑하지만 그만큼 함께 있으면 투닥거리기 바빠서 하루빨리 벗어나고픈 모순적인 마음.

저자는 엄마의 상실을 겪고 그제서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부지런하게도 그걸 해냈다. 스스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마음을 환기시켜주는 글이었다. 좋은 책 잘 읽었다.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2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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