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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의 표지 이미지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지은이) 지음
빅피시 펴냄

나는 5개월 넘게 플라이 북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다. 매달 책을 배송해 준다는 점이 내가 가입하게 된 이유지만 '작가와의 만남'에도 초대해 준다는 사실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더니, '오프라인 모임'은 언제 열릴지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주춤해지는 4월에 드디어 '작가의 만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첫번째 주인공으로는 정지음 작가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작가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그냥 단순 '호기심'에 참가했다. 그래서 작가와의 질문 시간에 "작가님의 습관은 무엇인가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해 버린 나였다. (차라리 하지 말 걸, 후회되는 대목이다.) 행사가 끝나자, 관객들은 정지음 작가의 책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사인을 받기 시작한다. 군중심리에 나도 이끌려, 급하게 책을 구매한 뒤 사인을 받고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한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북 토크 때 작가님의 센스 넘치는 입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구매한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나의 성격에 못 이겨서일까? 어쨌든, 특별한 이유로 읽게 된 책이 바로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이다.

북 토크에서 작가님은 이 책을 '인간관계에서 겪었던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라고 했다. 인간관계는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나도 요즘 몇몇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어서 왠지 공감이 될 거 같아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그런데 북 토크 때 작가님의 거침 없는 말빨(?)에 비해 책은 '순한 맛'이라 살짝 실망도 했지만, 센스와 재치있는 글 덕분에 재미있게 후다닥 읽을 수 있었다.

'정신적 육식 지배자들', '농담들은 입으로 추는 궁둥이 춤 같아서', '성급한 과몰입의 실패' 등 내 머릿속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신선한 표현력들에 감탄하며, 작가의 글 센스가 부럽고 탐났다. 모든 글이 하나 같이 주옥같지? 이러니 나는 백날 글을 끄적여도, 작가가 못 되는 거다ㅜㅜ

정지음 작가는 나와 같은 시대를 추억하며 공유할 수 있는 30대이다. (물론 내가 두 살 더 많지만^^;) 그러다 보니 또래들이 가질만한 고민들이 이 책에 적혀 있어서 나름 위로를 받았다. 30대 중반이 된 요즘, 학창 시절에 죽고 못 살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 책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절친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나를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작가의 언니가 H.O.T. 덕질을 하는 모습이 사실 이해가 안 되었다는 글귀에 괜히 찔림을 받았다. (제가 소식 젓 우혁부인 이었거든요ㅎ)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카페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한바탕 수다를 떨고 온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정지음을 작가로 데뷔하게 해준 '젊은 ADHD의 슬픔'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22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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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걱정이라는 이름의 뒷담화


“이미 돌아가신 분이긴 하지만 그동안 마리아 이모님 사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지, 이제라도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우리가 함께 기도할 일이 있으면 기도하고 함께 도울 일이 있다면 도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하늘 높이 아름답게》, 107p

죽은 마리아를 애도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기도라는 명분 아래 그녀의 삶을 들춰본다. 진심 어린 위로라기보다는, 삶을 마친 사람을 소재 삼아 이야깃거리로 삼는 분위기.

기도는 거들 뿐, 결국 마리아라는 한 사람의 복잡하고 고단했던 생애는 누군가의 궁금증으로 추락하고 만다.

같은 신자로서 부끄럽다. 하느님의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위선적인 말들이 배려와 사랑이라는 옷을 입고 쏟아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대화 주제가 없어 시작된 가십은, 어느새 걱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불쌍하다”는 말로 소비되는 누군가의 불행에는, 사실 우리도 포함되어 있다.

걱정이라는 말 아래 숨어버린 참견과 뒷말. 기도라는 명분으로 사람을 소비하는 태도. 그 모든 것 앞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말이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겠다.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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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반희씨와 울엄마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실버들 천만사》, 75p

반희는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살고 싶었던 인물이다. 더는 자신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결국 가족을 떠나기로 한다. 그 선택이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안에서 반희의 마지막 자존심과 생존 의지를 본다.

우리 엄마는 반희와는 달랐다. 이기적인 남편으로부터 우리 남매를 지키고자, 엄마는 끝까지 희생하는 쪽을 택했다. 그 모든 결정이 우리를 위한 것이었음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머리로는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혼한 이후에도 엄마는 매달 나를 보고 싶어 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딸과의 데이트를 이제라도 하고 싶으신가 보다. 나는 ‘딸’이라는 이유로 만나러 나가지만,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다. 이제 와서 평범한 모녀 역할을 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솔직히 말해 때때로 역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엄마가 반희처럼 이기적이었더라면, 그땐 서운했겠지만 지금쯤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고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일방적인 희생이 만든 끈은 나를 옭아매고, 되려 내 감정을 눌러왔다.

반희처럼 살았다면, 엄마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나도 채운이처럼, 지금쯤 엄마에게 더 솔직하게 고백하고, 더 정직하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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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 자유이님의 명상으로 10대의 뇌를 깨워라 게시물 이미지

명상으로 10대의 뇌를 깨워라

혜거 지음
책으로여는세상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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