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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소년들이 또래 소년을 잔혹하게 폭행하거나 착취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그들의 잔혹한 범죄의 공범으로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지목되고 있다. 그렇게 심한 죄를 범했는데도 소년이면 형사처벌도 안 받고 치료만 받는다는 식으로 왜곡된 정보도 많이 돌아다니는 듯하다.
그러나 먼저 사실관계부터 바로 잡자면, 소년이라도 만 14세만 넘었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중죄의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년원에서 적절한 감호 조치를 받게 된다.
그치만 어쨌든 중죄를 범했는데도 소년교도소가 아니라 소년원이나 위탁시설에 위탁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고, 피해 소년들의 피해를 생각하면 가해 소년을 위한 이런 특별 제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위와 같이 소년들의 중죄의 공범으로 몰려 있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변호하고자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사건을 전담하던(현재는 광주가정법원에서 일반 가사를 담당하고 계신 듯하다) 심재광 판사님이 당신이 직접 겪었던 소년 사건들을 기초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계도되고 변화되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소년은 성인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명제이지만 그만큼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미숙하고 아직 만들어져가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법은 소년의 헌법상의 기본권 중 일부를 제한시키기도 한다(하다 못해 소년은 투표도 못한다). 따라서 성인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소년에게는 환경이 절대적 영향을 준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소년이 비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소년을 둘러싼 환경(가정환경은 그 중에서도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이 소년이 비행을 하는데 크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고(소년의 생활 반경이 성인에 비하면 훨씬 좁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다른 하나는 만약 소년이 비행 후에 그 비행에 대한 처벌 또는 처분을 받게 되어 교도소나 소년원, 또는 위탁보호시설에 위탁되게 된다면 그 곳을 통해서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교도소는 모두가 알다시피, 성인조차도 그 안에서 다른 범죄를 배우고 온다고 할 정도로 악감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계도와 갱생의 가능성이 성인보다 더 높은 소년을 교도소에 방치해 둔다면 결국 미래의 범죄자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된다.
사실 우리가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의 폐지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 소년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나는 형사 사법체계에서 피해자가 배제돼 있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이 있는데(지금 우리 법체계는 죄 지은 사람한테만 관심이 있고,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고,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형사 사법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모색하기 전이라도, 피해 소년에게만큼은 나라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꽃 펴야 할 시기에 가해 소년의 비행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 받고 있는 피해 소년들이 너무 많다. 가해 소년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도 중요하겠지만 피해 소년들에 대한 보호는 그보다도 더 중요함을 알고, 부디 나라에서 위와 관련된 정책들이 입안되기를 소망해 본다(아마 이런 것들을 다루려고 해도 여성가족부가 필요할 텐데, 정치권 한 쪽에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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