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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023년 3월 독서



달과 6펜스 _ 서머싯 몸

달과 6펜스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예술을 추구해나가는 과정과 그 결과를 다룬 소설이다.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는 자신의 열망을 따라서 떠나버린 찰스 스트릭랜드는, 처음엔 자신이 그려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솟구치는 열망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며, 끝내 자신이 깨달은 세상, 그려야만했던 것을 그려내고 자신의 ‘예술’을 표현해낸다.



몇 년 전,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묘한 불쾌함이 있었다. 여성을 하대하는게 당연한 듯 보여지는 언행과 시선이 소설의 바탕에 깔려있었다. 누군가는 메인 스토리가 아니라 곁가지를 보고 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진정한 예술가’의 '예술에 미친' 주요 이야기마저 아니꼽게 보일 정도였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_ 박정훈 외 7명

2023년 3월, 예스24 신간 추천에서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안에 내가 예전에 읽었던 달과 6펜스 내용이 다뤄진 것을 보고 달과 6펜스를 다시 읽어보았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표현은 여전히 불쾌했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보고나서, 그 불쾌함이 그저 지나쳐도 될만한 ‘사소한 엑스트라 이야기’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예전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주변의 사소한 점들을 트집잡고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는 마음 속의 열망에 따라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진리에 가까운 예술’을 추구하며 그림을 좇아 자신의 중후반부 인생을 바친다. 자신이 화가라는 꿈을 외면했던 동안 머물렀던 공간인 세속을 단절하기 위해 직업과 가정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는 새 인생을 시작한다.



세속을 거의 혐오하다시피하는 찰스 스트릭랜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속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관찰자로 등장하는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를 세상과 속물에 관심이 없다는 듯 묘사하면서 지속적으로 그의 무례하고 반사회적인 모습을 합리화시키려한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세속적인 것을 혐오하면서도 성욕에는 지배당한다. ‘나’는 그런 찰스 스트릭랜드를 묘사하며 성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마냥 말을하며 합리화를 시켜준다. 성욕을 해소하고나면 찰스 스트릭랜드는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을하는데, 그러면 안하면 될일이다. 자신이 아플 때 간호해주겠다는 지인의 호의조차 혐오하면서 거절해대는 성격인데도 성욕은 어떻게든 해소해야하나보다.



찰스 스트릭랜드가 결국엔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명예를 가지게 되는데, 상당히 언짢다. ‘나’를 통해서 작가는 계속 찰스 스트릭랜드를 위대하게, 굉장히 특별한 듯이 드러내고자한다. 거의 주인공의 예술을 숭배시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예술을 추구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데, 그 피해는 온전히 주변인들이 감당한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남편에 대한 충격은 ‘스트릭랜드 부인’인 에이미가 감당해야했고, 오히려 다른 가족은 에이미 탓을 한다.

자신을 도와주는, 그리고 돈이 필요하면 찾아가는 더크 스트로브에게도 만나면 항상 욕지거리를 한다. 심지어는 그의 아내와 불륜까지한다.

이런 모든 행동에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쩌라고? 식의 태도를 보인다.



이 소설 전체적으로 여혐의 시선이 깔려있지만,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아타’와의 관계 부분이다. 이제 10대인 아이와 50대는 넘었을 주인공이 결혼을..? 게다가 둘을 주선해준 사람은 ‘아타’가 관심이 있어한다고 말하는데, 이게 바로 ‘쟤도 좋아했다.’라는 핑계 정신과 이어지는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모델인 폴 고갱의 예술적 위대함을 이야기하고자 쓴 소설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중심 이야기 자체만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고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피해자와 여혐은 아웃포커싱되었고, 작가 역시 ‘나’를 통해 이를 그저 평범하지 않은, 보통사람이 아닌 ‘예술가’ 주인공의 태도로 치부하고 그의 특이성 때문이라고 합리화를 한다.



그림에 대한 열정, 예술에 대한 갈망, 천재성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여도 되는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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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독서



거인의 땅에서, 우리 – 이금이

친구모임에서 여행을 가게된 숙희는 딸 다인이를 함께 데리고 몽골로 간다.

처음에는 딸 다인이의 시점에서 여행이 전개된다.
다인이는 감성적이고 까칠하고 퉁명스럽고 섬세하다.
다인이는 오빠만 챙기는 듯한 엄마 모습에 심통을 부리기도하고,
엄마가 주는 부담에 힘들어하는 오빠를 안쓰러워하기도한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을 조금이나마 챙겨주면 금세 풀어지기도한다.

엄마 숙희는 자신의 인생을 자식에게 바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식들이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여 잘되기를 바란다.
그게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지는 모르는 채,
자신이 헌신한 것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게 자식을 걱정하기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인이와 숙희는 서로 모르는 면이 많다는 걸 여행하면서 깨닫는다.
그리고 여행이 끝날때까지도 서로 모르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다.

여러모로 소통이 부족한 모녀 사이를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그 소통을 열어줄 매개체로 여행이 등장한다.

여행은 모든 사람마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여행도 한번쯤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지은이) 지음
밤티 펴냄

읽었어요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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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독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 _ 김승섭

모든 죽음과 모든 상처가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필자의 책.
필자는 사회가 막을 수 있는 질병과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개인에 국한된 질병 인자에만 주목해서는 알 수 없는,
사회의 질병에 대한 책임.

차별, 불공정, 사회적 불안 등은 사람에게 병에 취약해지는 요인이 된다.
병원에서 항상 말하는, ‘스트레스’에 의한 병이 사회적 책임 부분인건 아닐지 생각해본다.

개인만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눈을 넓혀
질병을,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책.
그 속에서 나의 책임은 어떠한지도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읽었어요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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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독서



누구도 울지 않는 밤 _ 김이설

각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상실을 겪어낸다.
어쩔 수 없는 상실이든, 내가 선택한 상실이든, 모든 상실은 힘들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다만, 제목처럼 누구도 울지 않으며 오늘을 지낸다.
그저 울지 않은 밤일까, 울지 못한 밤일까?

‘다행히 아무도 울지 않은 밤이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모든 주인공들이 울 수 있는 밤을 언젠가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도 울지 않는 밤

김이설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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