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순전한 기독교 (양장)의 표지 이미지

순전한 기독교

C. S. 루이스 지음
홍성사 펴냄

"프로이트는 신경증 치료에는 전문가이지만 일반철학에는 아마추어이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분별력 있는 태도"라는 프로이트에 대한 그의 평가를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C.S.루이스는 문학에 있어서는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철학에 있어서는 철저한 아마추어이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게 분별력 있는 태도"라고. 불행히도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동질감을 느꼈다. 그녀와 마찬가지의 꿈을 품고 좌절들을 겪으며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게 글쟁이들이다. 한국에서 글값은 수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이고, 심지어 적잖은 업체가 그 기본마저 지키지 않고 글값을 내려 깎는다. 유명하지 못한 이들은 그나마의 연재처를 얻기도 어렵고, 그마저 읽는 이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글로써 삶을 꾸려가고 삶으로 글쓰는 일을 지탱하는 저자의 노고가 대단하다. '한 달 수입이 0원일 때도 있어요'라는 충격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윤이나 알바인생 14년을 오르내리며 원고료를 떼먹히는 프리랜서의 현실부터 노동법 테두리 바깥에 서 있는 방송국 작가의 삶, 또 막연한 희망을 찾아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겪은 일, 몸은 편한데 마음 불편할 때 많은 과외와 사람들의 온갖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교외 라이브 카페 서빙 일까지를 두루 훑어나간다.

책은 알바 중에 마주하고 그로부터 깨지고 고통받고 성장하며 발전해온 미쓰윤, 윤이나의 지난 시절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그중에선 물론 자랑스럽고 멋스런 일도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애환이 느껴지는 일이 몇배 쯤은 많다. 알바생이란 대개 손님이며 고용주보다 불안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게 마련, 심지어는 요즈음보다 시급이 훨씬 적던 시절의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던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서러운 대우가 그를 받는 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것인지는 당사자의 눈을 통해 읽을 때에야 제 빛깔을 드러낸다.

미쓰윤의 알바일지

윤이나 지음
미래의창 펴냄

17시간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학술연구에서 독립변인 외의 요건을 통제하여 무엇이 둘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입증하려는 시도처럼 남자로 인해 극명하게 갈리는 여자의 삶을 안진진의 시각에서 되살려 독자 앞에 펼쳐놓는다. 흔히 말해지는 속담 '여자팔자는 뒤웅박'이란 이야기가 어쩌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

20년이 넘도록 젊은 여성들에게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소설이 가진 명백한 한계, 이를테면 구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진진이 제게 다가오는 두 남자 외 다른 이와 관계 맺을 생각은 못한다거나, 후반부에 잇달아 벌어지는 결정적 사건들의 개연성 부족, 나아가 그 결말이 이렇다 할 의미를 창출해낼 정도엔 이르지 못한다는 등의 문제가 뚜렷함에도 긍정적 반응이 재생산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

그럼에도 가치가 있다면 엄존하는 현실과 그에 반하고픈 욕구 사이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고뇌를 자연스레 내보이는 게 아닐런지.

모순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한강은 이 소설을 쓴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것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 가운데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고통과 분노와 절망 따위가 흩뿌려져 있는 듯하다. 마치 더욱 참혹한 고통을 다룬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낸 뒤 그것이 사랑이야기라고 주장했던 것만큼이나 당혹스럽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에 발췌한 짤막한 구절에서 엿보이듯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또 우정과 사랑에 대한 흔적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너무 흔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마치 발가벗겨져 쫓겨난 뒤에야 옷과 집, 부모가 준 애정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의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움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수의 사랑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