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의 백미는 친부살해 혐의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의 논쟁이다.
양측은 논리적이면서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맏아들 드미트리의 유무죄를 다투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땐 마치 법정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추리 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작품이 어떻게 고전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거기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저자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 않았다.“ 큰 형 드미트리
”죽이지 않았지만, 죽기를 바랬다.“ 둘째 형 이반
그러니까,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들에게 묻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생각 만으로도 죄가 되는가?‘
불순한 생각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현실의 모순성을 드러내고, 또 같은 이유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것리 이 책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담 도스토예프스키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있을까?
화가 났을 때 나도 모르게 나쁜 생각이 떠오르고,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를 응원한 적도 있으며, 아주 가끔이지만 잘 나가는 누군가가 고꾸라지길 바란 적도 있기에 나쁜 생각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인간인 이상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닐까?
나쁜 생각이라도 굳이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 다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좋을 듯싶다.
우린 결함 많은 인간이지, 완벽한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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