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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민음사 펴냄

3권의 백미는 친부살해 혐의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 간의 논쟁이다.

양측은 논리적이면서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맏아들 드미트리의 유무죄를 다투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땐 마치 법정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추리 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작품이 어떻게 고전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거기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저자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 않았다.“ 큰 형 드미트리

”죽이지 않았지만, 죽기를 바랬다.“ 둘째 형 이반

그러니까, 나쁜 생각을 품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불순한 생각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현실의 모순성과, 또 같은 이유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것리 이 책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이 아닐까 한다.

화가 났을 때 나도 모르게 나쁜 생각이 떠오르고,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를 응원한 적도 있으며, 아주 가끔이지만 잘 나가는 누군가가 고꾸라지길 바란 적도 있기에 나쁜 생각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인간인 이상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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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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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역자의 해설이 담긴 주석을 참고하며 꾸역꾸역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역자의 해설은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의 풀이과정을 보는 것처럼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역자의 해설이 없었더라면 의미 없이 글자만 읽으며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가며 베르그송 사유의 핵심개념을 설명해주신 번역가 이명곤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르그송은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냈다.

이 책의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아래와 같은 개념에 상응한다.

1. 육체와 정신

2. 연장성과 비연장성

3. 양과 질

4. 필연과 자유

5. 유물론과 관념론

이처럼 서양철학은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이원론적 대립관계로 설정해왔지만, 베르그송은 이러한 이원론에 반기를 들고 둘 사이의 통합을 이뤄냈다.

베르그송의 사유 속에서 통합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공식

[거리 = 시간 x 속도]에 적용된 시간은 과학자들의 시간으로 거리라는 물리량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일정 단위로 분할 된 시간 개념이 필요하지만,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 개념은 이 공식에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은 절대 끊기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지속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기억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고 또 그 바탕위에서 균형감있게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다.

기억은 육체(대뇌)에 파일형식(물질)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담겨 우리 의식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뇌는 대상을 의식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할 뿐이며, 대상을 이미지로 만든 우리 의식은 정신에 속한 기억과 결합해 온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물질의 뇌 + 정신의 기억 = 전체 우주라 할 수 있으며, 이 책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둘 사이의 결합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물질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

베르그송은 둘 중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가 현실을 그리고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질에 깃든 정신,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끊임 없이 교류하는 정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을 때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에 나의 정신이 담겨 있다?’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양자중첩이 일어나는 미시세계에선 가능할는 지도 모르겠다.

유물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땐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고,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또 둘을 멋지게 결합시킨 베르그송의 주장도 맞는것 같다.

힘들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을 배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고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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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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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등극한 아인슈타인과 시간 논쟁을 벌인 듯 하다.

참고로 베르그송은 우리의 시선이 포착한 운동을 시간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운동은 그 자체로 지속적인 움직임일 뿐,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고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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