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역자의 해설이 담긴 주석을 참고하며 꾸역꾸역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역자의 주석은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의 풀이과정을 보는 것처럼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역자의 주석이 없었더라면 의미 없이 글자만 읽으며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가며 베르그송 사유의 핵심개념을 설명해주신 번역가 이명곤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르그송은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냈다.
이 책의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아래와 같은 개념에 상응한다.
1. 육체와 정신
2. 연장성과 비연장성
3. 양과 질
4. 필연과 자유
5. 유물론과 관념론
이처럼 서양철학은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이원론적 대립관계로 설정해왔지만, 베르그송은 이러한 이원론에 반기를 들고 둘 사이의 통합을 이뤄냈다.
베르그송의 사유 속에서 통합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공식
[거리 = 시간 x 속도]에 적용된 시간은 과학자들의 시간으로 거리라는 물리량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일정 단위로 분할 된 시간 개념이 필요하지만,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 개념은 이 공식에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은 절대 끊기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지속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기억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고 또 그 바탕위에서 균형감있게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다.
기억은 육체(대뇌)에 파일형식(물질)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담겨 우리 의식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뇌는 대상을 의식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할 뿐이며, 대상을 이미지로 만든 우리 의식은 정신에 속한 기억과 결합해 온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물질의 뇌 + 정신의 기억 = 전체 우주라 할 수 있으며, 이 책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둘 사이의 결합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물질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
베르그송은 둘 중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가 현실을 그리고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질에 깃든 정신,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끊임 없이 교류하는 정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을 때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에 나의 정신이 담겨 있다?’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양자중첩이 일어나는 미시세계에선 가능할는 지도 모르겠다.
유물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땐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고,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또 둘을 멋지게 결합시킨 베르그송의 주장도 맞는것 같다.
힘들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을 배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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