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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큰글자도서)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수업)의 표지 이미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 펴냄

명상 설명서. 에필로그를 보기 전까지 내내, 마지막 쪽까지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다.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 ‘명상’을 할 기회가 자주 생기는데 사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고 있다가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잡념을 비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흘려보내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무의식으로 해 왔던 모든 것들, 예를 들면 바닥에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 어느 한 쪽으로 몸이 기우는 것, 목이나 어깨에 힘이 힘이들어가는 것,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것, 눈을 뜨고 감는 것, 숨을 쉬는 것, 뇌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까지 스스로 인식하고 집중해서 의식적인 행위로 바꾸는 일. 아마도 그게 명상의 과정이리라. 그러다 보면 자아를 객관화해서 바라보게 되고 조금 더 잘 보살필 수 있게 되고, 나아가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기회를 얻는 걸까.
책 속에 쓰여 있는 가르침들은 사실 동양 불교문화권에서는 익숙한 문장들이기도 하다. 그래, 내가 이걸 다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지. 말이야 쉽지.. 그렇게 쉬게 책장을 넘기다가 에필로그를 마주했을 때 (읽기 전까지 마지막을 모르고 있었다.) 잠깐 숨을 멈출 만큼 놀랐다.
이 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던 대로 선택했구나. 자신과의 관계를, 또 그 마지막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죽음은 도처에 있고 사십대 중반쯤 되면 느슨한 관계망 사이에서는 제법 겪기도 하지만 내 자신에게 대입하기란 쉽지 않았는데 이런 관점이라면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읽으면서 내내 몰랐지만, 다 읽고 나니 여운이 꽤나 오래 갈 것 같은 책이다.
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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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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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길 기대했는데 이게 진짜 끝이었네. 파일 복구해서 추가된 부분은 작가의 말 뿐. 그럼 좀 허탈한데?

영화 판권 탐내는 제작사나 감독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시각화하기 쉽지는 않겠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달까지 가자>도 최근에 드라마화 된 걸 보니 전혀 다른 얘기 같아서 낯설기는 했다만.

확실히 다양성이 화두인 시대는 맞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극단주의들이 판을 치는데도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양한 배경, 인종, 문화를 넘어 외계인까지 다양성을 얘기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라는 얘기들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과 수용, 나아가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도 나갈 수 있는 용기, 또 그에 대한 존중…

머리로도 알고 있고, 마음으로도 이해하고,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실천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어디까지 가능할 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사디스트-마조히스트 관계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 영화 <그녀>나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관계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교리 자체가 몹시 배타적이고 성불평등적인 종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는 존재로서 지구상 비인간 생명체들의 권리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나,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진짜 배려일까, 또는 차별일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도 안 나오는 어려운 문제들이 한가득이다.

과거는 없는 이 소설에서 현재와 미래와 나인은 대화와 믿음으로 각자의 삶을 지켜간다. 이 아이들은 대체 옳다고 믿는 것들을 해내는 용기와 다른 존재들에 대한 포용을 어디에서 배운 걸까.

나인

천선란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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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름의 고난이 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항상 밝고 멋지고 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늘 그런 모습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모습들이 부끄럽고 싫어서 숨기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넘어서서 조금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과정일 것이다.

작은 기쁨들을 채집하는 생활의 기술은 그 팍팍한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저 익숙한 습관일 수도, 꽤 용기를 내야하는 일탈일 수도, 타인에 대한 잠깐의 외면일 수도 있는 이런 기술들은 어쩌면 덜 상처받고 조금 더 단단하게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진짜 원천기술일 지도 모른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

김혜원 (지은이) 지음
인디고(글담)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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