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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가 그리는 택배업의 풍경은 그야말로 막막하다. 전 국민이 택배를 쓰는 시대니 업계 또한 호황 중 호황이어야 마땅하건만, 상황은 오늘내일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삭막하기만 하다.
주인공이 처음 속한 업체는 소규모 택배회사의 지역 대리점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내내 주인공이 마주하는 건 열악한 현실이다. 모두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채 200만 원이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일한다. 택배기사들은 아르바이트가 구해지지 않으면 직접 상하차까지 하고, 매일 할당된 물건을 처리하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한다.
돈을 적게 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다. 대기업이 장악한 택배업계에서 작은 업계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틸 뿐이다. 택배 값 3000원 뒤에 숨겨진 현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들과 개당 몇 백 원의 물건들을 들고 밤늦게까지 분주히 움직이는 기사들이 있는 것이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택배업을 진솔하게 그린 작품이다. 택배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현장을 가까이서 그렸고, 그 안에서 일에 매진하는 이들의 삶도 사람냄새 나게 다뤘다. 그러면서도 제 생각을 강하게 드러내거나 누군가의 사연을 깊이 다루지 않는다. 장단이 분명한 이 선택으로, 작품은 선명하진 않지만 모두를 불편하지 않게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뚜렷한 문제의식이나 비판, 해결책이 제시되진 않아도 이 책을 읽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택배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 중 택배일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음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들이 놓인 열악한 현실과 그 현실을 만드는 부조리한 구조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해결하는 건 문제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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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브레이커
문제를 해결하는 건 문제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명언이네요
2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