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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중독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의 표지 이미지

음식 중독

마이클 모스 지음
민음사 펴냄

가공식품산업계가 음식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고발한다. 그로부터 먹거리를 선택한다고 여겨져 온 소비자들이 실은 먹는 것에 중독되어 왔음을, 그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책은 소비자와 담배업체 간 소송전으로 시작하여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식품군을 지나, 펩시코와 크래프트, 네슬레 등 굴지의 가공식품업체 이야기까지 망라한다.

우선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이 처음부터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중독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00만 년 동안 음식중독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자 생존의 근간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음식중독이 인간에게 문제가 된 건 고작 최근 40여년의 일일 뿐이다. 차이는 단 한 가지, 음식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책이 묘사하는 가공식품업계의 발전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맛의 이상적 지점을 찾고, 다음에도 그 제품을 고르도록 유인하며,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맛만 다른 유사제품을 출시한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분표시를 잘 보이지 않게 하거나, 더 건강한 식품인 듯 상상하도록 이끌고, 1회제공량이란 불명확한 용어를 활용하여 저항감을 낮추기도 한다. 과학자를 고용하여 제게 유리한 연구를 거듭하고, 법률가를 통해 장래의 소송전에 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치다.

책은 과다한 설탕 사용부터 합성감미료로의 대체를 가공식품업계가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변해버린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고 과감하게 고리를 끊는 것이 음식중독의 해악에서 탈피하는 길이라고도 적는다.

섬세한 진단과 치밀한 분석에 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원론적이어서 아쉬움을 안긴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눈앞의 음식에 쏠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먹는 이 스스로 제가 먹는 것에 투철해지라는 일침이다. 결국 제 몸을 책임지는 건 저 자신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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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제가 선 곳으로부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서 다른이를 판단하는 무지며 오만과 자주 마주한다. 살아온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다른 개인이 웬만한 수련으로는 제 자리에서 남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인간들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를 오판한다.

근래 벌어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논란도, 최재형 선생에 대한 역사의 망실도 모두 이 같은 오만으로부터 출발한다. 러시아 국적을 갖거나 소련에 동조한 선택은 이들이 노비의 자식이며, 조국 강토를 잃고 터전이 없는 곳에서 조직과 과업을 이루기로 한 선택에 따른 것이다. 상하이파가 독립운동의 대세가 된 건 당시의 누구도 읽어낼 수 없는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우연적 결과 때문이지 다른 무엇도 아니다. 대체 당시의 어느 누가 러시아와 일본을 동맹국으로 만든 1차대전 발발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최재형은 노비로 태어나 타지에서 맨주먹으로 성공을 일궜다. 그 모든 성공을 제 출신국의 인민과 나누려 했다. 교육사업과 실업진흥, 무장투쟁과 안중근의 의거를 모두 지원한 보기 드문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업적의 근간이 열두어살부터 유럽으로 떠난 항해들에 의지했단 건 다분히 인상적인 대목이다. 상하이파 집안 좋은 샌님들이나 조선 관료 출신 운동가들이 갖지 못한 세계관을 노비의 자식이고 러시아 선장에게 거둬진 최재형은 일찌감치 가졌던 것이다. 열두어살에 표트르 대제가 세운 유럽의 창을 보고,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의 서로 다른 발전을 목격하며, 무엇보다 그 험난한 항해로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한 최재형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열일곱에 배를 내렸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전에 읽은 소설보단 낫지만 전기가 아주 잘 쓰였다고는 못하겠다. 사료가 부족하여 몇몇 학술서에 크게 의지하는 탓이겠다. 그러나 최재형의 독특한 삶은 그 시대 보통의 삶과 크게 다른 것이었고, 나는 그 다름이 어디로부터 유래한 것인지에 큰 관심이 있다. 왜 누군가는 다른 이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가, 나의 관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문영숙 지음
우리나비 펴냄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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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년 최재형이 러시아의 신망 있는 사업가이자 한인 지도자, 나아가 독립운동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가출하여 선한 러시아 선장 부부에게 거둬지고 상선 선원이 되어 넓은 세상과 만나는 모습은 읽는 내내 마치 어린 최재형이 된 것 같은 설렘을 안긴다. 모든 것이 새로움이고 배움이었을 나날이 그를 얼마나 큰 사람으로 성장시켰을 지가 선하게 그려진다. 바다에서 돌아온 최재형은 러시아 상사에서 근무하며 인맥과 사업수완을 길러나간다.

러시아어가 능통하고 세상물정을 아는 청년 최재형이 한인사회에서 걸맞는 쓰임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제 뿌리를 잊지 않은 최재형은 러시아 사회의 인정과 한인들의 지지를 받아 오늘의 군수쯤인 도헌에 임명된다. 아관파천 뒤 러시아를 중요하게 여긴 한인들이 최재형을 찾으며 점차 정세에 눈을 뜨고, 나라가 위험에 처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선다. 그로부터 러시아 독립운동의 중심 격 인물이자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의 배후로 혁혁한 공을 세우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최재형이란 인물이 가진 가치와 가능성에 비해 소설의 매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단 하나, 작가의 역량부족이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으로 최재형이 제 평가를 받아가고, 멸실됐던 묘역이 복원되었으며, 그 자손들이 마땅한 대우를 받게 되니 한낱 소설의 완성도로 폄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문영숙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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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빤스 내리고 뛰어다니는 이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빤스 내리고 뛰는 이에게 고맙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게 빤스를 내리고 달릴 용기가 없다 해서 그가 대단하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튼 즐겁게 본 건 사실이다. 작가 포함 모든 바바리러너들의 안녕을 기원하겠다. 더 참신한 후속작도 기다...

역행자

자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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