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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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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에 걸쳐 물려받은 특별한 능력 - 신이 구하라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 - 은 외할머니에겐 기적이었고, 어머니에겐 고통이었다. 주인공인 목화는 히어로 아닌 히어로 같은 이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등이 일어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단 하나뿐인 삶이기 때문에 운명을 수긍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프롤로그엔 나무들 이야기가 나오기에 자연을 다룬 책인가, 생각했다가 1장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 이야기가 나오기에 옛날 민담 같은 이야긴가, 했다가 그 뒤로도 쭉쭉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서사인데 예상치 못한 인물과 사건들이 자꾸 나와서 전혀 단조로울 틈이 없이 흥미있게 읽었다.

신기한 사건들과는 별개로 또 얼마나 많은 죽음들이 나오는지, 수많은 죽음을 보고 있자니 우울해질 정도다. 이 수많은 죽음들 중에서 신이 명령한 단 한 사람의 목숨만 구하는 것이 주인공의 임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축복일까 아니면 그외의 죽음을 보고도 어찌 할 수가 없으니 저주일까.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는데 난 어떤 자세로 이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1. 운명을 알려고 애쓰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인다.
2. 가까운 이들의 도움으로 운명에 저항하며 살아간다.
3. 치열하게 고민해서 운명을 끝내 수용한다.

'돌진하는 죽음을 피할 방법은 기적뿐이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111쪽)

"여기 있잖아."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148쪽)

'내가 원하는 삶은 바로 지금의 삶이다. ... 후회없이 기쁨을 누리고 사랑할 것이다." (238쪽)


현재를 살아가자.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Here and Now.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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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경제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쉽게 쓰려고 최선을 다한 책 같다.
모든 장은 요리의 재료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건 요리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 본격적으로 경제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에 관심이 있으나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웠던 분들이라면 이 책은 끝까지 볼 수 있으실 듯. 각 장마다 최소 여러 페이지는 음식 이야기로 훌훌 넘어가니 이렇게 쉽게 넘어가는 경제학 도서가 있었던가.

장하준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쉬운 책을 썼을까?
목적은 대중에게 경제를 알리려고.
대중이? 경제를? 왜?
그야 투표를 해서 정치인을 선출하는 사람들이 대중이기 때문이다. 글의 앞머리에서 정책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모른다. 정책은 어떤 주의나 도덕, 사상(청교도 윤리, 유교 등)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재 보수 진영이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실제로 과거에 남미와 아프리카의 개도국들을 수렁으로 빠뜨렸고, 미국과 영국조차 무역 초기엔 강한 보호무역을 펼쳤다. 아시아는 나름 대처를 잘 해서 피해를 크게 입지는 않았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보호 무역은 필수다.
그외 인프라도 중요하고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다.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어떤 정책을 중시해야 할지까지 다양한 주제가 음식 이야기로 시작한다.

음식에 대한 지식도 넓히고 경제 지식도 넓히는 여러 모로 이로운 책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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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집을 주요 소재 또는 배경으로 한 여덟 편의 단편집인데 평범한 듯한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송곳 같은 예리함으로 독자의 마음을 찌르기도 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불꽃 같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 중 첫 번째 소설인 <미애>는 《2022년 젋은작가상 수상집》에서 만났던 작품이다.
주인공인 미애는 이혼하고 6세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다. 아파트 임대동에 거주하면서 독서모임에 나가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해져서 종종 딸을 맡아 달아는 신세를 지게 된다. 그리고 좋은 가치의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선우라는 이름의 모임원은 정말 친절하고 미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어느날 미애가 딸을 맡겼을 때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자기 딸이 미애의 딸과 함께 사라지는 일이 나자 그날 이후로 미애와 거리를 둔다. 미애는 선우 말고는 딸을 맡길 곳이 없었기도 하고 선우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으므로 오해를 풀고자 노력하지만 선우는 자기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금도 미안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기 딸이 미애의 딸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다.

내가 미애였다면 어찌 했을까. 절박한 마음에 끝까지 두드려 보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치사하다 생각하고 더이상 미련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했을 거라고 장담을 못하겠다. 그런데 내가 선우였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선우의 모습에서 내 벌거벗은 모습을 들킨 것 같아 화끈거렸다. 좋은 사람이고자 하지만 막상 닥치면 편견이라는 안락하고 쉬운 방패 뒤에 숨어버리고 말았으리라.

그래도 미애의 딸은 선우의 딸에게 카드를 쓰자며 엄마 손을 잡아 이끌며 소설이 끝난다. 선우가 부디 그 카드를 받고 마음을 풀어 주면 좋겠다.

마지막 소설이면서 책의 제목인 <축복을 비는 마음>엔 입주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주인공이다. 낮은 곳에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트집을 잡아 일당을 깎는 사람들, 힘든 일을 피하는 얌체 팀원들, 청소 약물로 인한 알 수 없는 통증들, 항의하면 깐깐한 직원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일을 배당해 주지 않는 업체 사장들 등등 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이 언급된다.
이삿짐이 드나들 때마다 이 분들의 손길이 필요한데, 좋은 사람들도 있으나 어떤 사람들은 무례하다. 집을 엉망으로 해 놓고 간 집을 청소할 때의 마음을 인선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뭐. 깨끗하게 청소해 드리는 만큼 좋은 일 많이 생기시라고 빌어 주는 거죠."
이렇게 맘씨 좋은 인선과 짝을 이루는 경옥은 또 반대로 부당한 경우에 따질 것을 따지는 사람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바로 그 인물. 소설의 결말에선 이 둘이 같이 청소 업체를 차려보자고 의기투합한다.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두 가지 방식 - 불합리에 항의하기, 미워하지 않기 -이 나라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조화를 이룬다면 어떤 궂은 일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외 소설들에서는 재개발을 둘러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목화맨션>),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이남 터미널>),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 중개자로서의 모습(<산무동320-1번지>)가족과 동료와의 갈등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등하는 모습(<자전거와 세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에 대한 가능성(<사랑히는 미래>)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복도를 걷는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다만 눈에 보이는 저 낡은 주택들만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목화맨션>

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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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표지는 동화 같은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무섭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간도 동물이다'라는 인식에서 바라보면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나, 현재 우리가 가축을 식용하기 위해 도살장에서 살처분하는 거나 별 다를 게 없었다.

사랑과 관용, 연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이야기해왔으면서, 전장연(전국장애인연합회)의 시위를 오가며 봐 왔으면서, 많은 비거니즘을 마주쳤으면서 여지껏 난 너무 무지했구나. 무지한 것조차 모르고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다.

종이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에 뜨는 인터넷 매체에서 접한 전장연 소식들은 알맹이를 뺀 껍질 같은 뉴스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멈추고 오체투지하며 시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았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된 탈시설 문제도 왜 중요한지 알았다. 우리 비장애인들은 우리의 자유를 위해 정말 많은 장애인들을 세상 밖으로 밀어낸 채 살아왔다. 이들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는 궁벽한 장소에 위치한 감옥이나 다름없는 시설에서 자유를 뺏긴 채 살아왔다. 누구에게나 일상을 누릴 기본권이 있는데 우리는 이들을 안 보이는 곳에 묶어 두고 잊어버린 건 아닐까.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의 장애인 처우는 너무나 열악한 편이라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이 권리를 요구하며 세상으로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 조금씩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요구를 하나 들어 주니 다른 것을 요구한다'며 파렴치하다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종의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품종개량되어가는 이야기나 컨베이어벨트에 묶여 기계적으로 도축되는 이야기들도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이다. 글쓴이와 모든 면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니 꼭 한 번 읽기를 권한다.

나는 동물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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