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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홍성욱 외 15명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서울 리브 오브 북스 2024 봄을 읽고 서평이 이렇게 전문적이고 철학적으로 사유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번에 14호 여름 호를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 여름 호에서는 인간 인식의 본질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상식과 객관적 정보가 무시되고,
합리성과 과학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배자의 논리로 매도 되거나
공격 받는 현실 속에서 왜?사람들은 점술이나 신탁에 의거해서 의사 결정을 하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영적 현상에 매료되는지? 
다양한 책의 서평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한승훈은 '미신의 연대기'에서 종교의 역사와 미신의 역사를 함께 논하고 미신의
사회학이 어떤 방식으로 구사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학문이라면,
낯설고 기이하게 여겨지는 인간 문화야말로 그 첨단에 있는
연구 대상이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에서 권석준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유명한 서곡
'핑갈의 동굴'의 예를 들며 패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지능을 정의할 때 기본적으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패턴의 완성이다. 
현대 인공지능 연구에서 인간을 가장 흉내 내고 싶어 하는 분야도 패턴의 인식과 완성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리하여 패턴의 완성이 잘못된 믿음과 광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아울러 과학 자체의 한계와 창조설과 사이비 역사는 왜 끝이 없이 이어져오는지도
파헤친다. 
 
오성희는 '무당, 여성, 신령들'의 서평을 통해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에 대해 적고 있다.
굿을 관찰한 장면과 제주도 무속을 통해 드러나는 민중 기억과 여성주의 서사에 관해서도 풀어내고 있다. 
 
'애니미즘과 현대세계'에 관한 서평에서는 애니미즘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애니미즘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원시 부족의 세계관과 그들이 경험한 세상에서 애니미즘은 삶을 지속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는 것을 만드는 감수성으로 이해하자는 방향성도 제시한다. 
 
이번 호의 새로운 기획 '고전의 강'에서는 진화 심리학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거쳐가야 할 필독서 중 하나인 '도덕적 동물'을 소개하고 있다.
2003년 우리말로 번역 소개된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오늘날 진화 심리학 분야 발전에 미친 영향과 진화 심리학의 필요성을 상세히 적고 있다. 
 
이번 호 문학에서는 두 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성우의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타자기 전쟁'은  한국어의 말소리와 방언을 공부하면서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로 살고 있는 작가가 꿈에서 만난 도보락과 도례미 씨의 이야기를 소설로 적고 있다.
일제강점기 천재 음악가 홍난파는 '도례미'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자, 많은 곡을 작곡한 작곡가이지만 친일파로 생을 마감한 불운의 음악가다.
그가 작곡가 '사공의 노래'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140번째 마디의 선율과 노래 가사가 딱 맞아 떨어진다.
그것은 홍난파가 일본 유학시절 만난 드보르자크의 7촌 조카와의 인연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 7촌 조카가 드보락 자판의 타자기를 고안한 사람이다. 
 
소설을 읽고 언뜻 이해되지 않았는데 두 번쯤 읽으니 작가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조금은 와 닿는 것 같다. 
 
서울 리뷰 오브 북스에서 소개하는 서평은 서평 자체가 하나의 철학서 같은 느낌을 준다. 
"서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라고 얘기 하듯
책의 모든 의미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비평한다.
서평을 통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독자 입장에서는 
좋은 경험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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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Geschichte eines Kindes)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중심 주제로 흐르고 있는 대니의 생부가 마지막 결말에 밝혀지기를 희망하며 밤잠을 설쳐가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결말의 어느 부분에도 궁금해 했던 부분의 확실한 암시는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김안나 작가의 이 책은 오스트리아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을유문화사의 '암실문고' 시리즈로  번역 출간되었다.  
 
책은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의 그린 베이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혼모 캐럴이 낳은 아이 '대니얼'의 입양을 돕기 위해 생부를 찾고 있는 과정의 기록(사회복지국의 서류철)을 통해 전개된다. 
 
대니의 생부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의 중심엔 당시 백인 사회의 인종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의 생모인 캐럴은 백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체 세상에 태어난 아이 대니는 흑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복지국 소속 사회복지사 MW가 대니의 생부를 찾기 위해 행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집요하게 생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모 캐럴은 사회적 관심 거리와 냉대 속에 직장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책의 말미에 이 사건을 추적하는 작가 프란치스카는 MW의 딸과의 만남을 통해 1950년대의 인종 차별적 시선과 과학적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비인간적인 조사 과정과 마주한다.
이는 당시 백인 사회의 인종주의가 한 아이의 삶에 어떻게 깊이 개입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가 프란치스카는 2013년 버락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 위스콘신의 세인트 줄리언 대학의 초청으로 그린 베이에서 체류 작가로 여름 학기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하숙을 하기 위해 들어간 집 주인 조앤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 중인 조앤의 남편 대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의 부탁으로 대니의 출생과 생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성장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과 순수, 그리고 생존 의지를 탐구한다. 이야기는 특정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적인 '아이'의 상징성을 지닌다. 
 
이 소설은 이중 구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인종 문제를 연결하며, 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드는 인종차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고독, 그리고 정체성 탐색의 어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이야기는 1950년대 사회복지국의 기록을 따라 전개된다. 
미혼모가 낳은 아이 대니의 고립된 상황은 시대의 상징성이며, 동시에 사회가 한 아이를 '정의'하고 '구분'하려 했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대니는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겉으로는 잘 적응하고 결혼도 하지만, 평생 생부를 알지 못한 채 혼혈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로 인한 깊은 외로움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그는 백인 사회에 동화되려 애썼지만, 인종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으로 현재 시점에서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치스카(저자 김안나 본인의 캐릭터를 반영한)는 미국 그린베이에서 거주 작가로 머무는 동안, 대니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녀는 대니의 사례를 통해 자신 또한 오스트리아 백인 사회에서 소수 아시아계 혼혈 여성으로서 겪었던  문제, 즉 겉으로는 동화 된 듯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끊임없이 인종적 시선과 고독에 시달리는 경험을 자각한다. 
 
작가는 과거 대니의 기록과 현재 자신의 경험을 교차 시키며, 인종주의가 과거의 흑백 논리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인종 지도 속에서도 여전히 소수자의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고 완전한 소속감을 유예 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함을 지적한다. 
 
단순히 한 아이의 불행한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본연의 강한 생명력을 탐구한다. 
 
특히  '아이'라는 주제가 지닌 날카로운 통찰력은 외부의 복잡한 정보로부터 차단된 오직 자신의 감각과 본능에 의존하여 세상을 이해다. 이는 어른들의 편견과 상식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순수한 진실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하게한다.  
 
이 책은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궁금해 하게 하고 의문을 던지게 한다. 뒤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 고문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책의 저자 김안나 작가가 이국땅에서 느낀 본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도 한다. 소설 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도 한다. 
 
작가의 긴밀한 필체가 독자로 하여금 매번 놀라게 하고 끝없이 달려가는 미래를 암시한다. 
마지막에  MW의 딸 질비아의 입을 통해 듣는 MW란 인물의 이야기가 조금은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전은 질비아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나의 느낌!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나 치밀하고 짜임새가 단단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강렬한 물음표(대니의 생부)까지! 
 
책을 읽고 한참을 스스로 상상해본다.
내가 이 책을 해석하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우리 외로움의 공간들이 모두 다 지나가 저 뒤편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고통을 받앗고 즐겼고 다가오길 소망했고 배반했던 외로움의 공간들은 우리 안에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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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김안나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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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불안에 관하여 게시물 이미지
불안에 관하여

일상에서 우리는 매번 '불안' 이란 개념과 마주한다.
불안은 좋든 싫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불안은 우리의 무엇을 가로막고 있는가?
책의 저자 카스트는 우리가 불안을 마주할 때 숨어 있던 우리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보편적인 인간 감정을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의 분석 심리학적 관점에 기반해 깊이 있는 통찰로 이끌고 있다. 즉, 불안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중요한 신호로 해석한다.

단순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치부 될 수 있는 불안을 개인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신호이자, 내면의 그림자와 대면할 기회로 제시한다. 그리하여 불안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려는 시도 대신, 그것의 본질을 이해하고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자기 이해와 치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에서는 불안을 단일한 감정으로 보지 않고, 그 안에 내포된 다양한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 관계로부터 오는 불안, 존재론적 허무감에서 비롯된 불안 등 다양한 형태의 불안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특히  '두려움'과 '불안'을 명확히 구분하는데, 두려움이 특정 대상에 대한 반응인 반면, 불안은 그 대상이 모호하거나 불분명하며, 훨씬 더 근원적이고 전반적인 감정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이 단순히 두려움인지, 아니면 더 깊은 불안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성찰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불안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불안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면의 목소리로  때로는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진실,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욕구나 결핍을 드러내 줄 수 있다고 한다.

융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그림자(shadow)' 개념처럼, 불안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며, 이를 직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불안은 우리를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우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변화 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불안을 극복하는 '기술'을 제시하기보다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강조한다. 불안을 단순히 제거하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불안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의 불안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며, 그 근원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불안과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꿈 분석, 상징 해석 등 융 심리학의 도구를 활용하여 내면의 무의식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불안을 탐색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의 저자 베레나 카스트는 심리학자로서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융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공감을 선사한다. 복잡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심리적 개념들을 일상적 언어와 실제 사례를 통해 풀어내며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통해 불안에 대한 이론적 개념을 넘어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불안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불안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한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불안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는 위로와 이해를, 그리고 더 나아가 불안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려는 이들에게는 용기와 방향을 제시한다.

불안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자기 이해와 치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불안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치유의 메시지를 통해, 더욱 온전한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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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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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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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고전 속 퀴어 로맨스 게시물 이미지
키스를 멈추지 않을거야 
 
이 책을 선물 받고 한동안 책상 위 한 곳에 오래도록 놓여있었다. 
 
책을 받았을 때 책 페이지에 있는 '고전 속 퀴어 로맨스'란 문구에서 나도 모르게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선입견이란 것은 가끔은 우리가 가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어떠한 검증도 없이 마음의 문을 닿게 한다. 
 
몇 주 전 대학원 강의 때 고대 그리스의 철학을 논하다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 
 
강의 도중 한 학생이 동성애에 대한 부분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모두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다 안 맞다는 것을 나쁘다는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똑같이 존중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으로 학생에게 나의 뜻을 전달했는데 좀처럼 본인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나는 수업을 듣는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생각에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에게 이 주제에 대해 5분 발언권을 주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었다. 특히 현재 주변에 동성애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모든 의견을 듣고 조금은 이해가 되었을까? 했던 나의 생각은 완전 오류였다. 처음 이 부분에 대해 질문했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에 계속해서 논쟁이 이어져 "교수님 그냥 수업 계속해 주세요"라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나서야 일단락이 지어졌지만, 강의를 마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본인의 생각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려서 죄송합니다"
학생에게 답장을 했다. 개인의 생각들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각자 존중 받아야 한다고....... 
 
주말 연휴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론은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엄청난 후회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책이 너무나 흥미로워 이틀 만에 완독했다.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의 귀족 계층에서는 남성들 사이의 사랑, 특히 성인 남성(에라스테스)과 미소년(에로메노스) 간의 관계인 파이데라스티아(pederastia)가 일반적인 문화였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를 넘어 교육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 에라스테스가 에로메노스에게 지성과 덕성을 가르치고 멘토 역할을 하는 식이었다.

플라톤의 '향연'은 이러한 남성들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대화편이며, 다양한 인물들이 사랑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여기서 플라톤은 육체적인 사랑을 넘어선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사랑, 즉 우리가 흔히 "플라토닉 러브"라고 부르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육체적인 욕망에 얽매이지 않고 아름다움 그 자체, 즉 미의 이데아를 추구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일부 학자들은 플라톤이 "여자와 동침하면 육신을 낳지만 남자와 동침하면 마음의 생명을 낳는다"고 강조한 것을 들어 그가 동성애를 고차원적인 사랑으로 여겼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문헌들을 통해 퀴어 서사를 탐색하고, 현대 독자들에게 퀴어 역사의 뿌리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고대에도 퀴어 사랑이 존재했으며, 그것이 단순히 일탈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이다. 플라톤의 '향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 고전 문학 속에 숨겨져 있거나 왜곡되었던 퀴어 로맨스들을 끄집어내어 현대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는 근대 이후 종교적, 사회적 이유로 퀴어 서사가 억압되고 삭제된 역사를 역행하며,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찾아주는 작업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책의 저자인 숀 휴잇과 그림을 그린 루크 에드워드 홀 모두 퀴어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고전 문헌 속에서 자신들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발견했다고 고백하며,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이 책의 내용에 깊이와 진정성을 더한다. 고대의 퀴어 영웅들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감각적인 삽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부분을 우리는 외면 시 하진 못할 것이다.

책은 사랑이 시대와 환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감정임을 강조한다. 고대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현대의 우리가 겪는 사랑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사랑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시각을 갖도록 돕는다. 신화 속 신과 인간의 사랑, 동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접하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고전 문헌들을 인용하고 해석하는 숀 휴잇의 글과 루크 에드워드 홀의 모던하고 경쾌한 삽화가 어우러져 책의 매력은 두 배가 된다. 책을 읽으며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의 불편함에서 스스로 해방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고전이 가지고 있는 진중함과 현대 예술의 자유분방함이 만나 퀴어 로맨스에 대한 기존의 무겁거나 어두운 인식을 걷어내고 밝고 신선한 방식으로 접근한 부분을 높이 사고 싶다.

누구에게나 존중받을 권리는 있다. 그리고 모두에게는 가치관이 차이가 있다. 그것은 맞다, 아니다로 정의 내려지지는 못할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측면의 해석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의 조심스러운 의견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는 단순히 고전 속 퀴어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퀴어 역사를 재구성하고, 사랑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긍정하며, 독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특히 고대 서사를 통해 퀴어의 존재가 결코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늘 존재해왔음을 증명하며, 퀴어 독자들에게는 소속감을, 비퀴어 독자들에게는 사랑과 인간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선사하는 책이다.

많은 신화와 역사 속 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탁월한 해석에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빠져들었다. 모두는 존중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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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고전 속 퀴어 로맨스

숀 휴잇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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