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나우주 지음
김영사 펴냄
📕24#25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2024.08.31
⏩️나에겐 별로 힐링물이 아닌...
휴남동 서점, 불편한 편의점처럼 마녀가 죽을 팔면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힐링포션을 죽으로 주는... 사람냄새 나는 힐링물일 줄 알았는데, 심오한 내면세계의 탐구여정을 담은 책이었다. 작가가 종교가 있거나 영적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틀림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번아웃이 오지 않았다는 증거인가???
사람들의 욕망을 살짝 이용해 죽을 팔던 마녀는 자기 자신,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찾고 싶어했다. 내면의 허무를 이겨내고 싶어 무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하지만 나아질 기색은 없어 여전히 죽을 끌이고 있다. 그녀에게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말하지 마라!"와 같은 이런 식의 수행방식은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곳 저곳을 떠돌며 칩거생활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정신병원에 스스로 들어가기도 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지만, 또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 자신이 나 자신에 대해 정말 모른다.
마녀는 여러 생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고기, 길가의 꽃들, 땅의 벌레들... 한 번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지네가 나왔는데, 그 지네는 상대의 동의 없이 선을 넘고 싶어 해서 너무 소름끼쳤다.. (그게 지네라서 그런 건가? 만약 영화 속 잘생긴 배우라면? 하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나 자신을 잘 지켜야 하는 우리네 세상이다. 마녀에게는 민들레와의 만남이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병원 옥상에서 삶을 자조하고 있을 때, 민들레는 조금이라도 더 햇빛을 받고 살아내기 위해 비켜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도 이렇게 시멘트 속 겨우 뿌리를 내려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마녀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한다.
결국 우리는 크든 작든 무슨 일에 우리의 열정을 쏟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결과, 성취로 우리의 삶을 엮어보리기 십상이다. 외부의 것들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좌절한다. 그래서 영원한 것에 진짜 나의 정체성을 두어야 한다. 슬퍼할 만한 환경이나 조건에서도 자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는 반석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복음을 떠올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날 보며 내 복음력이 좀 상승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0
송하영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