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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허먼 멜빌 지음
현대지성 펴냄

처음 1회독 때에는 2주라는 한정된 시간에 700여 페이지를 읽어야 했기 때문에 내 독서 스타일대로 읽지 못했다. 의미 파악은 커녕 그저 줄거리를 취합하는 데 급급했고 서평을 쓰기 위해 뒤쪽 해설을 열심히 읽었다는~ ㅋㅋ

이렇게 읽은 책들은 마음 한 켠에 차곡차곡 쌓인다.

언젠가 다시 읽고 말겠어~! 라고.



그래서 다시 시작!

느낌으로는 한 달도 넘게 읽은 것 같은데 찾아보니 10월 6일에 읽기 시작! 30일에 마쳤으니 약 25일이 걸렸다.

처음 열정 그대로 하나하나 열심히 읽지는 못했다.

특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라면 심취했을지 모르는 "고래학" 부분은 정말 절망스러워서 몇 번을 졸다 깨다 읽었는지 모른다. 이 고래학이 왜 이 소설에 필요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어쨌든~ 두 번째 읽은 모비 딕에선 구성이 보였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모비 딕>은 기본적으로는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고 그 위에 액자식 구성 같은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연출이 가미된 희곡의 형식도 등장한다. 지문 안에 하나하나 지시하고 독백 처리 또한 훌륭하여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 한 "고래학"과 같은 논문식 설명과 함께 구성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그런데 이 형식을 파괴하는 구성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

형식이 그러다 보니 시점 또한 전지적 시점이었다가 1인칭 관찰자였다가 왔다갔다 하지만 그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해설을 보니 이런 구성은 스토리텔링의 사실성 확보를 위한 장치라고~)



이야기는 커다랗게 에이해브가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이야기지만 이 둘의 만남과 한판 대결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소설은 이 배에 탄 이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이 배가 항해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배들과의 만남(점진적 구성을 띠며 앞으로 피쿼드 호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를 암시한다.), 또한 미친 것 같아 보이는 에이해브가 어째서 포기하지 않고 모비 딕을 뒤쫓는지에 대한 정당성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무려 25일이나 걸려 읽어도 나는 이 책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듯 하다. 그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좀 아는 덕분에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고 무신론자 중에서는 아마도 조금 성경을 알고 있는 덕분에 한 5% 정도는 또 이해한 것 같지만.... 무궁무진한 비약과 비유, 상징을 난 더이상 이겨낼 수 없다. 하.... 하.....하!



그래도 이번 2회독은 나름 재밌게 읽었다. 너무 어려운데 재미있다는 게 참 어불성설이지만 어쩌겠어, 내 능력이 거기까지인 걸.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모비 딕>은 책장에 그저 꽂혀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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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부탁해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설상록 지음
비룡소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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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두 소녀의 얼굴이 표지를 가득 채운 <두 개의 달>은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닮은 듯, 다른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다 언제나 신비로움 가득한 "달"이 제목에 들어가니 당연히 읽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런 표지의 첫 느낌처럼 소설의 시작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보육원에서의 대화는 한 아이에 대한 것이고 누군가가 그 아이를 원한다는 것, 그런데 그 아이는 뭔가 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테리는 아이뿐이 아니다. 이 아이를 원하는 츠다 할머니는 생일과 혈육, 달이라는 단서를 달아 아이를 찾고 있다. 어쩌면 이 아이는 어떤 음모에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곳에서 또다른 아이가 같은 형식으로 츠다 할머니와 연결된다. 츠다는 왜 이 아이들을 찾는 것일까.



앞부분의 진행이 무척 흥미로워서 정말 즐겁게 읽어나갔다. 달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아이들, 미즈키와 아키라가 각각 다른 곳에서 지냈지만 이 둘은 같은 눈과 각자의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어째서 아무 관련이 없는 츠다가 이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았는지도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두 아이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모습은 무척 흐뭇하기까지 하다.



마냥 판타지일 것만 같던 <두 개의 달>은 서서히 츠다의 비밀이 밝혀지며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로 이어진다. 뒷 표지에 쓰인 츠다의 말, "나로 인해 죽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돌아오지 못해도 괜찮아."(...뒷표지 중)는 책의 주제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한순간의 실수와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하지만 그것을 되돌려놓기 위해 하는 행동은 또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자만이 결국은 용기내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소중히 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하기 힘든 일. 그래도 하루를 충실히, 내 곁의 이들에게 감사함을,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감에 행복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두 개의 달

도미야스 요코 지음
다산어린이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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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도미야스 요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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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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