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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의 표지 이미지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렇게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매일 조금씩 분량을 쪼개서 읽다보니 앞서 읽었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책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예컨데, 상대방에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 폰을 바닥에 내팽겨쳤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건의 발생 직전에 우리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 났을까?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가장 먼저 사건 발생 0.001초 전 우리 몸의 근육세포가 움직이도록 만든 장본인인 신경세포를 살펴보는 것으로 인간 행동의 근원을 파헤치는 기나긴 대장정을 시작한다.

뉴런, 시냅스, 신경전달물질, 축삭돌기, 수상돌기……

이렇게 보면 정말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저자는 굳이 전문용어로 설명하지도 않고, 잘 모르겠으면 아주 쉬운 용어로 쓰여진 부록 1을 먼저 읽고 오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 우리 뇌의 구조와 호르몬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분이 제일 좋았고, 이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동력이 돼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이인데, 저자가 이 단어를 매우 빈번하게 사용하는 까닭에 자연스레 머리에 박혔다.

이를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은 아주 짧은 시간 긴장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몸에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이기구를 탈 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혹은 중요한 시험에 앞서 분비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우리 몸의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에 반해 만성 스트레스는 아주 안 좋은데,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농도가 채내에서 계속 높게 유지되면서 여타 다른 호르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로 만성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난 이 책을 신경뇌과학의 정석이라 부르고 싶다.

물론 이 책에는 유전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진화심리학 등 방대한 양의 정보가 담겨있지만, 인간의 뇌와 신경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쉬운 언어와 단순한 비유, 핵심을 관통하는 그림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의 이해를 돕는 까닭이다.

혹여나 며칠 전 무심코 저질렀던 내 행동이 후회되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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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d님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게시물 이미지
예상돼야 한다는 것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수요를 초과하는 잉여가 있다면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재고에 편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즉 그 유동성할증이 보유비용보다 커야 한다는 것도 요구한다.(그렇지 않다면 재고유지에 손실이 수반되므로).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상품이 발견될 수만 있다면 그때에는 장담컨데 그 상품이 화폐의 경쟁상대로 내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생산물의 가치를 화폐 표시로 볼 때보다 더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이 존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한 상품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비트코인이 떠올랐다.
만약 케인즈가 살아있었다면 비트코인에 투자해 엄청난 부자가 됐을 듯…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필맥 펴냄

읽고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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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d님의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게시물 이미지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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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역자의 해설이 담긴 주석을 참고하며 꾸역꾸역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역자의 해설은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의 풀이과정을 보는 것처럼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역자의 해설이 없었더라면 의미 없이 글자만 읽으며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가며 베르그송 사유의 핵심개념을 설명해주신 번역가 이명곤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베르그송은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냈다.

이 책의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아래와 같은 개념에 상응한다.

1. 육체와 정신

2. 연장성과 비연장성

3. 양과 질

4. 필연과 자유

5. 유물론과 관념론

이처럼 서양철학은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이원론적 대립관계로 설정해왔지만, 베르그송은 이러한 이원론에 반기를 들고 둘 사이의 통합을 이뤄냈다.

베르그송의 사유 속에서 통합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공식

[거리 = 시간 x 속도]에 적용된 시간은 과학자들의 시간으로 거리라는 물리량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일정 단위로 분할 된 시간 개념이 필요하지만,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 개념은 이 공식에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베르그송이 사유한 시간은 절대 끊기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지속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기억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고 또 그 바탕위에서 균형감있게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다.

기억은 육체(대뇌)에 파일형식(물질)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담겨 우리 의식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뇌는 대상을 의식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할 뿐이며, 대상을 이미지로 만든 우리 의식은 정신에 속한 기억과 결합해 온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물질의 뇌 + 정신의 기억 = 전체 우주라 할 수 있으며, 이 책 제목인 ‘물질과 기억’은 둘 사이의 결합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물질이 먼저냐? 정신이 먼저냐?

베르그송은 둘 중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가 현실을 그리고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질에 깃든 정신,

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끊임 없이 교류하는 정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을 때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에 나의 정신이 담겨 있다?’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양자중첩이 일어나는 미시세계에선 가능할는 지도 모르겠다.

유물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땐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고,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또 둘을 멋지게 결합시킨 베르그송의 주장도 맞는것 같다.

힘들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을 배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앙리 베르그송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펴냄

읽고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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