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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보통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나 책임감, 그 끈끈함이 서양에서는 잘 없을 거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런 감정은 모두 동양에서나 가능한 거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꼭 그런 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가풍이 어떤지에 따라 그런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나 "모지스 할머니"의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꼭 이전 세대라서가 아니라 가족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과 생각들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또한 그런 책이다. 맨 겉표지를 넘겨 속표지에는 "나의 가족에게"라는 페이지로 시작한다. 그 다음 페이지엔 "마거릿 렌클의 모계 가계도"가 그려져 있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겼다가도 읽어나가는 와중에 자꾸만 들춰보게 되는 건, 이 가족이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져왔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다.



1931년, "외할머니가 전하는 내 어머니가 태어날 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누군가가 태어나고, 자라는 이야기에서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죽어가고, 땅에 묻히고 이별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은 독특하게도 그 중간중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발견한 숱한 자연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대부분은 정원 안에 들어온 다양한 새들의 이야기, 벌레와 정원의 주를 이루는 다양한 식물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그 자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생태계를 이어가기 위한 죽음과 탄생이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견은 이 가족에게도 이어져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는가 하면 누군가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감정을 나 혼자 떠안아야 하기에 오랜 시간 그리워하고 원망했다가 슬퍼하고 사랑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 대상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생기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잘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음을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나의 하루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지는 않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그래서 오늘도 게으르지 않게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는 읽는 와중보다 읽고 나서가 더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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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김만중|방현희 지음
주니어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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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자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동녘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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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슬금슬금 들리던 이름,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가 꽤나 반향을 일으킨 듯 했는데 호불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궁금해서 한번 읽어볼까~ 하다가 마침 문학동네 독파에서 에이모 토울스 작품을 진행한다 하여 참가!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우아한 연인>을 선택했다.



'<순수의 시대>와 <위대한 개츠비>에 바치는 오마주'라던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섹스 앤드 더 시티>' 등의 수식어가 가득한 소설이다. 읽다 보면 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 작가가 쓴 1930년대는 그 대공황 시대의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무척이나 현대적이다. 가끔 등장하는 드레스나 어떤 계급적 차이 등만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마 대공황 시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1966년이다. 한 전시회에 남편과 함께 참석한 케이티는 그곳에서 약 30년 전에 알던 이의 얼굴을 발견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의 한 인물의 사진. 본격적인 시작은 1937년 겨울부터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부터다. 같은 하숙 룸메이트인 이브와 케이티는 한 술집에서 팅커 그레이를 만난다. 묘한 삼각 관계 속에서 케이티와 팅커가 조금씩 애정을 쌓아가던 와중에 교통사고로 이브가 크게 다친다. 이후 약 6개월, 이들은 운명 속에서 좌충우돌하고 다시 그 이후 안정되는가 하던 순간에 케이티는 팅커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 누구보다 예절과 품위가 몸에 익은 청년, 팅커 그레이는 어머니에게서 선물 받은 조지 워싱턴의 행동규칙 책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모든 인생관과 가치관이 담긴 듯 매뉴얼 삼아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팅커 그레이 뒤에 숨은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 과연 그것이 성공하기 위한 단순한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열심히 살기 위한 수단이었는지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무조건 팅커를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아마도 그런 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주인공이 팅커 그레이만은 아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브와 자신의 자리에서 선을 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케이티뿐만 아니라 케이티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물들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니까 1930년대를 살아가던 사람들. 아직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위험 없이 대공황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들을 가감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그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사랑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넣는 이들과 그 시대의 감성은 언제나 왠지 그리움을 불러오는 것 같다. 에이모 토울스의 첫 책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다른 책도 도전~!

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현대문학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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