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여주는 것만큼 편리하고 직관적인 잣대가 없다. 아파트 평수, 자가 여부, 연봉, 자가용 등.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것은 살펴볼 생각이 없다.
별의별 계급도가 유행하던 적이 있다. 사는 동네, 아파트 브랜드, 자가용, 명품백, 시계까지 피라미드로 그려진다. 이 계급도의 최상위를 추구하며 아등바등한다. 나 또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중간만 가라, 너무 튀지도 뒤쳐지지도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 대체로 그러했지만 반골기질 탓이었는지 속한 조직에서 꼭 한번씩 튀는 언행이나 패션으로 주목받곤 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게 나를 규정하는 하나의 틀거리가 되곤 했다. 대체로 무난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자 했다. 그래서 여전히 수도권에 자가 한 채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게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물론 이미 나와 남편의 부모가 평균의 삶을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중산층 평균의 삶을 지향하지 않는 건 그리 사는 건 삶이 그다지 즐겁고 기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도 못한다. 한국에 사는 이상 거기서 자유롭다는 건 “난 너희와 달라”와 같은 말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는 내내 딜레마다. 이를 지양하지만 지향하기도 싫은. 늘 그렇게 흔들리듯 흔들리지 않는 삶은 매순간 참으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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