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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태워 줘서 하와이에 왔다면? 언제 또 누가 자기를 헬리콥터에 태워서 다시 남극으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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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가 한국을 처음 떠난 동기는 한국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도 명문대는 아니지만 홍익대를 나왔고, 김태희만큼은 아니지만 외모가 못나지도 않은 것 같고, 강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아파트는 아니지만 부모님과 자가에서 살고 있는데, 왜? 어찌 보면 평균보다 나은 조건인데 한국에서 살기를 포기한다.

무모하다 싶으면서도 한국보다 호주에서 사는 편이 낫겠다고 결정한 이상 구실이야 붙이기 나름이다.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서 호주에서는 이보다는 나으리라 하는 막연한 생각에 떠난 것이다. 한마디로, '쉽게' 결정하고 떠났다.

그리고 행복해지려고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호주에서 어학원 과정을 들으면서 영어 실력을 키우려고 한국인이 없는 셰어하우스 거실에서 불편하게 지내기도 하고, 회계학 대학원에 등록해서 학위를 딴다. 잠시 한국에 귀국해 치른 아이엘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시민권을 따낸다. 시도는 쉬웠고 결과는 좋았으나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텍사스 친구의 범법 행위에 연관되어 쉐어하우스에서 강제 퇴거를 당했고, 위조 지폐 문제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인종차별은 기본이다.

호주도 한국 못지 않게 삶이 험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삶이 '주어진 것'이었다면 호주에서의 삶은 '이루어낸 것'이었으므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호주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인생은 길고 길은 많다. 다른 목적지로 가는 길도 있고, 같은 곳에 가는 길도 여러 개가 있다. 작가는 '현재 삶에 불만이 있다면 주저앉아 투덜대지만 말고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앞으로 나아가 보자'라고 말한다.

🧨 '주어진 평안한 삶' VS '황무지를 개척하는 삶'
당신의 선택은?

https://m.blog.naver.com/snoopy701/2237543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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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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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시청에서 일하는 두 공무원이 레즈비언들의 혼인신고서류를 받아 준다. 처음에는 고모의 50년지기 옆사람을 가족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종래에는 101쌍의 동성 혼인 커플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동성 커플의 혼인을 허락하면 정말 혼란이 야기될까?
커플들이 줄이어 낸 혼인신고서들이 통과되고 오류가 잡히기 전까지만 법적으로 유효한 관계이지만 오래된 그들의 꿈이 실현되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통쾌하다.

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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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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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펴낸 김려령 작가의 단편집.
모두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가족' 들이 등장한다.
맨 앞에 실린 <기술자들>은 배관공으로 시작해 실리콘, 타일 줄눈 등의 일을 하는 솜씨 좋고 호흡 잘 맞는 두 기술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작품에서 요즘 세태를 예리하게 꼬집고 있다.

<상자>와 <뼛조각>, <청소>는 철들지 않은 어린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나오는 소설.
<황금 꽃다발>은 공부 잘한 큰놈보다 옆에서 걱실하게 잡일하는 작은놈을 편애하는 엄마의 마음이 재밌는 혼잣말들로 그려져 있다. <완득이>처럼 키득거리며 읽었다.
<세입자>는 미스터리 형식의 색다른 단편이어서 흥미로웠다면, <오해의 숲>은 여고생들의 관계를 소재로 한다는 면에서 <우아한 거짓말> 느낌이 조금 나긴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다.

📚 자식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랐다. 핑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키운다는 오만을 일찌감치 버렸다. 명상처럼 되뇌고 되뇌었다. 조언이라는 말로 토달지 말고, 예의라는 가르침으로 지적하지 말며, 경청하고 바라만 볼것. 그럼에도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은 기꺼이 짊어질 것. 그것이 그들이 요구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226쪽, <청소> 중에서)

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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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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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빛님의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게시물 이미지
부모님의 홍경래의 난에 연루되어 어머니는 사라졌고 아버지는 병상에 누웠다. 살기 위해 이모인 조 상궁의 도움을 받아 궁녀가 되려 했지만 자기 자신을 믿으며 적극적으로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 자신의 삶을 구속하는 안팎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대다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남들이 갔던 길을 따라갑니다. 지금 시작하는 일이 사소할지라도 먼 미래에 우리는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인물들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다미는 원래 불행한 세상과 부모를 원망해서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그랬던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되고 후에는 용서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삶을 대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다미는 또 다른 이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생한다.
반면,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들은 결국 관계에 해악을 끼치고 사건을 파국에 이르게 한다.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 지음
다른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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