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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의 표지 이미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주)태일소담출판사 펴냄

여행에서 돌아오는 낮 비행기에서 운 좋게도 6화 짜리 시리즈인 이 책 원작의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책 두 권을 모두 읽고 돌이켜보니, 드라마 쪽이 조금 더 촘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은 영상보다 독자가 채워넣을 부분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보다는 아마 20년이라는 시간차가 만들어낸 어떤 간극 같기도 하다. 20대부터 결혼 압박에 시달린다든가, 역사적/정치적 반감을 개인의 연애사까지 확장한다든가, 민준의 오랜 짝사랑과 일방적인 청혼이라든가, 책에는 2000년대에 20대를 보낸 나로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드라마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덜어내고 두 주인공의 상황과 성격 차이로 풀어내며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갖춘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플라이북이 던진 숙제 같은 책을 끝냈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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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서 놓은지 3주 만에 생각을 정리해 본다. 다 읽고 나서는 바로 회사 동료들에게 빌려주느라 되짚어 볼 새도 없었다.

책 전반부를 읽으며 뒷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점점더 알 수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알파고 이후 바둑계가 겪은 패러다임과 헤게모니의 변화는 상상했던 것보다 광범위하고 깊숙했다. 인공지능은 효율과 편리함 너머 무언가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전통과 인간의 직관에 대한 불신, 교육•훈련•평가 방식의 변화, 창의성과 전문성의 의미 변화, 협업 방식과 영역의 변화에 따른 관계와 조직구조의 변화 등. 한국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일상화 하는지 생각해보면, 10년쯤 후의 우리 사회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세대 간의 세계관 격차와 상호 몰이해도 커지겠지. 어디까지 어떻게 변화하고 무엇이 바뀌지 않고 남아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고 어떤 문제가 새롭게 발생할 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기술은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고 일상과 융합되는 중이라서 더 두렵기도 하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받아들일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다. 전기나 무선통신, 자동차, 비행기가 특정 도구가 아닌 사회 전반의 기반이 되고 세상을 흐름과 속도를 바꾸어 놓은 것처럼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과 헤게모니를 바꾸어나갈 것이다. 변화 밖에 있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 모두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지만 각자의 사용 방법이나 용처가 다른 것처럼, 인공지능도 사용자마다 태도와 활용도가 다를 것이고 그에 따라 얻는 것이 다를 것이다. 10년 후의 미래에 나는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 더 많이 더 깊이 더 새롭게 고민에 잠기게 된다.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
동아시아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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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길 기대했는데 이게 진짜 끝이었네. 파일 복구해서 추가된 부분은 작가의 말 뿐. 그럼 좀 허탈한데?

영화 판권 탐내는 제작사나 감독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시각화하기 쉽지는 않겠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달까지 가자>도 최근에 드라마화 된 걸 보니 전혀 다른 얘기 같아서 낯설기는 했다만.

확실히 다양성이 화두인 시대는 맞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극단주의들이 판을 치는데도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양한 배경, 인종, 문화를 넘어 외계인까지 다양성을 얘기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라는 얘기들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과 수용, 나아가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도 나갈 수 있는 용기, 또 그에 대한 존중…

머리로도 알고 있고, 마음으로도 이해하고,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실천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어디까지 가능할 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사디스트-마조히스트 관계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 영화 <그녀>나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관계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교리 자체가 몹시 배타적이고 성불평등적인 종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는 존재로서 지구상 비인간 생명체들의 권리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나,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진짜 배려일까, 또는 차별일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도 안 나오는 어려운 문제들이 한가득이다.

과거는 없는 이 소설에서 현재와 미래와 나인은 대화와 믿음으로 각자의 삶을 지켜간다. 이 아이들은 대체 옳다고 믿는 것들을 해내는 용기와 다른 존재들에 대한 포용을 어디에서 배운 걸까.

나인

천선란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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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름의 고난이 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항상 밝고 멋지고 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늘 그런 모습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모습들이 부끄럽고 싫어서 숨기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넘어서서 조금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과정일 것이다.

작은 기쁨들을 채집하는 생활의 기술은 그 팍팍한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저 익숙한 습관일 수도, 꽤 용기를 내야하는 일탈일 수도, 타인에 대한 잠깐의 외면일 수도 있는 이런 기술들은 어쩌면 덜 상처받고 조금 더 단단하게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진짜 원천기술일 지도 모른다.

작은 기쁨 채집 생활

김혜원 (지은이) 지음
인디고(글담)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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