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데카르트, 흄, 사르트르를 지나 베르그손과 들뢰즈까지의 주장을 인용하며 전통적 철학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온 '이미지'는 현대에 와서 '실재 세계'와 다름이 없으며 온라인 세계와 우리가 지각하는 실재 세계의 경계가 희미해 졌음을 알린다.
P114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미지는 '모방의 모방'을 통해 의식에 투영된 열등한 사물이 아니라, 의식이 대상을 지향하는 독특한 방식을 부르는 명칭이다.
또한 '온라인 세계가 또 다른 실재로 간주되는 것은 단지 그것이 현실에 가까운 해상도로 감각을 재현하기 때문이 아닌,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 하며 우리의 자아, 온라인 세상에서의 드러냄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현실화가 되었다고 알린다.
온라인=실재가 된 현대에서, 알고리즘을 따라 항상 비슷한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우리의 지각 체계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우리는 진정한 타인을 만나고 있을까? 이 책의 끝에서 던지는 질문이 내 자율성에 대한 의심을 품게 했다. 현대의 콘텐츠는 단 한시도 내 지갑을 가만히 둔 적이 없었다······. 일단 나를 더욱 자본사회의 굴레로 내던진 것 만큼은 확실하다.
숏츠의 세상을 헤매다가, 문득 '아, 이건 뭔가 아닌데!' 싶을 때 접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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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의 일생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며 이야기가 전개 된다. 그의 천재적인 발상, 영향을 받았던 과학자, 다투었던 과학자 등 지인들이 차례로 본인이 지켜본 폰 노이만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인 그도 말 년엔 병으로 저물었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투병 중에도 명민하다. 매니악부터 시작된 기계의 진보는, 훗날 인간들 사이에 파고들어 '인간의 설 공간이 좁아질 것임'을 예견한다.
'치유할 방법이 없는 진보'는 곧 무섭게 발전하는 AI로도 모습을 나타내어 체스 마스터를 손쉽게 이기고,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가 된다.
나는 여기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AI로 인해, AI가 관여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생을 걸어 공부한 후 도전하여도 감정 한 조각 없는(나를 이김에도 조롱조차 않는) AI를 어떻게 품으며 '그래도 내 노력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야.'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예술, 경제,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활약중인 AI를 삶에서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결과론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나를 더 구석으로 몰아 넣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과학이 더 발전할수록 나는 과거의 학문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제서야 철학이 눈에 들어오더라. 늘 그랬듯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이 중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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