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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민음사 펴냄
시몽의 처절한 사랑이 마침내 폴의 응답을 받았을 때, 마치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진 듯 기뻤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유죄다.”
비록 한 방향일지라도,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쩌면 영원히 자라지 못한 채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사랑을 이렇게 신박하게, 동시에 고전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니. 아름다운 문장들과 단어의 미학에 빠진 나는, 일종의 ‘행복한 광기’ 상태였다.
서른아홉. 폴과 절묘하게 같은 나이.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처음엔 남녀가 뒤바뀐 듯한 이름에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적응했다. 작가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내 선입견과의 싸움이었을까.
폴과 로제는 서로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함께 있다고 해서, 온전히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시몽은 사랑하고, 직진하고, 부서지고, 이별조차 조용히 받아들인다. 그의 열정과 솔직함이 부러웠다.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고백〉 가사 중 일부가 떠올랐다.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이 문장은 언제나 마음을 후벼 판다.
그 누구 하나 행복하지 못한, 잘못된 사랑의 작대기.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기적이다.
사랑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쩔 수 없으며, 삶을 뜨겁게 흔드는 감정이다.
누군가가 없어서 불행하다면, 그 사람이 곁에 있어도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로제는 ‘남자’라는 속성의 축약판처럼 보이고, 시몽은 풋사랑에 서툰 감정의 상징이다.
그리고 폴, 그는 어쩌지 못하는 감정 속에 머무는, 중년에서 노년까지 이어지는 사랑의 얼굴을 보여준다.
출판사마다 번역 스타일이 달라 책을 바꿔 읽으며 몰입에 다소 방해는 있었지만, 감정의 깊은 흐름을 헤치는 일은 없었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서툴다. 좌충우돌하고, 외롭고, 그립고, 때로는 고통스럽고, 또 어떤 순간엔 환희에 벅차오른다. 그 복잡한 감정들이 삶을 더욱 입체적이고 깊게 만든다.
시몽은 실연의 아픔을 준 폴을 원망하게 될까?
아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그녀에게, 언젠가는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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