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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먼 지음
다산책방 펴냄
시간이 가만히 서 있는 곳이 있다. 빗방울이 꼼짝도 하지 않고 공중에 멈춰 있다. 시계추는 반쯤 흔들리다 말고 둥둥 떠 있다. 개들은 코를 쳐들고 소리 없이 짖는 자세다. 행인들 은실로 매달려 있기라도 한 듯 다리를 허공에 든 채 먼지 낀 거리에 얼어붙어 있다. 대추야자와 망고, 고수와 커민의 향 이공기 중에 멈춰 있다. 방문객이 바깥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면 어느 쪽에서 다가오든 차차 느리게 움직이게 된다. 맥박이 점점 느려지고, 숨도 느리게 쉬고, 체온이 떨어지며, 생각도 흐릿해지다가, 한 가운데에 다다르면 멈추게 된다. 이곳은 시간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p.72)
시간의 조각을 맞춰보면 서로 거의 들어맞지만 완전하게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아주 약간씩 자리가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 (p.130)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시공간. 과연 나라면 이런 소재들로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분명 나도 언제나 상상력이 좋은 편이었고, 책을 부지런히 본 덕분에 드라마도 대부분 1편에서부터 누가 누구랑 이어지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등의 소위 “떡밥”을 잘 찾는 사람이지만, 이 소재들로 이런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구병모 작가님이 왜 이 책을 그렇게 극찬하였는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30년이나 꾸준히 읽히고, 전 세계 30개국에서 극찬을 받은 이 책, 『아인슈타인의 꿈』을 나는 왜 이제야 만나본걸까.
『아인슈타인의 꿈』은 서른번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려 아인슈타인이. 마치 그의 생각이 한계가 없었던 것처럼, 『아인슈타인의 꿈』에서는 시간에도 한계가 없이 여러 시간의 흐름, 역행, 정지, 반복 등을 경험하며 인간의 삶에 대해, 인간의 사유능력에 대해 천천히 풀어낸다. 어떤 면에서는 sf소설같지만, 나는 이 소설이야말로 철학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본연을 잘 다룬 책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시간 흐름도 익숙하지 않고, 아인슈타인의 생각들에 대해서도 종종 이해가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부분을 살짝만 가벼이 넘기고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니 무척 남기는 게 많은 책이었다. 나는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으며, 우리에게 후회나 반성 등의 감정을 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의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꿈』에서처럼 반복될 수 없으니까. 어쩌면 작가가 『아인슈타인의 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우리 삶은 이 책에서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도 없고, 반복하지 못하니 더 귀하게 살아가라는 것 아니었을까.
사실 시간만큼 모두에게 공평한 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나이, 성별, 재산, 학벌 등에 관계없이 똑같이 24시간을 부여받으니까. 그러나 또 어떤 면에서는 시간만큼 공평하지 않은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은 간절히 원해도 고작 몇년의 생을 받고, 지독히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수십년을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잊지 않고 살아야하는지 내내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후회없이 살아가려면- 내가 무엇을 더 집중하고 무엇을 놓아야할지 깊이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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