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너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도 과묵해지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내가 싫지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거나, 이리저리 단어를 검열하는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바보 같은 말을 하면서 견딜 거야. 농담이라는 것의 위대함도 잊어버리고, 바보 같은 말을, 직설법이 아닌 문법으로 된 말들을 더 이상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주지도 않는 세상한테, 모두가 올바르고 심각하고 훌륭한 말들만 하게 돼서 여유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끔찍한 세상한테, 계속 같이 놀자고 멍청한 소리를 하고 헛발질을 할 거야. 난 바보고 멍청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만 화를 내나 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 서서 싸우고 있는데 너는 그렇게 한가하냐고 자꾸만 물어보나 봐. 🌿하지만 미안해, 이게 나야. 이렇게 웃음이 없고 똑바르기만 한 세상을 난 못 견디겠어. 이해할 수 있겠어,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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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진경이 고개를 돌려 세연의 얼굴을 보았다. 우리 다시 만났을 때 말이야. 네가 나한테 친구 신청하고 우리가 막 서로의 글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사실은 나도 그때 생각했어. 아 어쩌지? 🌱우리 너무 다르네. 그렇게 그리웠는데,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뻤는데, 그랬는데 알고 보니 너랑 내가 너무 많이 다른 사람들인 거야.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야?
원래부터 그랬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진 걸까, 안 본 동안에? 아마도 내가 결혼을 해서 더 그렇게 된 거겠지. 어쨌든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어.
_ 그랬구나.
- 그런데 난 오히려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 너는 무엇을 봐도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느끼잖아. 공부가 됐어.
- 하지만 그건 피곤한 일이잖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 말이야.
- 글쎄, 왜 그럴까. 나도 날 모르겠어.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나게 닫아 버리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 싶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좀 기다려 줄 순 없는 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 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 인데… 참 이상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관계가 끝났을 텐데, 이상하게 세연이 너한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겠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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