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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김영사 펴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온전히 책 한 권을 쓰고 나면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겐 언제나 그것이 글 쓰는 일의 가장 기적 같은 부분이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글을 책을 다 읽고 나서 보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며 독자인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했거늘 
하물며, 작가는 더 그러했을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이른 아침 식사라!
제목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어 더 이 소설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삶에서 그런 경험은 본인 내면의 깊숙한 곳에 하나 정도 가지고 있을 터..... 
 
결혼정보회사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책을 읽으면서 이 모임을 주체하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상상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왜 이 책에 매달려 바쁜 3일 간의 시간을 이 책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자조 섞인 나름의 변명을 가지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계속해서 상기하게 했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글 쓰는 작업 속에 본인의 영혼을 갈아 넣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그러한 작업을 통해 나온 작품들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안녕!"
생각해보니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이별할 때, 만났을 때 
 
이 책에서도 작가는 이 '안녕'이란 개념을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사용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전자를 생각했고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희망적인 후자를 내 마음에 안착했다. 
 
말로써 표현해서 본인의 감정을 사람들 속에 녹여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다. 
 
윤사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에 참석한 맴버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슴에 상처를 달고 살아가는 그의 사랑 또한 쉽지가 않다.
항공사 승무원에 부인이 있는 유부남 기장과 사랑에 빠졌고,
그가 이혼하려고 했을 때 이별을 선언했다. 
 
국어 교사였던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그에게 '이혼'이란 단어는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였고 그는 가슴 내면 본인의 감정을 희생 시켰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을 둔 지훈은 매번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도망쳐 나오려 했지만
언제나 그의 형 곁을 맴돌고 있었다. 
 
고객 학보를 위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도 또한 이 조찬모임의 결과를 통해 한층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63페이지
이별 후 사랑하는 사람이 매년 6월 3일 생일날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
책 선물은 본인의 탄생을 직접 동사무소에 신고했던
파리에 있는 아버지였다. 
 
옛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상자 안에 버리고 조찬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 가져갔던 물건들은
새 주인의 것이 되었을까? 
 
윤사강이 버렸던 '슬픔이여 안녕' 책들은 이지훈이 가져갔다.
이지훈이 버렸던 오래된 카메라(로머)와 필름은 윤사강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도쿄에서 일본의 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 앞에서
도킹한다. 
 
결혼정보회사의 한 VIP 고객 현정의 과거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그곳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다. 
 
현정과 지훈은 재결합을 하지 못했지만
"고마워'라는 말로 이별할 수 있었다.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이 이별의 아픈 안녕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적인 안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실연의 상처로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했다.
나는 꽤 괜찮은 소설을 읽고 나면 나름대로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의 장면들을 떠 올린다. 
 
이 책에는 윤사강의 직업을 배경으로 '공항'이라는 공간이 자주 등장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그곳에 가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 설레임!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사강은 손 바닥의 생명선을 칼로 그었다.
그가 좋아했던 연인 정수의 손등에는 자신의 새끼 손가락 길이 만큼의 상처가 있었다. 
 
이야기의 조합은 어딘지 모를 운명이라는 암시를 가지게 하지만
그것 또한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자신들의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엄마가 죽는 날에도 아버지는 본인의 직업인 택시 기사로 손님을 태우고 택시를 몰아야했던 미도의 삶은 또 어떠한가? 
 
성공하지 않으면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겐 아무런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곳이 냉정한 세상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름대로 상상한다.
그들은 그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를 지우려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래 동안 외면해 오던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삶은 성장의 연속이니깐.....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 또한 그러하다.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사유의 숲을 지나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사강이 오랜 기간 가슴에 담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화해로 이끌어지는 부분은 반전과 함께 뭉클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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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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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세상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강의 준비한다고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유튜브라고는 강의와 관계된 콘텐츠, 혹은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기분 좋은 유쾌함이 전해져서
책을 읽다 말고 유튜브 채널에서 '순자엄마'를 검색해서 구독까지 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편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으니 하는 말이 전부 틀린 말이 없다. 
 
입담도 좋으시고 생각도 긍정적이시고 글도 정말 좋다.
미사여구 하나 없어도 구수한 글 속에 진리가 담겨있다. 
 
아하! 사람들이 이래서 유튜브 순자엄마를 구독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 표지에 적혀있듯이
인생 9할을 웃음으로 버틴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이 그대로 담긴 에세이가 맞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고 하지만 책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니
삶의 내공이 장난 아니다. 
 
"이렇게 긍정 마인드로 살다 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기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글 내용이 너무나 진솔하다. 
 
"이 행복이 오래 갈까? 싶을 땐 마음이 요래조래 싱숭생숭해져" 
 
"누군가한테 억지로 맞춰줄 시간에 나랑 결이 맞는 사람, 똑같은 얘길 해도 크게 웃을 수 있는 친구랑 밥 한 끼 더 먹는 게 낫다는 소리야" 
 
"한참 걷다가 뒤돌아보면 열심히 산 흔적이 다 남아 있으니까 뿌듯하더라고,
내가 고생 안 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못 느꼈지" 
 
"잚었을 적에는 너무 안정만 찾으려고 하지 마, 불안해도 좋고, 두려워도 좋아,
도전은 그런 마음까지 끌어안고 하는 거야" 
 
"좋은 날은 그냥 미루지 말고 누려야 돼. 아니,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만 되면 내일 출근하는 날이라서 울상이라며?....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마" 
 
"돈이 많든 적든, 대학을 나왔든 안 나왔든 나한테 행복한 일이 뭔지 알아야 돼,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 가고, 하하호호 웃고 떠들 수 있으면 그만이지" 
 
"가난한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나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똑같다고 하더라고, 불안이라는 놈은 모양만 바뀌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고, 내가 불안에 익숙해지고 그걸 다루는 방법을 잘 알게 되는 것 뿐이지" 
 
책을 읽으면 절로 유쾌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14세의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20 세가 될 무렵에는 
땅을 100평 사서 집을 짓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며
회사 생활, 농사일...... 닥치는 대로 현실과 맞서 고군분투한 순자엄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는 것은 이 책을 쓴 임순자님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지혜로운 마인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은 아직 안 끝났다."
죽기 전까지는 장담하면 안 된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9억에 128만 구독자를 가진 순자엄마의 통쾌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한 권의 책 속에 다 들어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은 책이다. 
 
"오늘도 조졌다고? 원래 그려, 살아보면 알아, 별일 아녀, 다 지나가" 
 
순자엄마의 긍정 마인드가 내 머리 속에 계속 맴도는 시간이다. 

생각이 정말 좋은 분이다! 배우고 싶다!
 
#까불지마인생안끝났어 #순자엄마 #인생 #노년 #명언 #자기계발 #크리에이터 
#가족에세이 #며느리 #시댁 #책추천 #유튜브크리에이터 #독서 #독서모임 
#인플루언서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순자엄마(임순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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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최경희

@cany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미술관에 간 심리학 게시물 이미지
미술관에 간 심리학 
 
시대를 앞서간 화가들의 그림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한 권의 책에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다니! 
 
책이 나오기 전부터 제목에서 끌리는 흥미로움에 무척 기대했었는데
역시!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에 빠져들었던 시간이다. 
 
미술을 전공한 그리고 예술 작품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관계되는 치료에 
종사하는 작가의 글은 예술의 세계를 넘어 내가 몰랐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예술이 수천 년 간 감정, 아이디어, 신념을 전달하는 데 사용된
강력한 자야 표현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접근하게 되었다. 
 
예술과 치료가 함께 하는 분야에서 예술에 대한 해석과 치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금 깨닫는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음악 치료 프로그램 수업을 현장에서 교육하는 사람으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하다. 
 
예술과 광기의 위험한 동행에 관한 이야기에서 '아웃사이더 아트' 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수십 년 간 정신 병동의 단절된 환경에서 아돌프 뵐플리가 그려낸 그림은 상식적인 견해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천재적인 수준의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칼로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안타까움 그 자체다.  그녀의 고통은 끝내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짧은 머리의 자화상'이라는 그림으로 표현하며 여성적 역할에 대한 비난과 거부를 스스로 확인하며 연결의 끈을 끊어버린다.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여러 불편한 감정을 예술로 승하시킨 사람들 중에는 약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또한 그들 중에는 본인 안의 여성과 남성 사이를 넘나들며 다양한 상징성으로 세상과 소통한 이들도 있다.
무의식 속의 여성적 요소 아니마와 무의식 속의 남성적 요소 아니무스는 둘다 '영혼'이란 뜻을 가진다. 
 
클림트의 그림들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기준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그리하여 클림트의 아니마는 그의 독신생활을 지배했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요부와 같은 관능적 여성상은 저속한 여성에 투사되는 아니마의 표현이다.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색채 심리학이었다.
인류 최초의 색은 무엇이었을까?
색깔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부터 유적으로 남아있는 다양한 동굴 벽화에서
빨간색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에서 빨간색은 의식, 신화, 초자연적인 서사적 전달이었다.
언어보다 앞서 그림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인류는 어떻게 빨간색을 만들어냈을까?
스페인어로 '콜로라도'는 '색'이라는 뜻을 가짐과 동시에 '빨강'을 뜻한다.
염색을 위해 처음 개발된 빨강은 로마인에겐 전쟁에서 승리한 투사, 왕의 권력, 카톨릭 교회와 연관된 매우 귀한 색이었다. 
 
다양한 이야기에서 파랑은 행복하지만 무지한 상태에 머무는 걸 암시하고,
빨강은 비록 진실이지만 받아들이기 고통스럽다는 걸 경고한다. 
 
그렇지만 빨강이 부정적 의미로 변모하기 시작된 건 유럽의 역사를 뒤흔든 프랑스혁명이라고 한다.
혁명 초기의 붉은 깃발은 극단적 혁영파에 의해 채택되면서 붉은색은 억압, 혁명, 사회주의 색으로 오늘날 남게 되었다. 
 
노랑을 사랑했던 고흐, 핑크를 사랑했던 고갱까지,
그리고 목숨과 바꾼 초록드레스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다.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화가의 무의식에 해당하는 부분을 표출한 다양한 작품들 속에 깃든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림들을 통해 화가들이 남긴 상징을 이해하고 예술이 상징화의 과정으로 그려진 다양한 사례들을 읽는 시간은 놀라움의 지혜로 내 삶을 확장하는 시간이었다. 
 
#미술관에간심리학 #원앤원북스 #북스타그램 #심리학 #인문 #예술 #역사 #미술관 
#그림 #화가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색채심리학 #믹스커피

미술관에 간 심리학

문주 지음
믹스커피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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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숨

이 책은 토양생태학자인 저자가 직접 전 세계를 답사하며 흙과 인간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흙을 단순히 물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자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형성해 온 중요한 존재로 다루며, 흙과 관계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첫 장의 시작부터 '똥' 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당황스러운 주제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똥을 단순히 더럽고 쓸모없는 배설물로 보지 않고, 생명과 죽음이 순환하는 자연 생태계의 핵심 순환 고리로 흙의 건강과 생명력의 원천임을 알게 되었다.

옛날에는 '똥'을 사고 팔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이 책에서 내가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주제는  '화전(火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마전 산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불'의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느꼈던 터라 '화전'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 또한 '화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긍정적인 시각도 다루는 이분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책의 핵심은 '전통적인 화전'과 '현대적인 화전'을 구분하여 이해해야 할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히말라야와 같은 오지에서 이루어지는 화전 농업을 단순히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흙과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으려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통해 화전이 단순히 숲을 태워 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흙을 쉬게 하는' 방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전통적인 화전 농법은 일정 기간 숲을 태워 농사를 짓고, 흙의 영양분이 고갈되면 몇십 년 동안 그 땅을 비워둔다. 땅이 자연적으로 회복될 시간을 주는 거다. 이 과정에서 잿더미는 흙에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하고, 흙 속 미생물과 생명체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 

화전 이야기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흙의 순환을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흙에 대해 이렇게 까지 깊이 있게 파고 들었던 학자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흙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화하는지, 즉 풍화작용과 침식과 같은 과학적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문화, 역사를 연결한다. 예를 들어, 인류의 운명을 바꾼 농경 문화가 한 줌의 흙에서 시작되었음을 강조하며 흙의 과학적 지식이 인문학적 성찰로 이어지도록 한다.

이 책이 단순한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흙의 물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와 시대의 패러다임을 녹여낸 이야기라 더욱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하와이 화산섬에서 흙이 만들어지는 순간, 히말라야의 화전 농업, 우리나라 진도의 독특한 무덤 문화, 그리고 북극권에 침입한 지렁이의 영향까지 다양한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관찰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흙이 단순히 정지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또한 흙이 기후변화의 중요한 열쇠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흙은 인류의 화석 연료 배출량보다 10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오랜 기간 탄소중립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토지 이용과 기후변화로 인해 흙 속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이 균형이 깨지고 있다. 거칠어지고 가빠지는 흙의 숨이 곧 기후위기를 알리는 신호다. 

책을 읽으면서 흙을 잃는 것이 곧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흙의 숨결에 귀 기울이고 흙과 공생하려는 노력이 기후 위기를 헤쳐나갈 해답이임을 알게 되었다.
인류는 흙에서 왔고 결국 흙으로 돌아갈 존재다.
흙을 공동의 집으로 여기고 가꾸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흙의 진실을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아울러 흙의 중요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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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숨

유경수 지음
김영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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