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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의 표지 이미지

언홀리

닐 셔스터먼 지음
열린책들 펴냄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는 책을 받아들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전편인 『언와인드-하비스트캠프의 도망자』가 무척이나 흡입력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편에 대한 갈망이 대단했기 때문.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남기자면,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가 훨씬 더 흡입려곧 있고, 이야기의 깊이도 깊었던 것 같다. 다만 그렇다보니 읽는 시간은 조금 더 많이 걸렸다.

앞에서 읽은 『언와인드-하비스트캠프의 도망자』에서 장기 적출이 합법적이 되고, 스스로의 몸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도 생겨나는 현상이 일어난다. 더욱이 자녀에 대한 언와인드는 만 17세까지다보니 점점 더 어린아이들을 언와인드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모습에서 소름이 돋았었다. 그런데,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에서는 그런 소름에 이어 인물들의 심리까지를 깊이 그리고 있다보니, 그 감정에 물이라도 들 듯 여러번 읽기를 멈추어야 했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도 소유욕(!)도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날 법한 일인 것 같아서, 순간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또 그들에게 자꾸 감정이입이 되어 멈칫거려졌다.

사실 엄마다보니 『언와인드-하비스트캠프의 도망자』를 읽으면서도 여러번 욕짓거리가 나오곤 했었다. 아이들을 ‘황새배달’로 버리는 게 법적인 것도 욕이 나왔고, ‘언와인드’로 신체를 해체하고 다른 신체에 ‘조합’하는 것도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끔찍한 짓은 만 17세 전에는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화가 났는데,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에서는 이런 짓을 강행하는 검은 무리들, 배후들이 드러나고 있어서 조직적이고 잔인한 ‘가진 자’들에 대해 또 한번 복잡한 마음이 되더라.

개인적으로는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에서 가장 깊이 이입되는 인물은 리사였는데, 자신이 하반신마비로 살아가면서도 신념으로 인해 이식을 받고 있지 않다가, 압박으로 고민하는 모습들에서 우리의 모습들을 빗대어 보기도 했다. 나 역시 이런 방식의 장기이식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만약 기증을 받는 대상자가 가족이 된다면, 내가 된다면 그때에도 신념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인간의 선과 악, 옳고 그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했던 『언홀리-무단이탈자의 묘지』. 사실 이 책은 읽는 내내 버겁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질 언솔드를 책상에 올려두고 출근했는데, 어서 이 책을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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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지자,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언와인드”가 생긴다. 보호자가 청소년을 언와인드, 즉 “기증”할 수 있다는 것. 언와인드되어도 타인의 몸 안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궤변으로 부모가 아이를 파는 것이 합법화가 되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열여덟살까지 스스로를 숨겨야 하는 세상. 주제 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힘겨워지는 책,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다. 사실 주제만으로는 내가 읽지 못할 책인 것이 맞는데, 이야기의 전개나 생각의 확장이 무척 생각할 거리가 많아 어느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권인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까지 읽었다.

이 시리즈의 주제만을 접한 분은 무척이나 자극적인 주제때문에,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주제를 선택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인간의 존재와 가치, 존엄성 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래서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으면서도 사회가 가지는 도덕의 한계, 경제와 도덕의 경계 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으면서, 인간의 신체를 마음대로 해체하고 조립한다면 그것은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의 생각을 시작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두고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도, 부모의 책임감이 일부의 “소유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깊은 딜레마로 느껴졌다. 과연 우리 모두는 도덕성 부재에 대해 완전히 떳떳할 수 있는지, 일부 사회 문제에 있어서 우리도 완전한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모두의 이익’이 불가능하기에 ‘다수의 이익’을 그럼에도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해온 나에게 그것이 정말 ‘공익’이었나를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었달까. ‘공익’이라는 테두리 밖에 서 있게 되는 이들, 또 ‘공익’에 묻혀버린 소수에 대해 생각해보니 문득 쓴 맛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를 읽는 내내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생물학적 가족과 심리적 가족에는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했고, 사회의 급변으로 무척이나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 속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심리적 유대, 진정한 소속감과 책임감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 내 가족의 문제가 되었을 때, 나도 완전히 도덕적일 수 있을지, 혹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의 민낯이 부끄러워졌다. 그 외에도 선한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결과가 선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생각해보며 우리의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을까 싶어져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4권만을 남겨놓은 지금, 『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에 이어질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하고,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파도 맞아야하는 예방접종처럼-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우리에게 내성이든 면역이든, 무엇인가 하나는 생기지 않겠는가.

언솔드

닐 셔스터먼 지음
열린책들 펴냄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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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새로운 것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응원이다. 책임감 없는 낙관주의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하겠다는 응원. 적어도 나만은 걱정보다는 응원을 보내주겠다. 열기를 더해 어느 아름다운 세계가 끝을 모르고 커질 수 있도록. (p.213)

누군가는 들어가는 노력과 품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 않냐고,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역할에만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10년째 이어지는 이 구조의 의도는 따로 있다.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즐거운 행사를 자주 열면 팬이 생기지 않겠는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좋은게 널리 알려지고, 책이 팔리면 다음 책이 만들어지니까. (p.144~145)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부터 완전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십여년째 책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도, 밤 늦게까지 책을 읽는 이유도, 새벽에 잠을 줄여 필사를 하는 이유도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아니겠나. 나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이유가 결국,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아니겠나. 그래서 이미 제목에서부터 “그럼, 당연하지!”라고 공감을 한 상태로 책을 펼쳤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책 자체가 그리 두껍지도 않지만, 문장도 내용도 무척이나 흡입력이 있어서 진짜 단숨에 읽어지는 책이다. 나 역시 앉은 자리에서 뚝딱 다 읽었다. 한국의 문화가 이미 많이 스며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문화를 주입시키기 어렵다는 나라 일본, 도쿄의 진보초. 세계적인 책방거리라 이탈리아, 중국 등 수많은 책방이 있었으나 한국어책방은 없던 이곳에 자리잡는 과정, 버텨내고, 스며들고, 익숙해지고, 전파하는 등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읽는 내내,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 무엇인가를 유지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잘하는 것’을 이기는 건 결국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에 또 한번 힘을 실어보기도 했고.

분명 일본에서 우리 문학을, 지금처럼 노벨문학상 등을 수상도 하기 전인 10년전부터 한국 문학을 전파하고, 뿌리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가 아니었더라면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다.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들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꾸어가며, 그가 이룬 것은 단순히 자신만의 성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k문학 자체가 힘을 내고, 힘을 얻었을 것이다.

문득- 내가 책을 사랑하는 행위도, 책에 대해 이렇게 늘 기록을 남기는 행위도, 책에게 코딱지만큼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더 뿌듯해지고, 책이 더 좋아지는 마음이 든다. 또,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이라는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늘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보아야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내게, 그렇게 응원과 원동력을 선사해주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김승복 지음
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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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읽는 당신의 눈과 손과 입을 반드시 기억하면서, 쓴 사람과 쓰인 사람을 당신 뜻대로 꼼꼼히 읽으며, 오로지 읽어낸 당신만을 믿으며, 그렇게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방식으로 유유히. 당신 멋대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p.131)

만약 여러분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좋아하는 문장이나 구절을 하나만 꼽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꼽아 설명해 보자면 저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저만의 공간이 ‘퀘렌시아’가 되고 저의 경험은 ‘푸른 꽃’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p.175)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절’이 있다면, 내 허락도 없이 지갑에 있던 편지를 훔쳐봤던 직장 선배일 것이다. 지갑을 마음대로 만진 것도 화가 났는데, 그 편지는 오래도록 좋아하고 긴 시간을 두고 이별하고 있던 이의 편지였기에 그저 누군가가 열어본 것만으로도 그 소중함을 도둑맞은 것 같았다. 모질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진 말로 그 선배와 손절을 선언하며 그 편지도 함께 끊어냈었다. 이미 십수 년도 더 지난 일이기에 그 편지마저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우습게도 『같이 읽자는 고백』을 읽는데 그 편지가 떠올랐다. 편지의 한 구절까지. 그래서 어쩌면, 『같이 읽자는 고백』은 저마다의 수신자들에게 저마다의 기억과 저마다의 문장을 꺼내는 편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직할 북클럽, ‘책발전소’의 ‘이달의 큐레이터’를 모든 책, 『같이 읽자는 고백』은 김연수, 김초엽, 정세랑, 박상영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작가와 명사 37명의 ‘같이 읽자’라는 고백을 모은 책이다. 각각의 편지에는 모두 책이 추천되어 있으며, 작가들의 인생과 삶, 그 책과의 기억들, 그 책으로부터 얻은 용기와 힘을 풀어내고 있어 많은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신묘한 편지는 사실 단 한 달씩만 읽히고 영원히 봉인될 뻔했는데 감사하게도 다시 ‘책’이라는 형태로 담겨 새 생명을 부여받았다. 어떤 문장이 그들의 삶에 어떤 감상과 영향을 주었는지를 읽으며, 나도 나의 문장들을- 나의 감상을 야금야금 꺼내어 먹었다.

이 편지의 발신처들을 다 몰라도 좋다. 소개된 책들을 다 읽지 않아도 좋다. 아니, 어쩌면 이 책에 소개 된 책을 다 읽은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베스트셀러도 안되고, 지인이나 관계자로 연루되었던 책도 추천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같이 읽자는 고백』에 소개된 책들은 이미 읽은 것들은 읽은 데로, 읽지 않은 책들은 읽지 않은 데로 공감을 주었다. 또 새삼스럽게 “맞아, 책은 이런 깨달음을 주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책으로 인해 모든 시간들이 공간들이 열리는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마 내가 그 오래된 편지를 떠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 않을까. 나는 분명 그때의 마음 위에도, 좋았던 마음 위에도, 또 그 이후에 삶을 살면서도 문장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렸을 터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김초엽 작가님의 말처럼, 어떤 문장은 솜사탕으로, 어떤 문장은 낙엽처럼 남았겠지. 『같이 읽자는 고백』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어딘가의 문장들을 여행했다.

같이 읽자는 고백

김소영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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