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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한은형 장편소설 의 표지 이미지

거짓말

한은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36. 보다시피 소설로 썼다. 분량을 두 배로 늘리려면 소설을 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써본 적도 없으면서. 🌱소설이란, 놀라운 것이었다. 내가 나의 일을 쓰면서 '나'라고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해결할 수 있다니. 🌿3인칭은 기적이었다. '나'라고 하지 않았더니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왔다.

반성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반성은 사라지고 두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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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나는 세계 명작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사람들이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에는 좋은 게 없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끔찍하게 여기는 작가들의 책은 다시는 안 봤다. 이건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는 지루한 게 끔찍한 것이었다. ✔️말이 유창하긴 한데 지루한 사람들이 있다. 헤밍웨이나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존 스타인 벡 같은 사람들이 그랬다. 헤밍웨이는 재치는 있지만 어휘력이 부족하다. 🌱나는 반짝반짝거리는 말들을 쓰는 사람들이 좋았다. 어눌하더라도 색다른 데가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몇 문장만 읽어봐도 알 수 있었다.

거짓말

한은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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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89. "꼴찌들을 모아놔봤자 뭐가 달라져? 모여서 사고나 치지."

내 룸메이트가 무섭게 느껴졌다. ✔️세상으로부터 관대한 대접을 받지 못했기에 자신도 똑같은 자세로 세상을 대하겠다는 나름의 셈법을 가진 애 같았다. 나는 이런 야무진 애들과 친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이런 애들은 남들의 실수를 봐주는 법이 없다. 자기가 실수하면 보나마나 그런 적이 없다고 우길 게 뻔했다.

거짓말

한은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4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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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67. 집에 있는 다른 '주부'들과는 달리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었던 미구 씨로서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예외적인 감각에 스스로를 도취시키느라 힘들었던지 미구 씨는,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녀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밥 비슷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성스럽고도 정성스럽게.
✔️정성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그 정성에는 '내가 이만큼 정성을 들였으니 이 정성은 인정받아 마땅해'라는 당당함이 있었고, 그것을 모를 만큼 나와 아빠가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피차 힘들었다.

식탁 위에는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누구보다 잘한다'라는 마음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1등주의자'의 폐해였다.

거짓말

한은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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