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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세상의 이치야.
언와인드를, 사회가 추는 멋진 부정의 가보트를 보게나. 언젠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세상에, 우릭사 무슨 짓을 한거지?”라고 말하는 날도 오겠지. 그건 확실해. 하지만 나는 그 날이 금방 오리라고는 믿지 않아. 그때까지 춤에는 음악이 필요하고, 합창단에는 목소리가 필요해. 그 목소리를 내게. (p.426)
어느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마지막 책, 『언디바이디드』를 읽었다. 여름이 무르익었을 때 이 시리즈의 첫 권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밤이면 서늘한 감이 드는 8월의 중순. 그런데 감히 말하자면, 유독 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번 여름이었다지만 나는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와 함께 보내며 심리적으로 시원을 넘어, 서늘함까지 느꼈던 것 같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 인간 생명의 가치, 생명의 존엄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여정, 『언디바이디드』를 소개한다.
앞의 책들도 그러했지만, 『언디바이디드』를 읽는 내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고, 과연 나조차 선한 사람의 영역에 들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내 스스로 나에게 의심을 품을 무렵, 『언디바이디드』에서는 모두의 작은 노력들을 모아 결과를 만들어낸다. 평소 좋아하는 말인 “우공이산”처럼, 작은 사람들이 모여, 작은 힘을 내어 세상을 변화해간다. 어쩌면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가 진짜 하고 싶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큰 권력을 쥔 사람들이 헛된 욕심으로 세상을 나쁘게 이끌어가도, 우리는 제자리에서 인간다움을 지키자는 것.
『언디바이디드』에서는 여러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아이들의 집합체들은 해체되어 재조립되는 '레고'가 아닌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며 견고해보이던 세상에 조금씩 균열을 만든다. 결국 그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찰랑거리게 되는데, 그 바다를 이루는 물방울들은 모두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미성숙한 아이들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잔혹했던 사건들을 이토록 점잖게(?) 마무리 지어도 되나 싶지만, 어른보다 더 성숙하게 용서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언디바이디드』의 아이들은 스스로가 온전한 존재임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사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두고 울음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던 까닭은, 과연 우리인들 아이들에게 그러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가,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헤치려하던 부모를 용서하는 아이들을 보며,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며 소리치는 군중을 보며, 과연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고민하기도 했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올 수도 있다.(p.555)”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도 아직은 기회가 있는 세상을 붙잡아두려면 얼마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실은 잊고 살았다.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또 둔감해졌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의 뉴스에서. 그러나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를 읽으며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 익숙하고도 낯선 이 세계에 대해 두려울만큼 생생히 떠올리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의미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둔감한 채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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