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인간 실격의 표지 이미지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민음사 펴냄

실패한 삶의 기록이다. 격(格)을 잃었다는 뜻의 실격, 인간의 격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요조는 그를 잃고 실패했을까를 거듭 되짚게 된다. 소설 가운데 인간이 끝끝내 지켜야 할 격이 무엇인지, 작가 다자이 오사무와 주인공 오오바 요조가 생각하는 격이 무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독자는 저마다의 판단으로 그 격과 인간을 실격하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 이야말로 아마도 <인간 실격>이 가진, '얇다'는 것 외에 몇 안 되는 미덕일 테다.

요조는 주변의 기대를 외면하고 도피한다. 저를 받아주는 사람이 생기면 그 곁에 바짝 붙어있다가도, 그가 제게 어떠한 책임감을 요구하면 여지없이 도망치길 반복한다. 중요한 건 그가 부끄러워한다는 점이 아니라 어떤 책임도 거부한다는 데 있다. 무엇이 요조를 실격하도록 했는가. 그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선택, 고통을 피하기만 하는 삶이 아닌가.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수용소는 가혹하기 그지없다. 종전 직전 몇 개월을 제외하곤 건설노동에 투입됐던 저자다. 겨우 콩 몇 알을 넣고 끓인 스프와 약간의 빵만으로 연명하면서 연일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수많은 수감자들이 영양실조로, 질병으로, 사고로, 이따금은 처형돼 죽었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산다. 더 건강한 이가 죽기도 하고, 훨씬 병약한 이가 살기도 한다. 더 배운 이가 악해지기도 하고, 더 못배운 이가 선을 행하기도 한다. 무엇도 풍족하지 않은 수용소에선 그와 같은 구분이 더욱 선명하다. 프랭클은 제 경험으로부터 이유를 길어낸다. 죽고 사는, 선하고 악한 차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의미다.

모든 인간이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를 찾는 인간이 더 강해진다는 게 이 책의 중심이다. 죽음이란 지뢰가 자갈처럼 널려 있는 수용소에서 의미만이 인간을 강하게 한다는 걸 몸소 깨우친 저자다. 그래서 책은 설득력이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은이), 이시형 (옮긴이)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한국 시네필, 나아가 영화를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피녜이로의 입문서로 유일하다 해도 좋을 선택지를 제공한다. 최대한 충실하려 한 마음이 그대로 깃들어 책의 가치를 잃지 않게 한다. 이로부터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영화예술에 진지하게 임하는 한 작가의 목소리를, 그의 실험과 도전의 성패를 생생히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을까.

마티아스 피녜이로 - 방랑하는 영화, 모험하는 영화

마티아스 피녜이로 지음
코프키노 펴냄

2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공들여 쓴 내 글 한 편이 실려 있다. 그럼에도 차마 내 책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얼마나 대강대강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있는 때문이다. 누구도 마음을 부었다 할 수 없는 이 실망스런 책에 그래도 가치가 있다면, 적어도 인터뷰에 응한 공복들, 그 공직자들의 진심이 이따금은 읽히는 때문일 테다.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파이낸셜 뉴스 지음
북스토리 펴냄

3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