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과학, 역사, 정치 분야를 넘나드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놀랍고, 작가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도 유쾌하다. 이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봐야겠다.
단위가 통일되지 않아 벌어진 '바사호' 이야기는 너무 안타깝다. 바사호가 침몰한 것이 너무 많은 함포를 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교훈을 말할 때 늘 예로 들었지만, 333년 후 바사호를 인양하고 보니 좌현이 우현보다 목재가 두껍고 길이도 더 길었다. 좌현은 스웨덴 조선공들이, 우현은 네덜란드 조선공들이 만들었는데, 인치와 피트를 사용하면서 서로의 단위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다. 그 이후 단위를 통일하려는 시도들을 통해 지금의 단위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여전히 표준 단위가 아닌 피트, 파운도, 화씨 등의 단위가 쓰이고 있는 이유는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 중에 한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플라스틱의 개발 과정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코끼리의 상아로 당구공을 만들던 시절, '당구공을 만들 새로운 물질을 가져오면 1만 달러를 주겠다'는 당구 물품 회사의 광고 때문에 존 하야트가 셀룰로이드를 발명하게 된 점, 그러나 이것이 플라스틱의 원조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알렉산더 파크스가 파크신이라는 플라스틱의 원조를 더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칫솔부터 스타킹까지 여러 곳에 널리 쓰이는 나일론의 창시자 캐러더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나일론이 시장에 자리잡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그런데 현재는 또 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된 점도 아이러니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오후 지음
웨일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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