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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선물은 이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절실한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것. 돌봄과 연결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느낀다. 외로움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관계로 향하게 하는 신호다. 그 외로움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p.192)
성숙한 품위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해주고,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그 멈춘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머릿소게 떠오른 모든 것을 쏟아내며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무척 중요하다. (p.262)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가?”
『조용한 회복』을 읽다 이 문장에서 멈춰섰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본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문장 앞에서 멈칫하는 걸 보니 요즈음의 내 마음이 꽤 버거웠나 싶다. 혹 당신이 삶의 흔들림을 느끼고 있다면, 스스로를 돌봐주지 못하는 것 같다면 『조용한 회복』을 만나보길 추천드린다.
리플러스 인간연구소의 소장이자, 『365부모말하기연습일력』,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등의 책으로 꽤 오래 만나온 박재연 작가님의 신간, 『조용한 회복』은 관계와 맥락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상실감을 짚고, 그것을 이겨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여실히 담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을 원래도 좋아하기도 하지만, 몇몇 일들을 겪어낸 여름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발목을 붙잡는 문장들이 많아 꽤 더디 읽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챕터만으로도 쉬이 눈을 떼지 못할 수도 있다. “가족이 그리울 때, 가족이 힘들 때”, “주기만 해도 행복하다 생각했는데, 사랑이 고플 때”,“일도 삶도 어긋났다 느낄 때”, “삶의 유한함을 깨닫게 될 때” 등 제목만으로도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내용 역시 각 단락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쉬이 깨달을 수 있었고, 생각나누기를 통해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도 가졌다. 때때로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공감하며 『조용한 회복』을 읽을 수 있었다.
『조용한 회복』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닿았던 장은 “가장 중요한 인정은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이었다. 인정욕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고자 내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노력했던 한심한 시간들. 몸이 아파도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책상을 채우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내 마음이 슬퍼지는 배려를 하며 눈물짓던 날들. 『조용한 회복』은 그런 나에게 “우리의 시선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즉 내가 이 순간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탐색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p.285)”고 말해준다. 이 말을 그 시절의 내가 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여전히 내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는 “좋은 사람병”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이를 먹고 성장하며, 마음이 무너져내린 곳에도 꽃이 피고 햇살이 내려앉는다(p.371)는 작가의 말에 작은 소리로 “그럼요”하고 덧붙일 수 있게 된 나는, 『조용한 회복』을 읽으며 내 내면아이의 등을 두드리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잘 이겨냈다고, 잘 지나왔다고, 요즈음은 점점 더 나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이다. 『조용한 회복』은 그런 책이다. 내안의 나에게 작은 응원과 토닥임을 전하는 책.
그래서 누군가 마음이 소란스럽다면 『조용한 회복』을 가만히 건내고 싶다. 잠시 쉬어도 괜찮으니 당신 마음부터 돌보라고, 인생이 흔들려도 우리는 결국 다시 스스로를 찾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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