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나라는 엄마와의 서먹한 관계, 가족처럼 지내온 이모와의 단절, 그리고 아빠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혼란을 겪는다. 특히 이모가 돌연 자취를 감추며 남긴 상실은 나라의 일상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한편, 시각·청각·촉각 등 거의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 누구나 낙원이라 부르는 메타버스 ‘시카모어 섬’에 입성하는 것은 나라의 오랜 꿈이다. 섬을 설계한 인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단서들을 좇다 보니 오래 전 사라진 이모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혹시 복권에 당첨된 뒤 사라진 이모가 이 섬을 만든 건 아닐까?
한편으론 돈을 기준으로 철저히 나뉜 등급 사회. 재산이 많은 이는 유닛A구역부터 가장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은신처 유닛F구역까지. 낙원이라 불리는 메타버스조차 불평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택해야 하는가.”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완벽한 세계는 어디에도 없지만, 연대와 이해를 택하는 태도야말로 불완전한 현실을 조금은 희망에 가깝게 만든다는 것을. 현재 존엄사·안락사로 불리는 ‘선택사’라는 민감한 주제까지 정면으로 끌어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