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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청소부 (김혜진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어스름 청소부

김혜진 지음
래빗홀 펴냄

읽었어요
어스름을 보는 특별한 눈
주인공 소요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스름’을 치우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곰팡이나 먼지처럼 스며들어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어스름은, 소요에게는 숙명이자 짐이다. 어스름이 닿을 때마다 예민해져 일상과 관계가 힘들어지고, 친구 사귀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런 소요 곁을 지켜 주는 건 사람의 얼룩을 읽을 수 있는 제하뿐. 그리고 전학생 예나가 나타나면서 소요의 세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예나의 반전 정체👍🏻)

이야기 속에는 어스름을 보진 못하지만 청소부들을 묵묵히 도와주는 박 주무관, 욕심에 사로잡힌 어스름바치 형설 같은 인물들도 등장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어스름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더 깊고 입체적으로 만든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읽는 동안 어스름은 자꾸 내 안의 그림자를 닮아 있었다. 남들은 알 수 없는 마음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야 했던 순간들이 겹쳐져서 마음이 먹먹했다. 그런데 소요가 그 불편한 힘을 끝내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문득 위로를 받았다. 외로움조차 언젠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은근히 마음에 남았다.

청소년 소설은 솔직한 감정과 성장의 순간을 담아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가볍게 읽히지만 오래도록 남는 울림, 어른에게도 다시 성장의 시선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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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기쁨의 황제 게시물 이미지

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읽었어요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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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eong_lee0119

주인공은 생계를 위해 리셀링을 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팬심보다 현실이 더 절박한 그에게 굿즈 시장은 일종의 생존 수단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악명 높은 리셀러 3명이 차례로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의 일상은 완전히 뒤집힌다.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리셀러만을 노린 연쇄 살인으로 굳어진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대중의 반응이다. SNS에 유포된 살해 영상을 보고도 사람들은 범죄자보다 리셀러를 먼저 비난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낸다. “업보다”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고, 피해자조차 위로받지 못하는 잔혹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은 점점 자신이 사회의 적이 된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살인마의 정체는 꽤 충격적이다. 범인은 돈이나 개인적 원한이 아니라, 오히려 굿즈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순수주의자였다. 굿즈가 정말 ‘애정의 증표’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 리셀링이라는 시장 논리에 의해 굿즈 문화가 더럽혀졌다고 믿는 인물. 그의 눈에는 리셀러가 “팬덤을 오염시키는 존재”였고,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정의감이 살인을 정당화하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히는 편이라 부담 없이 완독할 수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재미있다고 느끼진 못했다. 그냥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한 작품 정도로 남았다.

✔️짧은 리뷰
굿즈·팬덤·리셀링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스릴러로 풀어낸 독특한 작품. 연쇄 살인과 대중의 냉혹한 여론이 대비되며 씁쓸한 현실을 드러낸다. 가볍게 읽히지만 강한 여운까지는 남지 않는 편.

리셀러 살인사건

마츠자와 쿠레하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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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eong_lee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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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호 옆 깊은 숲 속에 자리한 오래된 적산가옥.
어린 시절 그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을 겪었던 규호는, 세월이 흘러 큰아버지에게서 그 집을 유산으로 상속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교도소 근무 중 징계와 감봉, 그리고 아픈 딸의 치료비로 삶이 기울어가던 규호에게 이 집은 다시 시작할 기회처럼 느껴진다. 그는 아내 수현과 쌍둥이 실비·실리와 함께 그 집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도착한 지 오래지 않아 집은 이상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밤새 들리는 발소리, 벽과 천장을 타고 흐르는 기척, 아이들을 향해 뻗는 보이지 않는 손길, 집안 곳곳에 스며 있는 숨결 같은 체온. 환영인지 실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존재들이 가족을 뒤흔든다.
그 와중에 수현은 집 안의 낡은 책상에서 1945년에 이곳에 살았던 여성 ‘나오’의 실험 기록과 편지들을 발견한다.

식민지 조선 시절 지방 병원으로 부임해 고립된 채 살아가던 의사 나오가 남긴 흔적.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매달리고, 죽음을 뒤집고, 생명을 다시 잇고자 했던 절박한 시도들.
규호의 가족이 집에서 겪는 기이한 사건들이 계속될수록, 나오의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깨어나고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집은 단순히 흉가가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을 품고, 기다리고, 선택한다.
그리고 80년 전 억눌렸던 욕망과 슬픔, 집착과 사랑이 2025년의 현실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공포 소설이라 해서 소름 돋는 자극적 장면을 기대했는데, 읽다 보니 더 두렵고 잊히지 않는 것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집’이었다.
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을 품고 기다리고 선택하는 존재다. 읽는 동안 나는 한 채의 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1945년, 1995년, 2025년. 세 사람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한 지점에서 연결될 때마다 공포가 차곡차곡 쌓여 올라간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속도보다, 누군가의 절박함과 상처가 기어 나오듯 드러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집이 사람을 붙잡는 이유.
누군가가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이유.
그리고 떠돌아다니는 환영들의 정체.
공포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오히려 더 서늘하고 더 안타깝다.

특히 인물들 살아 있는 사람, 이미 떠난 사람,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걸친 존재들
모두가 무섭고 불길한 동시에 이해되고 짠했다.
되돌리고 싶은 마음, 잃은 것을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은 너무 인간적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 마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끝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는지 바라보는 과정이 이 책의 진짜 공포다.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욕망과 상처, 기억과 죄를 품고 이어가는 생명체다.
그 생명은 길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어진다.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추천하고,
공포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서늘한데 따뜻하고, 무서운데 슬프고, 잔혹한데 아름답다.

이런 소설은 흔하지 않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이야기 정말 그 말 그대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스트

유재영 지음
반타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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