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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것들 사이에서, 천천히.
이 소설에서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답을 주려 하지 않았다. 그저 한 사람이 자신의 상처 앞에 서서, 천천히 그것을 바라보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었다. 아버지의 부재 이후 흩어진 가족들, 서로를 탓하고 멀어졌던 시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꿈꾸지만 두려워하는 ‘나’의 모습.
읽는 내내 ‘나’가 묻는 질문들이 낯설지 않았다. 과연 내가 누군가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 있으면서도 자꾸만 멀어지는 이 감각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민병훈 작가는 이 물음들을 억지로 풀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와 현재를 겹쳐 놓으며, 빗나간 순간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달라질 수도 있었을 가능성들을 조용히 가정해보면서, 결국 그 모든 것이 그래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임을 받아들여간다.
누나가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모습을 보며, ‘준’과의 관계가 어긋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계속 걷는다. 그 여정이 외롭고 더디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기’에 있기를 선택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내 안의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오래 외면해왔던 질문들, 애써 덮어두었던 감정들. 그것들을 마주하는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명확한 결말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어떤 시간. 완전히 치유되지도,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민병훈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보여주며, 당신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당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그 다정한 손길이, 오래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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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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