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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파과 : 흠집이 난 과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림


평탄하지 않았던 인생.
그 무엇에도 기댈 곳이 없이, 기대본 적 없이 살았던 인생.
바랄 것도 없었고 바라지도 못했던 인생.
달콤함이라는 분홍빛깔이 끝내 미치지 못했던 인생.

그런 인생이 느닷없이 물들었다.
아주 작은 햇살로 인해
잠시나마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파괴했던, 혹은 파괴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약한 순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기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서툴고 투박하다.
일상의 행복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극히 평범했던 인생은 타인의 의해 삐끗했고, 결국 끝없이 부서져 내린다.
평생 받지 못했던 사랑과 주지 못했던 사랑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미숙한 투정이나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 어설픈 몸짓 속에서, 그들이 지나온 매몰찬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두 인물이 마음 아프게 한다.

작가는 이처런 파편같이 부서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글 속에 각 인물에게 쏟아부은 작가의 깊은 감정들이 오롯이 녹아들어,
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따라가다가 끝내 긴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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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음
열림원 펴냄

읽었어요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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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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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리

@helia

마치 살아있는 듯한 인물들.
그리고 있었을 법한(어쩌면 있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러다보니 소설이 아닌 일기처럼 읽혀졌다.
각자의 일기를 통해 '심시선'​이라는 인물을 그려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이라는 자리 혹은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험하고 모진 세월을 견뎠던 심시선.
그랬기에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진취적이였던 그녀.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히 다 공감할 수 없을만큼 아픈 시간들.
지난 시간들이기에 아름다웠다 추억할 수도 있고
그 시간들을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심시선이 세상에서 돋보였던 건 세상이 그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은 더 따가워지고 있다.

소설 속 화수의 말처럼, 세상의 공기는 따갑다.
숨쉬는 것조차 때로는 버겁기까지 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수없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어떤 부분은 여전히 퀴퀴한 공기들로 가득차 숨막히게 만든다.

그런 세상에 대한, 어쩌면 여성으로서 그런 세상을 마주한,
특히 여성 예술가들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현실들을
이렇게나마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심시선을 추억하는 모습을 통해,
그리고 그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인물들을 통해,
따가운 공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을 통해,
기분 좋게 책을 덮으며 살짝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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