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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끝까지 이 여자들을 미워할 수 없었다는 거였다. 분명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데도, 그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그 순수한 절망이 계속 마음을 건드렸다. 특히 마지막에 요셉이 진실을 깨닫고 나서의 반응들.. 그 처참함과 동시에 어떤 해방감 같은 것까지 느껴져서 더욱 복잡했다.
나미의 마지막 모습이 가장 오래 남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그녀를 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이런 광기와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애의 모성애도 가슴을 저몄다. 아이를 향한 그 간절한 마음이,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되었을 뿐.. 결국 그녀도 사랑하고 싶었던 것뿐이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9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이 모든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 시절의 공기, 뭔가 끝나가는 것들에 대한 허무함과 동시에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그 모든 것이 소설 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에 대해서였다. 이 여자들의 사랑이 비뚤어졌다고 해서, 그 감정 자체가 가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무서웠다.
마지막 장면에서 요셉이 보여준 그 복잡한 감정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증오와 연민, 그리고 어떤 이해 같은 것들이 뒤섞인..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그 경계선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을 단순히 미치광이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무엇보다, 이희주라는 작가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시선이 인상 깊었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인간의 어둡고 복잡한 면까지도 그대로 껴안으려는 그 용기가 대단했다.
한동안 이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강렬하고,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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