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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작품이 그려낸 일상의 발자취는 온화하고 따뜻했다. 저자의 필체에서도 부드러운 온기가 스며들었다. 죄스러운 감정 속의 이물감도,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건네는 '안녕'이란 말도, 마음을 몰캉하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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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8
사실 해방 이래 한 번도 돈을 욕망하지 않은 적 없으면서, 겉으로는 노동과 근면을 미덕인 양 가르쳐온 사회가 갑자 기 저더러 문맹이라니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그간 저나 제 부모님이 살아온 방식을...... 응, 실존을 부정당한 것 같아서.

P. 121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 "내가 탐욕을 부리거나 투기를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그저 좀 생존하겠다는 건데. 가진 사람들은 세금 몇 푼에도 펄쩍 뛰고 피해자가 되지 못해 안달인데. 정작 사다리에서 튕겨나간 나는 좀 속상해하면 안 돼?" 항변했다. 젊었을 때라면 나도 "우리가 아니라 사다리를 의심해야지"라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 말이 입에서 차마 안 나와 남편을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

P. 231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 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숙이는 게 결국 예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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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스타님의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게시물 이미지
우리는 늘 집중하라고 배운다. 산만함은 비효율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니까. 그런데 이 작품은 이 통념에 도전한다.
저자는 말한다, 산만함이야말로 창의성과 깊은 사유의 출발점일 수 있다고.

저자는 성과 중심 사회에서 산만함이 '방해물'이 아니라 '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틈을 통해 우리는 감정의 여유, 생각의 여백, 그리고 창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몽테뉴의 유려하지만 자유로운 글쓰기, 흄의 유동적인 자아 개념을 통해 산만함은 주의력 결핍이 아닌 자기 성찰의 형식으로 재조명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산만함이 즉각적인 자극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생각을 유예하고 성찰을 깊이는 힘이라는 주장이다. 집중이 흐트러졌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그건 어쩌면, 새로운 사유가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머리나 밴줄렌 지음
다산초당 펴냄

읽었어요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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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스타님의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게시물 이미지
윌리엄 해즐릿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직설적인 그의 문장들은 '이거 맞잖아. 아니야?' 하며 읽는 이들을 찌른다.
그의 강렬한 신념은 언제 접해도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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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6
한마디로, 진부한 비평가는 학문적 깊이는 없지만 교양있는 척하며 대화 속에서 학자의 권위를 흉내낸다.

P. 39
셰프츠베리 경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화해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그래서 자기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일에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굳이 화를 내지 않으니, 마치 인간적인 친절함으로 가득찬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P. 55
만약 전능한 존재가 자신을 지켜보며 판단한다고 믿으면서도, 그 믿음이 실제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결국 자신이 누구이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은 외면한 채, 자신이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믿으려 한다. 마치 자기가 자신의 결점을 무시하면 하나님도 그것을 보지 않으리라 기대하듯이.

P. 68
한 사람의 얼굴은 오랜 세월이 만든 결과물이며, 그의 삶 전체가 표정에 새겨져 있다. 아니, 그것은 자연이 직접 찍어낸 흔적이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P. 85
너무 가까우면 고유한 특징들이 흐려지고, 판단력은 이익과 편견에 가려진다.

P. 104
가난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손끝의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귀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각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때 남는 것은 오직 허탈감뿐이다. 그리고 이 허탈감은 다시 한번 현실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P. 129
가난은 선택일 때 존엄이 되고, 신념일 때 권위가 된다.

P. 136
줄타기에는 그럴 여지가 없다. 즉 논리로 추락을 부정할 수 없고, 말로 균형을 되찾을 수 없다. 오직 정확한 동작만이 줄 위에 설 수 있게 한다. 기계적 기술은 결과를 요구하지만, 지적 노력은 끝없는 논쟁과 의견 뒤에 숨어 버릴 수 있다.

P. 159
누군가에 대한 진정한 존경은 피할 수 없는 증거 위에 세워질 때만 견고하고 오래 지속된다.

P. 161
어떤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에 올랐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위대한 인물이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자기 방식대로 훌륭할 수는 있지만, 그것뿐이다. 그가 위대한 지성의 흔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의 정신의 원천을 따라가며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이나 비밀스러운 솜씨에 불과하다.

P. 178
청춘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고, 영원할 것처럼 꿈꾼다. 이 믿음은 현실을 초월한 감각이며, 삶의 가장 순수한 불꽃이다. 그리고 그 불꽃은 내면의 태양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P. 197
고통은 우리를 변화시키지만, 그 변화는 고통이 지속되는 동안만 유효하다. 병이 낫는 순간, 우리는 그 모든 결심과 통찰을 잊는다. 마치 그것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지음
아티초크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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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kstar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냥 그랬다.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북다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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