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민정

@minjeong_lee0119

+ 팔로우
드라이브 피플의 표지 이미지

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한끼 펴냄

읽었어요
📖완독리뷰
항공 승무원 정원은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비행을 떠난다.
그녀의 인생은 언제나 “위험 없는 길” 위에 있었다. 안정된 직장, 예측 가능한 하루, 예정된 결혼. 하지만 화산 폭발로 귀국 비행이 취소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 그때, 유럽행 비행 중 스쳐 지나갔던 남자 해든,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와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렌터카 예약이 겹치며 두 사람은 같은 차에 오르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항구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짧은 여행 동안 정원과 해든은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드러내며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정원은 처음으로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은 끝나고, 이별은 빠르게 찾아온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길로 돌아가지만, 그 만남은 정원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정원은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마음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결혼은 온기 없이 이어지고, 친구와의 관계에도 금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TV 속에서 다시 본 해든의 얼굴은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감정을 흔들어 깨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로 이탈’이라는 말이었다. 정원은 처음엔 불운한 상황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길 잃음이야말로 그녀가 진짜 자신을 만나는 첫 순간이었다. 삶이 예측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닥친 돌발의 여정, 그 안에서 피어난 사랑과 혼란, 그리고 성장의 흔적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짧지만 깊었고, 그 안에서 서로의 삶이 비춰지는 장면마다 묘하게도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드라이브 피플》은 삶의 변곡점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정원의 ‘이탈’은 결국 자유의 시작이었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랑은 한 사람을 바꾸는 용기의 은유로 느껴졌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도 한 번쯤은, 예상치 못한 길 위에서 만나야 할 ‘해든’이 있지 않을까.

다만,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야만 했을까 하는 마음이 오래 남았다. 해든과 정원이 서로의 세계를 그렇게 강하게 흔들어놓았는데, 그 이후의 삶이 너무 빠르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그들의 감정이 이어지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컸고, 현실적이면서도 잔인하게 ‘진짜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 피플》은 여행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예상치 못한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이탈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선물이다.
0

이민정님의 다른 게시물

이민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민정

@minjeong_lee0119

  • 이민정님의 치즈 이야기 게시물 이미지
#밀리의서재 #치즈이야기 #조예은 #문학동네

📖완독리뷰
1️⃣ 표제작 「치즈 이야기」 – 사랑과 증오가 한 덩어리가 되는 순간
이 단편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상처가 냄새가 되고, 그 냄새가 새로운 욕망으로 변하는 과정이 서늘했다. 기괴하지만 동시에 너무 인간적이라서, 읽다 보면 ‘감정도 언젠가 숙성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2️⃣ 「보증금 돌려받기」 – 도시의 민낯과 생존 본능
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괴기스럽다. 도시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을 품고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무 정확하게 보여준다. 도시에서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이야기.

3️⃣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 사랑과 질투, 그리고 희생의 뒤틀린 구조
쌍둥이라는 설정이 이렇게까지 아프고 예리할 수 있을까. 사랑과 질투가 얼마나 쉽게 서로를 닮아가는지,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오래 생각하게 한다.

4️⃣ 「반쪽머리의 천사」 – 조연이 된 삶을 다시 뛰게 하는 이야기
잔잔한데 이상하게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 꿈을 잃은 삶이 스스로를 다시 연출하는 순간의 미묘함이 오래도록 머문다.

5️⃣6️⃣7️⃣ 기억 SF 3부작: 「소라는 영원히」, 「두 번째 해연」, 「안락의 섬」
세 작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이 존재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계속 존재하는가.”
외계인도, 복제인간도, 기계 팔도 모두 그 질문의 변주일 뿐이다. 특히 「안락의 섬」에서 플루와 라미의 서사는 따뜻해서 오히려 더 아프다. 잃어버린 존재를 떠올리는 기억 자체가 이미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인물들은 저마다 기형적인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그 모습은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하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아름답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서 천천히 숙성되는 책.
기분 좋게 오래 남는, 약간의 ‘썩은 향’이 스며든 감정들.
처음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향과 맛이 분명해지는 숙성 치즈 같다.

읽는 동안에는 “아, 이상하다” 싶었는데, 읽고 나면 “그래서 더 좋았다”고 말하게 되는 책.
그러나… 나에겐 좀 어려운 책이기도 했다 😂

#단편소설 #완독기록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리뷰

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6시간 전
0
이민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민정

@minjeong_lee0119

  • 이민정님의 간단후쿠 게시물 이미지
#도서협찬 #간단후쿠 #김숨 #민음사

📖완독리뷰
『간단후쿠』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소설이다.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여성들이 입었던 원피스식 옷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간단후쿠’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칭하는 이름이 된다.
옷을 입는 순간 그들은 ‘사람’이 아닌 ‘간단후쿠’가 된다.
벗을 수도, 벗겨질 수도 없는 옷.
그 옷은 폭력의 흔적이자,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자의 증거다.

이름을 잃은 15세 소녀 요코(본명 개나리)는 만주의 위안소 ‘스즈랑’에서 임신한 몸으로 살아간다. 그의 시간은 계절처럼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몸은 계속 ‘기억한다’. 지워지지 않는 고통, 지워질 수 없는 생명.

요코를 포함해 열 명의 소녀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땅에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상상 속에서 도망치며,
누군가는 끝내 저항하고, 또 누군가는 “스미마센”이라 말하지 않으며 버틴다.
그들은 모두 피해자이지만, 그 속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은 결코 같지 않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간단후쿠’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 속에서도 끝내 ‘살아 있으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프고, 동시에 눈부시다.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다.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어떤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읽는 동안 수없이 아팠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건 아마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은 이들의 작은 빛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잊히지 않기 위해 쓰였고, 나는 잊지 않기 위해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기록 #완독기록 #책스타그램 #전자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bookstargram #독서스타그램 #book #책리뷰 #책추천 #책 #소설

간단후쿠

김숨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0
이민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민정

@minjeong_lee0119

  • 이민정님의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게시물 이미지
#도서협찬 #행복할거야이래도되나싶을정도로 #일홍 #부크럼출판사 #책추천 #에세이추천

📖 완독리뷰
하루를 버티는 게 버거운 날이 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싶을 때, 이 책은 그런 날의 나를 다정하게 끌어안아 준다. 행복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순간에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일홍 작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깊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야. 누리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사는 것. 고생 끝에 오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이미 행복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실패와 실수, 불완전한 하루마저도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깊이 스며든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냥 무사히 하루를 마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그 단순한 진리를 잊고 살았던 나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해 준다. 작가의 다정한 언어는 ‘오늘의 나’를 위로하면서도 ‘내일의 나’를 응원한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행복을 도달해야 하는 목표처럼 생각했는데,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행복은 이미 내 일상 곳곳에 조용히 스며 있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햇살,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조차도 행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은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따뜻한 쉼표 같다. 앞으로 힘든 날이 오더라도,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괜찮아. 그리고 행복할 거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기록 #완독기록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bookstargram #독서스타그램 #book #책리뷰 #책추천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부크럼 펴냄

3일 전
0

이민정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