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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아카넷 펴냄

●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추천사에서 번역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 던지는 저자의 견해는 가독성만이 무조건 좋다는 본인의 머리를 한 대 때린 것 같았다. 가독성에 치중한 의역이 자칫 정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성과 가독성 이 둘의 세력 싸움은 번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상 영원할지니.

● 책에서 하도 많이 봐서 기억에 남는 표현으로는 ‘무장을 벗기다’ ‘신과 같은’ ‘아레스와 같은’ 등등이 있다.

●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세발솥’이다. 세발솥이 어떤 존재길래 주요 재물로써 언급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구글 검색을 통해 세발솥이 왜 중요했는지 AI가 명료히 알려주었고, 그 사실을 공유차 본 글에도 옮겼다. 요약임에도 모바일로 주로 읽히는 플라이북 앱의 레이아웃 특성상. 보는 입장에서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양해를 부탁하고자 한다.

● “고대 그리스에서 세발솥(트라이팟, tripod)은 단순한 조리 도구를 넘어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탁의 상징 및 도구: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세발솥은 가장 중요한 종교적 상징물이었습니다. 신전의 무녀인 피티아(Pythia)는 세발솥 모양의 의자에 앉아 신으로부터 신탁받았으며, 이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국가적, 개인적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권위와 존귀함의 상징: 세발솥은 '왕위' 또는 '존귀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권력과 지위를 상징했습니다. 이는 동양의 '정(鼎)' 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인물이나 가문의 권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봉헌 및 부의 과시: 올림피아나 델포이와 같은 범 그리스 성역에서 세발솥은 신들에게 바치는 귀중한 봉헌물이었습니다. 승리나 성공을 기념하여 신전에 봉헌된 대형 청동 세발솥은 봉헌 자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경쟁의 상품: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체육 경기나 시가 경연 대회 등 다양한 행사의 우승자에게는 종종 상품으로 세발솥이 수여되었습니다. 이는 명예로운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요약하자면, 세발솥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종교 생활 중심에 있었으며, 정치적 결정 과정과 사회적 위신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상징물이었기 때문에 중요했습니다.”

● 70p에서 뜬금없이 “제가 말해보겠나이다” 서술되는 저자의 개입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한다. 가까이서 보았기에 목격한 사실을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서였을까, 전해 들은 사실을 옮겨적은 것이라는 자백이었을까. 책의 일관된 문체와, 그를 적은 ‘호메로스’라는 필명만이 전해지는 한 인물이 자아내는 또 다른 미스터리함.

● 본 줄거리에서 그리스와 트로이의 병사들은 기나긴 전쟁에 이미 지쳐왔고,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일기토 후 종전에까지 가까웠다. 하지만 올림포스 신의 부추김과 그에 넘어간 트로이 측 상층부의 어리석음으로 잔인한 전쟁이 재개되고 만다. 결국 바닥에서 얼굴을 붙이며 서로 마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병사들이다. 전쟁에서 가장 밟히는 건은 백성일지니.

● 22권은 전우 폴리뭬데스의 말을 안 듣고 아킬레우스에 의한 자신의 파멸을 언급하는 헥토르의 독백과 아킬레우스의 파멸을 언급하는 헥토르의 저주가 주된 내용이다. 각 진영에서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두 인물에 예견되는 파멸은 전쟁의 허망함을 더 나타낸다.

● 그렇게 매정한 메넬라오스 그렇게 죽기 전 영웅적 면모를 보이며 명예를 회복하는 아버지의 부성애와 서로의 소중한 자를 향한 통곡은

● 자식을 찾으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띠고 있음을 옮긴이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가멤논에게 살아있는 딸을 찾으러 온 사제인 아버지와 죽은 자식을 되찾으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 살아있는 사제의 딸을 물건 취급하며 그녀의 아버지를 능멸한 아가멤논은 명예도 잃었을뿐더러 후에 그의 목숨도 잃는 것에 대한 동정의 여지조차 잃는다.

● 하지만 프리아모스의 아픔에 공감하고 헥토르의 시체를 능멸한 졸렬함에서 벗어나 트로이 왕의 아들의 몸을 돌려주고 무사하게 트로이에 돌아가게 하는 아킬레우스는 보편적 인류애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 영웅의 모습을 보인다.

● 책의 마지막에서 프리아모스의 아들에 대한 추모와 아킬레우스의 친우에 대한 추모의 대조는 신들의 개입을 제외하고 전쟁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인 파리스의 헬레네 도적질을 원망하게 만든다. 충분히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에.

● 트로이 전쟁은 기원전 12세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23장의 주요 줄거리인 파트로클로스 추모 체전의 종목은 기원전 9세기 올림픽 고대 체전을 연상시킨다. 올림픽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던 것 같다.

● 24권에서 파리스라는 인간이 한 황금 사과 주인을 고른 선택에서 헤라와 아테나가 느낀 능멸이 그리스와 트로이 양측에 거대한 상처의 주요 원인임이 드러난다. 그리스 로마 신화 문헌을 읽을수록 ‘올림포스 신들의 졸렬함’에 대한 인식이 강해진다. 올림포스 신들처럼 살지 알아야 한다는 반면교사의 심정이 독서를 통해 다져진 긍정적인(?) 소양일까.

● 부록으로 실린 책에 등장했던 인물에 대한 소개 글은 앞서 서술된 분 스토리를 다시 되짚을 수 있게 하는 유익한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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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__lee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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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부터 읽는게 질린다.
죽고 죽이고, 후퇴하고 진격하고, 쫄 안쫄이 지겹도록 반복된다.
중간중간 신들의 서사가 있지만 전쟁의 쳇바퀴로 인한 지루함을 달래긴 역부족이다.
슬래셔무비를 계속 보다 이에 무뎌져서 헛웃음이 나오는 단계로까지 비유할 수 있으려나.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아카넷 펴냄

읽고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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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__lee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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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책을 읽으며 비극은 서사시의 재해석이란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다.

ㅡ 서사시보다 텍스트 분량은 적지만 명료하고 생생한 묘사가 책의 장면을 상상하는 데 쉽게 해준다.

ㅡ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되는 고대 비극의 구성요소는 유사한 면모를 통해 그것이 현대 연극과 원류임을 보여준다.

ㅡ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작품들에서 각각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이 보이는 고집과 성급함은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지혜와 그를 덮는 오만함은 일가의 DNA였던 것일까.

ㅡ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고 만난 적이 없던 안티고네와 엘렉트라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들은 주위의 만류와 회유에도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 옳다 믿으며 절대코 꺾이지 않는다 전자는 하데스의 곁으로 갔지만, 후자는 살아남아 형제와 감동의 재회를 한다는 크나큰. 차이가 있지만

ㅡ 한편, 소포클레스 비극이 문학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반대할 수 없다. 하지만 책 안에 스며든 시대의 가치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ㅡ 신이 정한 운명에 인간은 복종해야 하고, 부모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며,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족쇄와도 같은 가치관.

ㅡ 현대에도 이런 가치관을 지닌 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순응과 자식을 물질화하는 것에는 몸서리가 쳐진다.

ㅡ 시대상이 강하게 드러나는 문학을 읽는 데서 나오는 단점이랄까. 소양과 지적 쾌감을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인데, 이런 가치관에 무조건 공감해 담아두는 것은 외려 독자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지음
도서출판 숲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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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__lee0819

  • LGO님의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게시물 이미지
파리스의 불륜이 이 얼마나 많은 생을 괴롭히고 앗아갔는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지음
도서출판 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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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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