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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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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읽었어요
일상의 틈새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
이 책은 제목부터 풍기는 묘하게 서늘한 기운처럼, “괴이”가 아니라 “불안”을 이야기하는 호러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소름 끼치는 장면을 쌓아 올리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 내면 깊숙이 있는 어둠과 균열을 조용히 건드리는 이야기들이다.

바닷가 마을, 오랜 가옥, 지방 도시, 수족관 등 닫힌 공간과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그곳에 스며든 ‘이상한 기운’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규모가 크지도, 특별히 극적이지도 않은 사건들이지만, 일상의 틈새에서 아주 미세하게 벌어지는 균열은 오히려 더 깊게 파고드는 공포를 만든다. 물비린내, 눅눅한 공기, 빛의 결 같은 감각적 디테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서늘하게 끌어올린다.

1. 꿈 전달
절필한 작가에게 꿈을 통해 알 수 없는 존재가 스며드는 이야기.
꿈의 내용이 점점 현실과 닮아가기 시작하면서, 편집자는 작가가 왜 글을 멈췄는지 그 이유를 엿보게 된다. 창작자의 번아웃과 불가해한 침투가 기묘하게 겹쳐진다.

2. 수족
지방 수족관에서 물과 육지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야기.
평온해 보이던 수족관에서 사소한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직원들은 ‘어디서부터가 물속인지’ 알 수 없다는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잠식된다.

3. 에어 플랜트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의 고립 속에 변화가 스며든다.
에어 플랜트를 키우던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어딘가 떠 있는 모습’과 닮아가는 순간들을 목격하며 불안을 느낀다.

4. 침하교를 건너자
어린 시절의 죄와 현재의 비극이 물에 잠기는 다리에서 교차한다.
매년 물속으로 가라앉는 다리를 다시 찾아간 주인공은 오래전 자신이 숨겼던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그 기억은 현재의 사건과 섬뜩한 방식으로 맞닿는다.

5.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집착의 위험성.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상대를 얼마나 옥죄고 있었는지 주인공은 늦게야 눈치채고, 이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으로 흘러간다.

6. 난태생
탄생과 모성이 뒤틀린 공포와 맞닿는다.
출산을 앞둔 인물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변화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에 사로잡혀, 생명 탄생이 어째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7. 호족
닫힌 가문이 지닌 오래된 집의 비밀.
오랜 전통을 지닌 집안에 시집온 주인공은 공간 곳곳에 스며든 기묘한 기운과 가문의 금기들을 마주하며 점점 압박감을 느낀다.

8. 보내는 순례자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감정적 파문.
오랫동안 마음을 붙들어온 사람이 떠나기로 결심하자, 남은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묻어두었던 감정이 이상한 형태로 표면을 드러낸다.

9. 끝없는 세상의 끝
끝나지 않는 일상이 불안의 반복으로 뒤틀린다.
늘 반복되던 하루가 어느 날부터인가 미묘하게 어긋나며, 주인공은 ‘이 하루가 정말 끝나는 게 맞는가’라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다.

10. 보름달이 뜬 마을
보름달 아래 익숙한 마을이 낯설게 변한다.
달빛이 비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행동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조금씩 뒤틀리고 있음을 체감한다.

11. 어머니의 자화상
어머니의 기억과 초상화가 현실을 어둡게 물들인다.
오래된 초상화를 마주한 후, 주인공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현실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묘한 경험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몇 편은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어… 이게 끝?”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아쉬움이 오히려 여운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책은 “와 무서워!”보다는 서늘한 감정이 오래 남는 타입의 소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잔잔한 심리 호러를 좋아해서 만족스러웠지만, 자극적이거나 명확한 사건 중심의 호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차갑고 서늘한 공기를 가득 품은 이 단편집은 호러를 좋아하는 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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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독리뷰
밀리는 남편 엔조와 두 아이와 함께 롱아일랜드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사 온 순간부터 이웃들은 어딘가 수상하다. 옆집 여자는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앞집 여자는 하루 종일 창가에 서서 밀리네 집을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매일 새벽마다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는 밀리의 불안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결국 참다못한 밀리는 옆집 여자에게 따지기 위해 방문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목이 베인 시체. 또다시 살인 사건에 휘말린 밀리.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과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제는 패턴이 너무 보인다.
1편은 정말 탄탄하고 흡입력도 뛰어나서 단숨에 읽었고, 2편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3편은 확실히 힘이 빠진 느낌. 긴장감도 줄었고, 새로운 전개나 캐릭터의 변화도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4편이 나온다고 해도 굳이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시리즈 특유의 신선함이 희미해져 아쉬웠다.

그리고… 엔조.
도대체 왜 그렇게 비밀이 많은 건데? 왜 말을 안 하는데??
그 태도 때문에 밀리가 의심할 수밖에 없지!
읽는 내내 답답해서 엔조한테 딱밤 한 대 진짜 시원하게 날리고 싶었다!!

하우스메이드 3

프리다 맥파든 지음
북플라자 펴냄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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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대여 #걷다 #열린책들 #하다앤솔러지1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 완독리뷰
〈하다 앤솔러지〉 첫 권 『걷다』는 정말 제목 그대로,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삶 속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의미와 감정을 품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다섯 명의 젊은 작가들이 같은 주제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며, 걷기라는 동사에 서로 다른 온도와 리듬을 입혔다.

1️⃣ 없는 셈 치고 — 김유담
겉으로는 잊은 듯 살아가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는 ‘없는 셈 치고 싶은’ 존재들. 주인공과 사촌 민아의 어긋난 삶은 걷기보다 ‘기억의 방향’을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맨발 걷기라는 소재가 단순한 행동을 넘어 심리적 강박과 치유의 지점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2️⃣ 후보 — 성해나
뒤로 걷는 행위가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삶을 뒤돌아보는 방식’이 된다. 안드레아와 재즈 바 상수시의 세월이 교차하며, 퇴보가 아닌 ‘후보’, 다시 뒤로 내딛는 걸음이라는 개념이 오래 남는다. 재즈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감정이 스며드는 작품.

3️⃣ 유월이니까 — 이주혜
불안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 밤의 공원, 숨이 차지만 계속 살아보겠다는 마음. 작은 순간의 대화, 한밤의 꽃 냄새, 우연한 만남들이 인물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4️⃣ 유령 개 산책하기 — 임선우
죽은 반려견이 유령으로 돌아와 주인과 다시 산책을 나선다는 설정이 슬픔보다 미묘하게 포근하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조용히 흐려지며, 걷기가 곧 추억과 애도의 방식이 된다.

5️⃣ 느리게 흩어지기 — 임현
명길의 산책은 외부보다 내부를 더 많이 향한다. ‘사람들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품고 걷는 하루, 그 리듬 속에서 타인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바라보는 방식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여행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불안과 회복, 상실과 기억을 걷기의 속도에 맞춰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많아,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고요해지는 책이었다.

어떤 작품은 천천히, 어떤 작품은 빠르게 다가오며, 다섯 편 모두 산책이라는 동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이 향하는 곳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회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치유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었다.

‘나는 요즘 어떤 마음으로 걷고 있을까?’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해, 혹은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때로는 아무 의미 없이 걷고 있었는데, 그 무의미해 보였던 걸음 하나하나도 나름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섯 작품의 인물 모두 목적지가 아닌 ‘도착하는 동안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에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난 뒤, 이상하게도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더라도, 걷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앤솔러지였다.

#단편소설 #완독기록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리뷰

걷다

임현 외 4명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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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리뷰
항공 승무원 정원은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비행을 떠난다.
그녀의 인생은 언제나 “위험 없는 길” 위에 있었다. 안정된 직장, 예측 가능한 하루, 예정된 결혼. 하지만 화산 폭발로 귀국 비행이 취소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 그때, 유럽행 비행 중 스쳐 지나갔던 남자 해든,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와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렌터카 예약이 겹치며 두 사람은 같은 차에 오르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항구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짧은 여행 동안 정원과 해든은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드러내며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정원은 처음으로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은 끝나고, 이별은 빠르게 찾아온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길로 돌아가지만, 그 만남은 정원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정원은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마음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결혼은 온기 없이 이어지고, 친구와의 관계에도 금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TV 속에서 다시 본 해든의 얼굴은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감정을 흔들어 깨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로 이탈’이라는 말이었다. 정원은 처음엔 불운한 상황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길 잃음이야말로 그녀가 진짜 자신을 만나는 첫 순간이었다. 삶이 예측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닥친 돌발의 여정, 그 안에서 피어난 사랑과 혼란, 그리고 성장의 흔적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짧지만 깊었고, 그 안에서 서로의 삶이 비춰지는 장면마다 묘하게도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드라이브 피플》은 삶의 변곡점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정원의 ‘이탈’은 결국 자유의 시작이었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랑은 한 사람을 바꾸는 용기의 은유로 느껴졌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도 한 번쯤은, 예상치 못한 길 위에서 만나야 할 ‘해든’이 있지 않을까.

다만,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야만 했을까 하는 마음이 오래 남았다. 해든과 정원이 서로의 세계를 그렇게 강하게 흔들어놓았는데, 그 이후의 삶이 너무 빠르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그들의 감정이 이어지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컸고, 현실적이면서도 잔인하게 ‘진짜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 피플》은 여행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예상치 못한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이탈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선물이다.

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한끼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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