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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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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십자가가 무섭다니? 십자가는 우리를 지켜 주는데?

🌱너무 궁금해 귀가 다 두근거렸고 갈증이 차올라 소리쳤다.
"알려 줘! 알려 줘!“

63.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독이며 잰걸음으로 가다 발이 엉키기 일쑤였다. 넘어진 나는 으앙,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넘어진 게 민망해서 울지 않은 게 아니었다.

🌱나를 달래 줬으면 하는 존재가 어차피 그 근처에 없었기 때문에 울지 않은 거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쓸린 살 갖에 피가 채 맺히기도 전에 서둘러 걸음을 옮기곤 했다.

78.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의 규율이 나를 정당화해 주 었다. 나는 친구들과 있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도서관 에서는 나의 침묵에 관해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 내게 말을 걸지 않아도 외롭지 않았다. 어차피 도서관에서는 누구도 누구에게 말을 걸어선 안 되는 법이니. 🌱적어도 도서관에서만큼은 말없이 홀로 있는 나의 방식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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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나는 2월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발표하게 되었다. '졸업생 대표 축사‘라니, 다시 한번 내게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 겨울 방학 내내 축사 집필에 몰두하며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축사의 제목은 ’앓은 다음 우리'로, 하이라이트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아름다움'의 어원이 ’앓은 다음'임을 아시는지요?"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2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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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메일을 쓸 때마다 큰아빠에게 🌱‘말할 수 있는 일들이 모인 세계'와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모인 세계'의 경계가 새로이 생겨났다 지워졌다 했다. 말할 수 있는 일이 말할 수 없는 일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고, 말할 수 없는 일이 말할 수 있는 일을 더 소중하게 만들었다.

120.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이며 찬송가를 듣는 나를 건너편의 한 재소자가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들을 향한 나의 판단과 호기심이 읽히고 있나.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2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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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23. “에이, 엄마는 걱정 마. 진짜야, 걱정 마."
🌱별다른 근거가 없어서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26. 내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치릴로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허 리를 숙였다. 솜뭉치가 박힌 그의 귀를 보며 '귀는 또 왜 이렇게 커?' 잠시 놀라다 또박또박 귓속말했다.

"나중에 만나. 알라뷰!“

나는 통화를 마칠 때마다 그에게 "알라뷰!"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그의 자식이 아니어서 그를 사랑할 수 있었다.

31. 기만자, 난 진짜 기만자야. 치릴로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내가 그에게 되게 잘해 줄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나 슬퍼한다는 게 같잖았다. 게다가 내가 아는 한 치릴로는 매일 무진장 심심해했다. 소형 카세트를 재생시켜 1,000곡의 노래를 듣고 또 듣는 것이 일상의 전부라고 말한 적 있었다.

33. 선배는 대뜸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보다 더 시의적절한 질문은 없었다. 질문의 타이밍 때문에라도 신을 따르게 될 지경이었다. 나는 매 순간 느끼고 있는 바에 근거하여 답했다. 아쉽지만 끝인 것 같다고. 그러자 선배는, 죽음이 끝이라면 인간이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 왔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그러게요, 선하게 살아서 어디다 쓴데요?" 앙큼하게 반문하지는 못했다. 대신 답했다. 🌱우리가 고통을 받는 존재들이어서 서로에게 너무 못되게 굴면 피차 안 좋을 것 같다고.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59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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