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 팔로우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표지 이미지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너무 한낮의 연애>나 <복자에게>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작가, 김금희. 왠지 나는 한국 문학에 잘 손이 가질 않는 습관 때문에 신간보다 한참 지난 책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최근 계속해서 약진하고 있는 한국 여성 문학에 박수를 보내고 있던 독자로서 또 한 권 읽어본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언급해서 유행했던 소설. 또 한 타임 지나서~^^ 어려운 소설이 끝난 후 가볍게 읽어볼 소설로 선택. 읽을 책을 고를 때 대강 누가 언급했다던가, 어디서 유명해졌다든가 정도는 알지만 내용은 항상 모른 채 읽게되는 나의 습성으로 인해 그저 읽기 쉽겠지, 재밌겠지~라는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곧 심각해지는 내용으로 잠깐 멈칫, 그럼에도 가독성으로 감방 읽어버렸다.



딱 생각했던 만큼 좋았던 소설이다. 창경국 내 대온실의 수리보고서를 맡게 된 영두가 자신의 어린 시절 속 장소와 맞닥뜨리게 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156~157p



성인이 되어 겪는 어려움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 나만의 가치관과 방법들이 생겨난 이후일 테니까. 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어려움, 상처, 구멍은 잘 메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성장소설들이 많은가 보다. 우리는 그 상처들을 계속 들여다보며 조금씩 돌보고 고름을 짜냈다가 연고를 발랐다가 하면서 계속해서 돌봐야 한다. 그 상처를,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평생 나 자신을 괴롭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엉망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영두와 은혜의 딸 산하의 관계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또한 문자 할머니의 사연이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 역사와 현실, 아이와 성인 사이의 이야기를 아주 잘 버무려 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0

에버네버님의 다른 게시물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버지니아 울프가 1918년 36세부터 1941년 59세 죽기 나흘 전까지 썼던 일기 26권 중 사후 남편이 책과 관련된 부분만 모아서 출간한 <A Writer's Diary>를 번역한 책이다. 무려 611페이지의 책이라 한꺼번에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내용을 구상하고 그 구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설이나 에세이로 씌여지고, 출간되고 그 이후 자신의 책에 대한 평단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한권 한권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서 동시에 <울프 일기>를 구석구석 함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울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울프 일기>를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말 천재였구나...싶다. 때때로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그것들을 그렇게 그냥 써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새로운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하지만 여성이 비하받던 시절이고 너무나 뛰어난 이 여성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남성들에 의해 헐뜯어지고 그 반응에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울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조금 여유로울 수는 없었을까 싶다가도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버티고 살았을까 싶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마지막 유서...를 읽고 나면 그 안타까움에 정점을 찍는다.

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4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 에버네버님의 울프 일기 게시물 이미지

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라는 소제목처럼 이 여행 에세이는 정말 발칙하다. 평소 빌 브라이슨의 똑똑하고 경쾌한 문체를 좋아해서 고른 책이었는데, 여행 에세이는 처음이라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단 이 책은 2008년 출간된 책이라 오래 됐다. 아무 생각 없이 중고책으로 구매했더니 이렇게나 오래된 책이라니! 그래서 여행 에세이로서는 사실 적당하지 않은 책이었다. 지금의 유럽과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을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책은 유럽 여행을 빌미로 한 빌 브라이슨의 아무말 대잔치 책이었으니 빌 브라이슨을 좋아한다면 그냥 기념삼아 읽을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읽는 내내 그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너무나 발칙해서 서슴없이 이 나라 저 나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러다 전 세계적으로 몰매 맞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한 빌 브라이슨은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나처럼 좋은 게 좋은 거지~ 하지 않고 마구마구 쏟아낸다는 것. 아마 그것 또한 빌 브라이슨 만의 것이겠지 싶지만.

결국 여행 계획이나 그곳의 자세한 묘사보다는 문화나 자신이 겪은 일 등을 담은 책이기에 시대적 차이를 많이 느끼진 않았지만 이때 작가가 겪었던 많은 것들은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역시 아날로그 시대의 많은 것들이 그립긴 하다.

"나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383p

"동시에,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멈추고 싶지 않게 하는 타성이 있다. "...385p

나도, 여행가고 싶다.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주 전
0

에버네버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