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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38. 글쎄. 태인아.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너 말이야, ✔️아름답지 않은 걸 사랑할 수 있겠어?

39. 태인은 열여섯 살의 박지수를 몰랐다. (…)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먹었으니까. 밥 한 공기를 야무지게 싹싹 먹어치웠으니까. ✔️몸무게를 신경 쓰는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아니, 원래 마른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

🌱응. 나는 원래 말랐어. 원래 아름다웠어.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어. 나는 타고났지. 그래서 나는 아등바등하지 않아. 원래 이런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뭘까? 나는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모르겠어.

어떤 마음? 그러니까 박탈감. 허탈감. 압박감. 강박. ✔️어떻게든 허물을 벗고 싶다는 그 발버둥. 몸부림. 악다구니. 그래서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야식도 먹고 술도 마셨다. 대신 다음날 종일 굶고, 3시간 넘게 걸었고, 배가 고프면 물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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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왜? 엄마 외로워 보이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단어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엄마에게 그 단어들을 꺼내지 못했다. 늘 다시 집어넣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른 말을 했다.

"외로우면 그런 곳에 다니게 되는 거야?"

"당연하지. 🌱다 외로워서 그러는 거야. 인간사 복잡한 게 죄다 그것 때문이다."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52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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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그러니까 딱히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도망친 것이다. 전공 수업을 하나라도 빼고 싶어서, 다른 학과 시간표를 뒤적이다 발견한 과목이었다. 소설을 읽고 쓰는 수업이라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박지수가 저지를 법한, 그냥 뻔한 일이었다.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벗어나기만을 원하고 그렇게 달아나지만, 그곳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는 것.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굶는 것. ✔️나를 굶기며 살아 있다는 자극을 받으며, 남몰래 안도하는 것.

85. 하지만 그 수업의 첫날, 강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슬픈 일, 기쁜 일, 잊을 수 없는 일. 그냥 스쳐지나간 일. 모두 고유한 이야기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그 순간을 바라보는 일.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나에게서 나를 떼어 놓으면 자유로워진다. 그 말 때문에 나는 그 수업에 남았다.

87. 나는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강사는 말했다. 누구나 고유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그리고 🌱이 사람은 나의 고유한 이야기를 알아챘다. 글을 쓴 나는 전혀 몰랐는데, 이 사람은 알았다. 읽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 했다.

🌱나를 봐요. 나는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매번 새 로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 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는 다른 것들은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 그 기억을 절대 버리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2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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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81. <안티오페와 힐라리아>

얼마나 원했던가. 얼마나 갈망했던가. 오직 자신의 힘으로 그 넓은 호수를 건너가기를. 돌이켜보면 🌱물속에 있을 때 힐라리아는 늘 행복했었다. 물 속에 있을 때만 가장 자신다웠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여러 남자들 중 한 명을 골랐다. 그것이 호수를 건너가는 일보다 쉽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힐라리아는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어떤 열망을 가진 존재를 이 세상에 또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삶에 초연했고, 지난날을 쓸쓸하게 추억하며 살았다. 아름다움을 누리면서.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2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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