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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읽었어요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집어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선후보자들의 책을 다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고를 때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없고, 자서전을 읽고 싶은 것이 아니므로, 대선 후보자들 스스로 출마 의지를 담아 내보인 책을 읽기로 하였다. 그러므로 가장 최신작을 골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써준 평전이 아니라 자신의 글로 자신을 나타내는 책이길 바랐다. 그렇게 자기를 표현해낼줄 아는 사람 또한 정치하는 사람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서다. 문재인 말하고, 문형렬 엮다. 결국 인터뷰다. 원래 책은 출판사의 편집자에 의해 다시금 태어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물음에 대해 답한 것이 어디까지가 문재인 후보고 어디까지가 문형렬씨의 감상인지.
소년처럼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는 부분이나, 문재인씨의 외모를 성자처럼 표현하는 것이 무척 불편하고 오그라들었지 결국 대담 형식 또한 한명의 후보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씨는 어쩌면 스스로 얘기 하는 것 보다, 지지자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도. 감상적인 평가가 개입할 때마다 한국영화의 쥐어짜내는 신파를 볼 때 처럼 짜증 내다가도 정말 가슴이 애잔해 창 밖을 내다보며 울먹거렸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도 현 정권이 내 신뢰를 너무 박살내놔서 그렇다. 하지만 질문에 응하는 한결같은 태도는 타인의 눈을 거쳐도 묻어나는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올곧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된다. 안희정 후보의 한국과 문재인 후보의 한국은 다르다. 두 후보의 적도, 지향점도 비슷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평화, 자유, 정의는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하지만,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 재화가 한정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반비례한다. 안후보의 핵심이 자유라면, 문후보의 핵심은 정의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들어, 새로운 정치를 위해 안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지방자지단체의 강화와 권력분립이라면, 문후보에게 먼저인 것은 기존 부정부패 세력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를 위한 진상규명과 보상이다. 둘다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는 있어야한다. 나는 안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어린 내 눈에 문후보는 옛날 사람이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역행해왔는지 생각하면, 2017년은 아직 문후보의 고리타분한 혁명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한국이, 동아시아가 전근대와 근대의 늪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머리만 동동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는 없으니, 숨을 참고 수면 아래 진흙탕에 파묻힌 발목 부터 빼내야 한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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